[사람중심] 터미네이터와 아이폰. 이 두 이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억지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둘의 공통점은 각자의 분야에서 기존의 것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방식·관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도약’을 한 것이죠.
1984년 개봉한 저예산 영화 ‘터미네이터’ 1편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전략방어 통신망이 핵전쟁을 일으켜 지구를 장악하고, 터미네이터라는 로봇을 이용해 인간을 지배합니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에 총으로도 제압할 수 없고, 스스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가며 목표물을 공격합니다.
로봇과 인간의 전쟁은 여러 영화에서 즐겨 차용하는 컨셉이지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다가, 가공할 위력의 로봇이 미래에서 현시대로 넘어와 인간과 싸운다는 설정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같은 영화관을 세 번이나 갔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를 바꾼 영화와 휴대전화
아이폰은 휴대전화기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휴대전화의 역사가 아이폰 전과 후로 완전히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우리나라 언론에서는 ‘휴대전화는 옴니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했습니다만).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사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컴퓨터 제조사가 왜 휴대전화 시장에 진입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는 휴대전화를 다시 발명할 생각이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기존의 휴대전화는 휴대전화가 아니라는 도발이었죠. 하지만, 그 이후 모든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아이폰의 컨셉을 차용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 또 다시 아이폰과 터미네이터의 교집합을 발견했습니다. 빠르면 오는 6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5에 ‘리퀴드 메탈(Liquid Metal)’이라는 소재가 채택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리퀴드 메탈은 지르코늄(40~45%)에 티타늄·니켈·구리 등을 섞어서 만든 금속인데, 액체처럼 매끄러운 표면에 강도는 철보다 3배 이상 뛰어나다고 합니다. 탄성도 매우 높습니다.
리퀴드 메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온(600℃)에서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볍고 얇은데, 탄성과 강도는 강하고,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차세대 제품 케이스로 주목받을 만합니다. 2002년 리퀴드 메탈을 최초로 개발한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는 재미동포 강종욱 회장이 만든 회사입니다. 2002년에 한국에 생산공장을 만들고, 지사도 설립해 몇 번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리퀴드 메탈은 골프 클럽에서 휴대폰, 인공 관절, 전자제품 케이스, 우주항공 장비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로부터 소비자 가전 분야의 독점 사용권을 사들인 회사가 바로 애플입니다. 이미 아이폰4의 유심카드 커버를 여는 핀에 적용됐다는군요.
터미네이터2의 가공할 금속재료, 아이폰5에 적용?
그렇다면, 리퀴드 메탈은 터미네이터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10년 전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 한국지사를 방문했을 때 어떤 소재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마케팅 담당자가 “터미네이터2에 주인공을 제거하러 미래에서 온 새로운 로봇(T-1000)이 리퀴드 메탈로 만들어진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총을 쏘면 맞은 자리가 마치 양철이 녹아서 뭉그러진 것처럼 일그러졌다 금방 복원되고, 불에 녹았다가도 불이 꺼지면 다시 원상회복되는가 하면, 자동차나 병원복도 또는 사람 등 어떤 모양으로도 변형할 수 있는 가공할 로봇. ‘원작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터미네이터2’가 1편 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기도 했죠.
애플은 기존에 단말의 완성도 만큼이나 디자인을 중시했습니다. 아이팟·아이폰을 디자인할 때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들에게 요구한 것이 “미술관에 전시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경쟁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첨단 소재를 채택하는 것도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합니다. 애플이 이미 이 첨단 소재의 사용권을 갖고 있는데다가, 아이폰4에서 아주 살짝 테스트를 해봤다고 하니, 정말 아이폰5에 리퀴드 메탈이 사용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5는 디자인과 관련해서 여러 설이 있지만, 어쨌든 빠르면 올해 6월, 늦어도 9월에 출시될 거라고 합니다. 터미네이터는 좀 더 기다려야 됩니다. 시리즈 5편이 2014년에 개봉한다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돌아온다고 하니 기대 만발입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를 보며,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I will be back!”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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