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통신 3사가 LTE 속도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상반기가 LTE 커버리지(서비스 지역) 경쟁이었다면, 4분기 들어서면서 경쟁의 중심이 '속도'로 옮겨간 것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모바일 와이맥스 상용화, 세계 최초의 WiFI 속도 향상 기술 상용화... 워낙 '세계 최고=속도'라는 수식어의 향연에 빠져 있던 터라, '앞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LTE 서비스를 쓰게 되는구나'하고 받아들여도 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상식의 톱니바퀴를 굴려보면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가, 친구가 쓰고 있는 LTE폰은 왜 시도 때도 없이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나오는 거지? LTE 전국망을 깔았다는데 우리 부부만 절묘하게 음영지역을 찾아다니는 걸까? LTE는 수시로 끊어지는데, 3G는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면 도대체 뭘로 무선 인터넷을 쓰라는 거지?... 이 같은 의문들은 총체적으로 '인터넷 품질도 이렇게 불안정한데, 과연 음성전화를 LTE로 옮겨도 되는 거야?' 하는 불안감을 품게 만듭니다.
통신사와 언론은 '바야흐로 LTE 시대'를 떠들고 있지만, LTE 서비스 안정성은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통신 3사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LTE 기반의 음성전화(VoLTE)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했습니다. 음성전화 서비스에 'HD 보이스'니, '지음(知音)'이니 하는 이름까지 붙이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시쳇말로 '오버한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서둘러 LTE 네트워크를 깔기만 했지, 얼마나 내세울만한 서비스가 없었으면 하나같이 음성전화 서비스를 가지고 야단법석일까?"하고 말입니다.
물론, all-IP 망인 LTE에서 음성전화를 제공하는 것이 처음이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성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것이 LTE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어야 되는 이유는 더더욱 아니겠죠.
LTE 선택의 고민거리…음성통화
Vo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품질입니다. 데이터 서비스마저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음성전화를 쓴다? 전화통화가 일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VoLTE가 지원되는 최신 스마트폰을 거부하자니, LTE 음성전화가 가진 고음질을 포기하기란 뭔가 아쉽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9일, VoLTE와 관련해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 통신 솔루션 공급업체인 에릭슨과 LG전자의 합작법인 에릭슨-LG가 한국에 VoLTE 연구센터를 만든 것입니다. VCC(VoLTE Competence Center)라고 명명된 이 연구센터는 에릭슨의 전세계 연구센터 가운데서 VoLTE를 연구하는 최초의 센터입니다.
에릭슨이 세계 최초의 VoLTE 연구시설을 한국에 만든 이유는 우리나라가 LTE 투자를 가장 빨리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TE 통화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파악하거나, 어떤 기술/방식을 적용했을 때 LTE 통화 품질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테스트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테스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에릭슨-LG 역시도 이런 점을 고려했습니다. 조 키스키 VCC 센터장은 "VCC가 한국에 세워진 이유는 한국이 가진 환경 때문이다. 60% 넘는 가입자가 스마트폰 사용하고 있어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가 진도가 매우 빠르다. 과거 3년 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50배 성장했는데, 이런 변화가 조만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미래가 이미 실현되고 있는 한국은 매우 좋은 R&D 전진기지다"고 말했습니다.
R&D 기술경쟁력 강화, 동북아 전체 지원할 VoLTE 연구센터
VCC가 한국에 만들어진 또 한 가지 이유는 에릭슨-LG의 안양 R&D센터가 지닌 경쟁력 때문입니다. 이 연구소는 모바일 와이맥스, CDMA, WCDMA, LTE까지 다양한 표준 무선통신 기술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무선통신 서비스 코어의 40% 정도가 안양센터에서 개발된 제품"이라는 것이 안양 R&D센터 김영준 연구소장(아래 사진)의 설명입니다. 인력 구성 또한 훌륭합니다. 연구원들이 10여년 동안 이동통신 핵심 과제에 투입돼 풍부한 경험을 쌓아 왔기에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이동통신 시스템 아키텍처를 디자인할 수 있는 100명 가량 보유하고 있다는군요.
또, VoLTE 관련 연구시설을 유치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LTE 관련 분야에서도 기술과 경험이 풍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LTE를 서비스하는 통신사들을 지워나다 보니, LTE 핵심 시스템에서 부터 스몰셀에 이르기까지 LTE 인프라 기술, 운용 기술을 두루 확보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패킷 코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all-IP 통신기술인 LTE에서는 음성도 서킷이 아니라 패킷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음성과 데이터가 결합된 서비스를 소프트웨어 형태로 쉽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됩니다.
과거에는 SMS, 음성메모 같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저마다 독립된 애플리케이션 서버 위에서 동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 서버 하나를 구축하는 것부터가 힘든 작업이었고, 두 개의 앱을 묶은 서비스, 이를테면 SMS와 이미지가 결합된 MMS 서비스를 하려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서버를 구축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코어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서비스를 쉽게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묶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일도 훨씬 간단해집니다. 패킷 코어 소프트에어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의 VCC는 에릭슨의 동북아시아 시장 즉, 한국 및 중국, 일본, 홍콩, 대만까지 모두 지원하는 조직이라고 합니다.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고, 규모도 큰 만큼 매우 완성도 높은 연구개발 역량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에릭슨은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경험이 많은 시니어 엔지니어들을 세계 곳곳에서 영입, 한국 VCC에 다수 포진시킬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LTE 음성통화와 관련된 모든 연구는 VCC로 통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VCC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조 키스키 VCC 총괄은 "VoLTE 음성 품질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말했습니다.
음성 품질에 불안 요소가 있다고 할 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네트워크 장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기지국과 기지국 연결 구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A 지역의 네트워크(노드)에서 B 지역의 네트워크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기지국과 단말 사이의 통신에서도 불안 요소가 생길 수 있을 겁니다. VCC는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하고, 분석해 해결책들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게 됩니다.
에릭슨-LG VCC는 무엇보다도 국내 통신사들의 VoLTE 관련 서비스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어떤 구간에서, 어떤 요인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지와 관련해 매우 정제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통신사가 통화 품질을 개선하려면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해결이 첫걸음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 다음에 문제 해결에 알맞는 컨설팅도 제공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VoLTE와 관련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동향 정보도 제공한다는군요. "고객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컨설팅,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VCC의 주된 역할이다"는 것이 에릭스-LG의 설명입니다.
흔히 데이터 통신은 best effort 즉 최대치를 발휘하도록 노력하면 되지만, 음성 통신은 100%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호 연결에서 0.1%만 부족해도 통신 연결 자체가 끊어질 수 있기에 100%가 아니면 기존의 유선전화 같은 음성통신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VoLTE에서는 QoS(Quaility of Service)가 중요합니다. 전체 LTE 트래픽 가운데서 중요한 패킷 데이터는 반드시 일정 품질 이상의 통신을 유지하도록 해야 되는 것입니다.
VoLTE에서 QoS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모든 서비스 품질 및 최적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전화는 음성 통화와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입니다. 따라서 LTE 망에서 음성통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전체 LTE 서비스에서 음성 서비스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될 것이고, VoLTE가 어떤 데이터 서비스와 연동되더라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됩니다. 에릭슨-LG 측은 "LTE에서 QoS는 '어디까지가 끝이다'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어망, 액세스망, 백홀 구간, 단말 등 모든 네트워크 요소가 관련성을 가진 상태에서 망의 진화와 연결 방식의 변화, 단말의 변화 등을 수용해 늘 최상의 QoS를 보장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LTE 음성+데이터 융합서비스, 제대로 된 걸음마를
한국의 통신사업자를 위해 VoLTE 서비스를 최적화하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센터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구센터는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될 것입니다. 에릭슨-LG 측은 "VoLTE는 앞으로 다가올 커뮤니케이션 변화의 시작이다. VoLTE는 모든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다"고 말하면서, "VoLTE가 어떤 융합 서비스를 만들어 낼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미래에 반드시 나타나게 될 음성 관련 서비스들을 all-IP 기반 위에서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전진기지가 VCC다"고 강조했습니다.
VoLTE 통신 품질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꺼려진다는 지적에 에릭슨-LG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이 있어야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츨처 - http://blog.naver.com/worrynara
사람이 걸음마를 배울 때도 빨리 걷는 것보다는 우선 제대로 서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LTE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도, '빠름'만을 강조해 왔습니다. 품질을 얘기하기 전에, 속도 부터 강조한 것은 어쩌면 이 서비스가 아직 '음성+데이터'라는 완결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VoLTE 서비스가 시작된 만큼, 속도 보다는 서비스 품질 즉 안정성에 보다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빠름 보다는 바름'이라고나 할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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