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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가상화

휴가 중 업무처리, 스마트폰으로 다 되네요

【사람중심】 여름휴가, 업무처리는 스마트폰과 WiFi로!

8월 둘째 주에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울진으로 가서 고래불 해수욕장 등 동해안 바다를 만끽하고 백암에서 온천욕도 즐겼습니다. 성류굴은 처음 가봤는데, 정말 장관이더군요.

즐겁게 쉬다 오기도 했지만, 늘 수영장에만 다니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노는 재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나,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여행지로 가는 와중에 스스로 마음에 와 닿는 바가 있었는지 연신 “아빠 경치가 정말 끝내줘”라는 말을 할 만큼 한 뒤로 이 땅의 산과 개울, 해변이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번 휴가의 큰 보람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휴가라고 100% 놀 수만은 없는 저나 아내에게 이번 휴가는 스마트폰이 정말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스마트폰을 즐겨 쓰는 편이면서도 왠지 ‘스마트폰은 업무용으로는 좀 불편해’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노트북 PC만 들여다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화면이 작고, 입력이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일하는 데서 까지 스마트폰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번 휴가 동안에 그런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스마트폰이 없고 WiiFi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새삼 ‘이 조그만 모바일 단말 하나로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휴가 중에 스마트폰을 가장 요긴하게 썼던 것은 역시 e-메일 확인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개인 PC를 가상화해서 쓰는데, 노트북에는 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 특정 서버 안의 제 가상 PC에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씁니다. 당연히 e-메일도 스마트폰에서 직접 확인하기보다는 가상 PC에서 확인하는 편입니다.

스마트폰에 가상 PC로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어플이 있고, 접속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인증과정을 거치거나, 로딩하는 동안 기다리는 번거로움 없이 생각 날 때면 클릭 한두번으로 e-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 화면은 제 가상 PC 바탕화면과 e-메일 클라이언트입니다(e-메일 클라이언트는 모질라의 ‘썬더버드(Thunderbird)’를 쓰는데, 구글 메일을 실시간 동기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사용 환경이 아웃룩과 비슷해서 매우 편리합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 스마트폰을 잘 쓴 사람은 제 아내였습니다. 프리랜서 출판기획자인 아내는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곧 출간할 동화책의 표지 디자인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웹하드에 파일을 열어 디자인을 살펴보고 이런저런 수정 사항 등을 체크해서 보내야 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는 힘들겠다 싶어 처음엔 PC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한적한 해수욕장에 PC방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제 스마트폰으로 웹하드에 접속했습니다. 자판이 생소해서인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몇 번 오타를 찍더니 이내 익숙해지더군요. 급하니까 그냥 3G로 접속을 하려고 했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기에 WiFi에 접속해 봤습니다. 금방 접속이 되더군요.

웹하드에 접속해서 폴더를 열어 파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처음엔 걱정을 좀 했습니다. 디자인 시안을 검토하기에 화면이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파일을 열어보더니 그 정도면 해상도가 깨끗해서 디자인 확인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아내의 평가였습니다.

아래 화면이 웹하드에서 열어본 동화책 표지 이미지입니다(아내가 여기에 직접 수정할 부분을 체크도 했었는데, 그 화면을 캡처하는 걸 깜박했던 모양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것이 평소에 집이나 사무실, 카페 등지에서 하던 것처럼 빠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디자인하는 분과 통화하면서 3번 정도 수정요청을 하고 그 때마다 확인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총 1시간 정도가 걸렸을 뿐입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그런 작업을 할 때와 비교해 그리 시간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모바일 웍스(mobile works)가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했지만,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WiFi였습니다. 아무래도 액세스 속도가 빠르니까 웹에서 이미지 파일을 열어보기가 편했습니다. 잠시잠깐 뭔가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1 시간 이상 웹에 접속해 일을 하려니까 역시 속도가 빠른 WiFi가 좋더군요.

해운대처럼 대도시를 끼고 있는 해변이 아니어서 WiFi가 있을까 싶었지만,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아이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WiFi가 곳곳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료수를 사러 갔던 매점 뒤편에서 이 해수욕장에 WiFi가 제공됨을 알리는 ‘alleh Wi-Fi zone’ 표식을 발견할 수 있었고(위), 숙소 앞 편의점(아래 왼쪽)에서도 역시 같은 표식이 붙어 있더군요.


숙소 안에서는 노트북으로 잠시 메일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이때는 스마트폰의 테더링(tethering) 기능이 정말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사실 거의 사용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 휴가로 테더링 기능과 친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없이 작은 모바일 단말 하나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나, 오랫동안 통신사들이 배척해왔던 WiFi를 해변 곳곳에서 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것 모두 가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아이패드 같은 모양의 태블릿이 나오면 더 편리하겠지만, 스마트폰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업무용 단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입력할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는 키보드만 갖춰도 훌륭한 PC 대체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텐데, 업무용으로도 더욱 편리한 사용자 환경이나 유익한 어플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잘 활용하고 계시는 고수들의 노하우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