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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커머셜 전략, 새로운 시도? 여전한 한계?

@사람중심 2010. 10. 5. 17:36

【사람중심】 시스코시스템즈(www.cisco.com)가 새로운 커머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기존에 시스코 직원이 모든 고객을 담당하던 방식에서 파트너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파트너 레드(Partner Led)), 이의 구체적인 전략으로 ‘아방가르드(Avant Garde)’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은 시스코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커머셜 고객들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파트너에게 제공함으로써 파트너가 보다 전략적인 접근법을 구사해 새로운 영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입니다.

시스코는 고객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당면 이슈, 고객의 사업 및 IT 규모, 속해 있는 산업의 특성, 해당 고객만의 성향, 고객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술 요구사항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며, 교육과 영업 툴, 마케팅 콘텐츠 지원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스코는 이번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영업 방식, 즉 시스코 AM(어카운트 매니저)이 고객을 직접 맡던 방식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시스코 측은 “기존에 시스코 커머셜 비즈니스의 문제는 아주 작은 고객도 파트너가 아니라, AM이 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정 고객과 친한 파트너가 어떤 사업이 있을 때 시스코 AM을 찾기가 쉽지 않고, 찾아서 물어보면 이미 다른 파트너와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시스코의 얘기입니다.

시스코는 이러한 사업 방식을 파트너 지향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파트너들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조직도 확대했습니다. 수도권 및 강원 지역을 총괄하는 임원과 지역 지사를 담당하는 임원이 새로 생겼으며, 사업 개발의 역할을 맡는 자리도 생겼습니다. 기존에 채널팀에서 2-tier 파트너들을 담당하던 인력들도 커머셜 본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시스코의 이 같은 변화는 커머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이전보다 더욱 높게 보고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입니다.

■ 지원프로그램 vs. 가격…중소규모 NI업체 판단은?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스코가 커머셜 비즈니스에 무게를 싣는 것을 반기면서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AM에서 채널로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에 시스코가 내세우던 것과 얼마나 달라졌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과 제품에서 보여주는 전략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용자 50~100명인 기업을 타겟으로 하는 SB(Small Business) 전략이 그렇습니다.

시스코는 지난 9월 23일 사용자 SB 타겟의 새로운 제품 8종을 발표했습니다. 확실히 이 제품들은 경쟁사들의 SB급 제품과 성능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기존의 SB 제품들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SB 시장에서는 얼마나 제품이 다양한지, 가격이 얼마나 유연한지 그리고 그 가운데 히트모델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얘기됩니다. 하지만 시스코는 여전히 SB 쪽 제품이 경쟁사만큼 다양하지 못합니다. 또 가격도 제법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스코는 이와 관련해 “SB 고객들이 보다 향상된 연결성과 음성·영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SB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고급 기능 보다는 적당한 성능에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의 장비가 선호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SB 분야의 경쟁사들은 시스코의 이번 발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크게 효과가 있겠냐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 특정모델 가격 절반 인하, 반발은 없을까?

시스코가 가격이 비싸다는 시장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시스코는 24포트 10/100 스위치인 ‘C2960-24TC-L’의 가격을 절반이나 내렸는데(2495$ → 1295$), 이 제품은 일반적으로 SB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급의 장비로 HP 등 경쟁사의 히트 모델(A2410)과 동급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번 가격인하로 시스코와 HP의 장비 가격이 거의 같아졌는데, ‘시스코 장비의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것이 효과를 발휘할 지, SB쪽에서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HP·넷기어가 여전히 우위를 지킬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스코의 가격 공세에 경쟁사들도 가격을 내릴 의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SB 시장에서 시스코의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에서 가격을 인하한 시스코 장비가 단숨에 히트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봅니다.

C2960 10/100 24포트 스위치의 가격이 너무 많이 인하된 것 때문에 일부 파트너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될 과제입니다. 같은 장비의 재고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시스코코리아 측은 “파트너사에 남아 있는 재고가 거의 대부분 소진됐다”고 말하지만, 경쟁사들은 SB 파트너들에게 어느 정도 재고가 있으며,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시스코는 이 장비의 재고를 가진 파트너들을 구제해주는 프로그램 같은 것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스코가 파트너 위주로 정책을 변경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는 파트너들도 있습니다. 시스코는 기존에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보다 파트너가 되는 조건이 까다로웠는데, 파트너 위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면서 정보·교육 지원은 강화됐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원하는 조건, 즉 실적 기준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밀어내기 압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더욱이 경기침체나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으로 기존의 텃밭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만회하고자 커머셜 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스코 파트너들도 지원이 강화되는 만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입니다.

SB 업계에서는 “시스코는 파트너가 되는 기준이 높다 보니 오더를 많이 낼 수 없는 업체들은 파트너 등록을 하지 않고, 등록된 파트너에게 장비를 사다 쓴다”고 얘기합니다. 이와 관련해 시스코 측도 “드러나지 않게 시스코 제품을 공급하던 파트너들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들어서 이 표면화시켜서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으로 잘 지원하고자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시스코는 50~10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통신사와 손잡고 회선 및 네트워크 장비, 관리 서비스를 일괄 공급하는 매니지드 서비스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기존에 SB 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가 공급되던 방식과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시스코의 커머셜 전략이 아직까지는 미드 마켓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격 정책이나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SB 시장구조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시스코 측도 자신들의 파트너 레드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 SB시장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사실 중간 규모 기업들과 소규모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접근법이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스코가 오랜 고민과 검증 끝에 내놓은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가격도 여전한 장벽입니다.

하지만, 파트너들을 위해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등의 전략은 분명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요인이고, 시스코가 기존에 확보한 국내 4,000 고객 정보도 분명히 파트너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방가르드 후속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발표해 파트너 레드 프로그램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시스코의 새로운 커머셜 사업 전략이 여전히 어느 정도 투자 여유가 있는 중견기업 시장에서만 유효한 것이 될지, 아니면 커머셜 시장 전체에서 효과를 발휘해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스코는 오랜 고민 끝에 경쟁사들을 따라가는 전략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이러한 모델을 충분히 테스트하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모델이 한국에서 지금 당장 통할 것인지, 아니면 몇 년 후 성과를 낼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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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