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주니퍼의 도전 ‘가장 크고, 오직 하나인 네트워크’
【사람중심】 주니퍼네트웍스가 최근 새로운 스위칭 아키텍처 및 이를 반영한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패브릭인 ‘QFabric(퀀텀 패브릭)’과 QFabric의 핵심 구성요소인 ‘QFX3500’이 그것입니다.
첫 스위치를 발표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발표는 주니퍼가 ‘기존 스위칭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데이터센터의 트래픽을 안정되게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주니퍼의 설명입니다.
주니퍼는 ‘비약적’이라는 수사를 붙인 Q패브릭을 소개하면서 “주니퍼 창업 이후 가장 중요한, 두 번째 빅뉴스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니퍼가 말하는 창업 이후 첫 번째 빅뉴스는 회사 창업 이후 2년 만인 지난 98년, 당시로는 획기적인 용량의 라우터를 발표한 것입니다. 주니퍼는 98년 네트워크 업계 최초로 ASIC에 기반을 둔 라우터 M40을 발표했는데, 처리량이 40Mbps였습니다. 지금이라면 “왜 그렇게 용량이 작아?”하고 관심이 가겠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용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인터넷 트래픽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 라우터는 주니퍼가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넷 트래픽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아래,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라우터를 한발 앞서 출시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죠. M40은 이후 다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ASIC 기반 라우터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 주니퍼의 또 다른 자부심입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라우터’ 이후 13년 만에 주니퍼가 발표한 두 번째 빅뉴스는 ‘어마어마한 스위치’입니다. 13년 전 인터넷 트래픽의 폭발을 예상하고 새로운 개념의 라우터를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는 예상 아래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스위치를 내놓은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합니다. 기업들이에서 필요한 만큼의 데이터센터 전부를 직접 구축·소유하기 보다는 통신사나 포털에서 빌려 쓰는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은 자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미래의 데이터센터들은 지금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양의 트래픽을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2015년에는 전체 IT 프로젝트의 70%가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최근 아태지역 CIO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이미 가상화에 투자하고 있거나, 12개월 안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단말의 급증도 데이터센터의 트래픽 급증을 불러 올 중요한 요인입니다. PC가 있는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데이터 트래픽보다 이동 중 개인의 손 안에서 유발되는 데이터 트래픽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이면 모바일 단말이 유선 단말의 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 즈음이면 4G 네트워크가 완전히 안정화될 테니, 그야말로 모바일 브로드밴드, 퍼스널 브로드밴드 시대가 되는 것입니다.
주니퍼는 지난 해부터 기업들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환을 뒷받침하고자 ‘3-2-1’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전략을 드라이브해왔습니다. 코어-디스트리뷰션-액세스의 3계층 네트워크 구조를 점차 단순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주니퍼는 2008년 첫 스위치를 발표할 때 ‘버추얼 섀시’라는 기능을 발표해 이미 네트워크 구조를 2계층으로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하나의 계층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스트라투스 프로젝트(Project Stratus)’를 진행해왔는데, 이번에 발표한 QXF 3500은 스트라투스 프로젝트의 3개 컴포넌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QFX3500은 노드 장비이고, 3분기에는 패브릭 시스템인 ‘QF 인터커넥트’와 제어 시스템 ‘QF 디렉터’가 발표됩니다.
스위치를 최대 6,000 대까지 연결해 기존의 수 테라바이트(TB) 패브릭이 아니라, 수백 TB의 패브릭을 만들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스위치를 만듦으로써,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의 복잡성을 극도로 단순화시키겠다는 것이 주니퍼 전략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주니퍼는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Q패브릭에 연결된 스위치를 하나의 스위치처럼 운용·제어·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스위치 용량만 하나로 연결하는 것으로는 ‘IT 운영비용 절감’이 최대 과제인 현 시대 기업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용량’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존의 규모를 뛰어넘는 새로운 네트워크 장비는 일정 시기를 두고 늘 등장해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굳이 이렇게까지 큰 장비를 만들 필요가 있나? 시장에서 굳이 이러한 규모를 원하기는 하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에 인터넷 트래픽이 그토록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리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 했던 것처럼,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얼마나 커질 지 또한 예측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이제 겨우, 아주 조금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벤더들이 네트워크의 단계를 줄이고, 관리·제어를 최대한 단순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니퍼는 그 가운데서 반 발자국 정도 앞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마 뒷면 다른 네트워크 벤더들도 이런 흐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통신사가 더 방대한 네트워크를 더욱 단순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니까 말입니다. 주니퍼의 이번 발표가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이 없는, 그야말로 사족(蛇足)이 될 것 같아 언급해야 될지를 고민했는데,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이 점점 좋아져서 통신사들이 더욱 저렴한 비용과 노력으로 더 강력하고 안정된 네트워크를 운영하게 된다고 해도 통신서비스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이 내려가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오로지 대형 통신사에게만 유리한 통신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 통신사를 온실 속 화초처럼 극진히 보호하는 정책 아래서는 제대로 된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힘들고, 그렇게 되면 서비스가 나아지거나, 통신비가 내려갈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이번처럼 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통신요금을 내리라고 압박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어찌 되었든, 네트워크 벤더들이 얘기하는 대로, 네트워크의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하나의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가 극도로 단순해지는 네트워크가 안정되게 운영된다면, 통신사의 수익이 늘어날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되느냐 하는 것은 네트워크 기술과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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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