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걷던 CDN, 클라우드 타고 재도약하나?
【사람중심】 한 동안 침체기를 겪던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내리막길을 걷던 CDN 시장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열기 속에 네트워크 성능과 투자 유연성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원격지를 연결해 데이터 전송의 품질을 보장해주는 CDN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경쟁 심각, 통신사·대기업 횡포까지
국내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극심한 가격경쟁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문 업체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다, 업체들의 서비스에 확실한 차별화가 적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얘기됩니다. 여기에 일부 통신사업자가 가세하게 되면서 ‘도대체 CDN 서비스 이용료의 하한선이 어디냐?’는 한숨 섞인 목소리마저 흘러나왔습니다.
이들 통신사 중 일부는 자사 망을 빌려 쓰는 CDN 서비스 업체들 보다 더 낮은 가격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실종됐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자사의 고객이 활동하는 시장에 뛰어들어, 그 고객의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한 것입니다.
고객인 대기업들의 횡포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얼마 전 모 방송사는 CDN 서비스 공급자 선정을 위해 업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상적인 경쟁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공급업체의 서비스 이용료를 낮추기 위해 여러 업체들을 불러 모아 가격 경쟁을 조장한 것입니다. 불황인 가운데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CDN 전문업체들은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CDN 전문업체들이 조금씩 기운을 되찾고 있습니다. IT의 새로운 바람이 CDN 업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새로운 바람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관건은 ‘네트워크 품질’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전사회적인 관심사입니다. 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여러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기업의 IT 시스템과 데이터를 원격지에서 빌려다 쓰는 방식’이 그 표현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원격지에서 가져다 쓴다’ 즉, 사무실이 있는 같은 빌딩 안의 전산실이나, 전용회선으로 연결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공중망에 연결된 어떤 장소에서 가져다 쓴다는 IT 사용 방식의 특성상 ‘네트워크 품질’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시스템과 정보에 접속해서 쓸 때 바로 곁에 두는 것과 다름없는 안정성과 성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가치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네트워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이 다른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능·안정성에서 네트워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서 마냥 네트워크 사용량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이점 가운데 하나인 ‘비용 절감’의 효과가 그만큼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CDN의 DNA 클라우드
CDN 기술은 이러한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CDN 기술은 똑똑한 정책을 세워 한정된 네트워크 대역폭의 활용도를 높여주고, 캐싱 등의 기능을 이용해 데이터를 더욱 빨리 가져올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입니다. 원격지의 시스템·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안성맞춤인 것이죠.
CDN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전체 네트워크의 교통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가장 흐름이 좋은 곳으로 데이터를 보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직접 네트워크에 투자하지 않고도 전체 네트워크 가운데서 가장 빠른 경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방식의 네트워킹입니다. 태생 자체가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네트워킹 기술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CDN 전문업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해 자사를 어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들은 “캐싱이나 웹스토리지 등 기존 서비스 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CDN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 요소이기에 시장의 관심도 크고 어필할 요소도 많이 있다”고 말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될수록 시장 전망이 더욱 밝다는 점도 CDN 전문업체들에게 큰 매력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나, 한 기업 안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더욱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는 것 모두 네트워크 사용량을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동 업무가 많아지면서 클라우드 서버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모바일 단말에서 이용하는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 CDN 전문업체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실시간 콘텐츠 스트리밍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CDN 도약'의 기회
그러나 새로운 기회가 되는 이 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통신사들이 CDN 방식의 네트워크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전국에 그물처럼 네트워크를 깔아놓은 통신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클라우드 컴퓨팅+CDN’ 통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더 나을 것입니다. 주니퍼네트웍스 등은 통신사가 아카마이 같은 CDN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바람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는 WAN 가속기 전문업체들도 경계 대상입니다. WAN 가속기는 원래 원격지 지사·지점 사이에 한정된 네트워크 대역폭만으로도 접속 품질을 보장해주는 장비입니다. 아직은 대기업들이 흩어진 데이터센터를 하나로 모아서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직접 구매해 자사 네트워크에 설치하는 WAN 가속기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 WAN 가속기 업체는 네트워크 가시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중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네트워크 기술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CDN 전문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고, 다른 경쟁자군 못지않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1차적인 경쟁자인 WAN 가속기와 비교하면 ‘서비스’라는 특성은 역시나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게 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더욱 잘 어울린다는 것이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클라우드 방식’이라는 태생적인 아키텍처를 지니고 있는 CDN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은 CDN 서비스가 과거 ‘인터넷에서의 콘텐츠 서비스’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누렸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