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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3 발표 임박…CES 이어 MWC도 애플 한파?

@사람중심 2012. 2. 15. 09:02

[사람중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는다’는 얘기는 너무 유명합니다.

위나라의 사마중달은 오장원 싸움에서 촉나라의 공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그것이 함정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퇴각하던 촉군을 쫓던 위군은 촉군이 ‘한승상무향후제갈량(漢丞相武鄕侯諸葛亮)’이라는 깃발을 단 수레와 함께 반격해오자, 계략에 빠졌다고 생각해 줄행랑을 놓아 버립니다. 공명이 생전에 만든 계략이 죽고 나서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죠.

평생 제갈공명을 뛰어넘지 못하다가 제갈공명 사후에도 크게 수모를 겪는 사마중달의 모습은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데, 현실에서는 그 보다 더한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어떤 소설보다 냉혹하다’고 했던가요?


무선통신 분야 세계 최고의 축제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 행사가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애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양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패드3가 행사 기간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보급형 아이폰은 MWC 행사기간에 정식 출시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아이패드2가 발표되면서 MWC에서 새 단말을 발표하고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단말 제조사들은 올해도 들러리를 서게 되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패드는 3월에 정식 출시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습니다. IT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통 아이패드3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양과 디자인이 공개된다면 MWC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지 모릅니다. 여기다, 저가의 보급형 아이폰까지 출시된다면 MWC 기간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발표하는 제조사들은 싸움에 참가하지도 않은 적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는 형국이 벌어질 수도 있겠네요. 포춘지는 ‘애플이 이번 전시회를 공중납치(hijacks)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MWC에서 갤럭시 S3를 발표하려던 삼성전자는 아이패드3 대항마로 갤럭시탭11.6을 공개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하고, 세계 최초의 쿼드코어폰을 발표하는 LG전자는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3 발표를 미루게 되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2에서도 IT 기업들은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애플이 가장 껄끄러운 경쟁자였습니다.

인텔은 애플의 맥북 시리즈를 겨냥한 울트라북 및 아이폰은 닮은 프로토타입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고, 퀄컴 또한 태블릿PC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스마트TV 역시 애플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가 관심사였고, 또 다른 관심사였던 ‘앱’ 역시 애플 앱스토어와 비교를 당해야 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부터는 CES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처럼 자체 행사를 통해 제품과 전략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차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넥서스 프라임’의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구글과 삼성전자가 공동개발한 이 단말은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것으로 이후 안드로이드폰이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를 제시하는 모델이었기에, 발표 연기 소식이 나오자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넥서스 프라임 발표 연기는 당연히 경쟁사 대표가 사망한 것에 애도를 표하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언론과 소비자의 관심이 온통 스티브 잡스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제품을 발표해 봐야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애플은 적어도 단말 분야의 모든 기업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애플의 2010년 매출은 삼성전자의 절반도 안 됐지만, 영업이익은 30% 이상 많았습니다. 2011년에는 매출이 삼성전자의 70% 선까지 올라왔고, 영업이익은 2배가 훨씬 넘었습니다. 내년에는 매출도 90%대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합니다. 무기라고는 PC와 스마트폰, MP3플레이어뿐인 회사의 실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자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스티브 잡스 사망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실적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심리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습니다. 모 언론이 이 내용을 기사로 실으면서 “스티브 잡스 사망, 국내 스마트폰 경쟁력에는 도움”이라는 제목을 내걸어 비난을 산 바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생전에는 애플을 향한 평가가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것 일색이었습니다. 매우 특이하고, 매우 똑똑한 CEO가 있어서 애플이 계속 혁신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보통의 기업주들과 다른 스티브 잡스의 경영방식은 때로는창의성으로, 때로는 기행으로 얘기되기도 했습니다.

경쟁사들로서는 스티브 잡스 사망이 애플에게 심리적으로든 전략적으로든 여파를 미치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당연한 기대감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새제품 소식이 여전히 업계를 강타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무수히 많은 광고의 유혹을 견디며 애플의 다음 제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말 제조사들은 스티브 잡스 이후 또 어떤 충격이 생겨서 애플의 혁신이 한풀 꺽이기를 기대해야 할까요? 더 많은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면 좀 나아질까요? 그래서는 영원히 ‘죽은 공명에게 놀라 도망가는 중달’의 꼴을 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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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