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of Everything을 구현하는 플랫폼, 네트워크
[사람중심] 신용카드, 대형쇼핑몰, 구글, 닌텐도DS...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쓰임새는 서로 다르지만, 저마다의 영역에서 게임의 법칙을 바꾼 주인공, ‘혁신’의 아이콘들입니다.
신용카드는 지난 100년 간 금융산업에서 가장 큰 혁신은 신용카드가 아닐까요?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에도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10곳의 상점을 들러 구매를 하려면 지불하기에 충분한 현금(아니면 금?)을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봉건시대의 양반·귀족이라면 돈주머니를 하인에게 들려 물건값을 치르게 했겠지만, 현대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죠. 신용카드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훨씬 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대형쇼핑몰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심에 길게 늘어서 있던 상점들을 한데 모아놓았을 뿐이었죠. 하지만 여러 상점을 일일이 들러 물건을 살펴본 뒤 구매를 결정하고, 해당 상점에서 제각각 결제를 해야 됐던 고객은 한곳의 상점만 들르면 원하는 물건들을 비교한 뒤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물건 값도 한꺼번에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전자오락실. 원하는 게임기 앞에 아이들이 늘어서 있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자신의 차례를 표시하듯 게임기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려야 했죠. 닌텐도DS는 이 같은 게임 이용 방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원하는 여러 종류의 게임을 자신의 게임기에 담아두고서 언제든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TV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방송사에서 뿌려주는 광고를 무조건 바라보고 있어야 됐지만, 구글은 오랜 광고 노출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고객에게 인기가 있는 광고를 가장 먼저 보여주거나, 해당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1929년 첫 방송을 송출한 TV가 끊임없는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결코 해내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신용카드, 대형쇼핑몰, 닌텐도DS, 구글의 인터넷광고는 새로운 상품이거나 방식입니다. 기존의 방식을 더 쉽게, 더 효율성 높게, 더 간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해당 분야의 시장이 움직이는 법칙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신용카드가, 대형쇼핑몰이 단순히 새로운 상품이나, 방식상의 변화가 아니라 ‘플랫폼’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플랫폼의 변화는 항상 세상을 바꾸어 왔습니다.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일 수도 있고, 생산성의 혁신이나, 편리함의 극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복잡해지는 IT, 중요해지는 역할
IT에서 플랫폼은 어떤 것일까요? 최근에는 카카오톡이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불리기도 하고, 스마트TV를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B2C IT 분야에서 플랫폼은 이처럼 콘텐츠·서비스의 포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B2B IT, 다시 말해 기업용 IT에서 플랫폼은 조금 다른 개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B2B IT에서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단말(PC)이나, 데이터를 정리해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저장된 데이터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버 등이 플랫폼으로 불렸습니다. ‘그 장치·SW 역할·비중이 다른 장치에 비해 얼마나 큰가?’하는 점이 플랫폼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버나 DB가 다른 컴퓨팅 시스템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 보다 역할이 크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죠.
그런데 지금처럼 IT가 복잡해지고 용도가 다양해지는 시대에도 데이터를 모아서 가지고 있거나, 꺼내 쓰는 통로이기만 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이 게임의 법칙을 좌우하는 플랫폼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일까요?
디지털 시대에 IT는 비즈니스 인프라이면서 또한 비즈니스 플랫폼이어야 합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의 당연한 선택으로 주목받고,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고도화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건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IT가 비즈니스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시대가 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네트워크입니다. 회사 건물 내부에 있던 IT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회사 밖의 데이터센터에 있더라도 이전과 똑같은 성능을 발휘해야 하고, 천재지변으로 회사의 데이터센터가 파괴되더라도 단 몇 초 만에 수백km 떨어진 또 다른 데이터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버나 가상화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네트워크 분야의 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스코의 새로운 목표는 ‘애플리케이션’
6월 마지막주에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Cisco Live)’ 행사는 네트워크가 플랫폼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중심 인프라(Application-Centric Infrastructure, ACI)’라는 네트워킹 아키텍처 비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업무 환경의 변화(클라우드 컴퓨팅, 이동성, 분산 컴퓨팅)를 수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데이터센터를 혁신하는 방안입니다.
물리 환경과 가상 환경에서 제공되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인프라의 증대를 필요로 하는 비디오 애플리케이션,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빅데이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IT 환경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경연장입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여러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되고(그것도 물리 환경과 가상 환경 모두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이용자에게 전달됩니다. 당연히 인프라의 복잡성이 커지고, 관리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화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의 IT를 혁신하고 비즈니스에 민첩성과 효율성을 제공하고자 고안된 것이지만, 이처럼 복잡성이 증대되어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CPU의 속도나 읽기/쓰기의 속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비즈니스 인프라로서의 IT'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스코의 ACI는 통일된 관리 정책을 바탕으로 IT 리소스 풀 전체를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프로비저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IT가 처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ACI 아키텍처는 시스코와 시스코가 지난해 투자한 인시에미네트웍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인시에미는 하반기에 ACS(애플리케이션 센트릭 시스템)라는 하드웨어를 출시할 예정인데, 네트워크와 앱, 보안을 통합 관리하는 장비입니다.
ACS는 일반적인 네트워크 장비로도 쓸 수 있지만, 공동 정책을 적용하면 하이퍼바이저, 네트워크 인프라, 네트워크 서비스에 통합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기존 장비들과 다른 점입니다. 가상서버 관리, 네트워크 인프라 관리, 네트워크 서비스(로드밸런싱, 트러블 슈팅, 실시간 트래픽 모니터링 등) 관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이 같은 통합관리를 할 수는 있지만, 각 장비를 연결하는 별도의 게이트웨이들이 필요한 형편입니다.
모든 인프라·애플리케이션을 완벽히 통합·제어하는 네트워크
시스코의 ACI 아키텍처는 완전 자동화 기능과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배치 속도를 줄여줍니다. 또, 물리·가상·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해 단일 환경인 것처럼 확장할 수 있고, 가시성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다양한 환경의 IT 인프라 위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뒤섞여 있지만, 마치 단일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처럼 통합 모니터링·관리를 구현하는 이러한 시도를 시스코는 지난 2009년 빌딩통합관리시스템 ‘미디에이터(Mediator)’에서 보여주었습니다. 미디에이터는 빌딩의 조명, 전기, 보안, 냉난방, 통신, 환기 등에 쓰이는 300여가지 프로토콜을 지원하는데,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시스템의 모니터링 및 관리를 통합해서 ‘지능형 커넥티드 빌딩’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입니다. 빌딩 관리 분야에서는 단연 ‘플랫폼의 혁신’이라 부를만 합니다.)
이처럼 인프라와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CAPEX, OPEX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통합된 가시성은 기업이 미래의 애플리케이션·서비스 시나리오를 예측해 필요한 투자를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데이터센터 전략을 위해 시스코는 자사의 네트워크 아키텍처(유니파이드 패브릭 아키텍처)를 Spine과 Leaf 두 계층으로 단순화시켜 관리·운용이 쉽고, 쉽게 프로비저닝할 수 있으며, 확장성이 뛰어나고, 레이턴시는 없는 네트워크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네트워크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다이나믹 패브릭 오토메이션(DFA)' 기술과 40G/100G 확장성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용 스위치 ‘넥서스 7700 시리즈’도 발표했습니다.
시스코는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방식이 혁신이 느리기 때문에 비즈니스 센터로써 데이터센터에 요구되는 단순화, 민첩성, 가시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네트워크 가상화로 민첩성은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지만, 복잡성을 줄이거나 가시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이 네트워크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ACI 아키텍처입니다.
통신에 연결될 170억개의 기기…네트워크를 주목하라!
‘ACI’를 기반으로 관리의 단순성과 애플리케이션 가시성을 구현하고, 시스코 ‘ONE(Open Network Enviornment)‘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현해 민첩성과 확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시스코의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두 아키텍처로 구현된 데이터센터는 결국 시스코가 얘기하는 IoT(Internet of Everything)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시스코가 그리는 그림이 아닐까요?
시스코는 최근 빅데이터와 관련한 전략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Data in Motion’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각종 기기와 센서, 비디오 콘텐츠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해 데이터들 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로 이용자·기기의 움직임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함으로써 진정한 'Internet of Everything'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고, 완전히 통합·자동화되어 민첩하게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결국 고객에게 어떤 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해야 될지 판단하고, 제공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서비스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IT의 플랫폼을 넘어, 비즈니스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요? 시스코가 얘기하는 비전은 완벽하게 구현이 될까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화는 분명 네트워크에 강한 기업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2017년이면 통신 기능을 가진 기기가 170억개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 기기는 모두 고객의 취향과 행동양식을 파악하는 센서가 될 것이고, 이들 센서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바로 네트워크입니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네트워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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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