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자동차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비, 엔진, 디자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들어 한 가지 주목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IVI라고 하는 것입니다.
IVI(In-Vehicle Infotainment)는 차량 내부에서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면, IVI는 자동차의 지능(두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원래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달리는 운송수단이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는 차량 내부에서 좀 더 편안한 휴식을 즐기면서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 역할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IVI입니다.
올해 1월에 열린 CES 2011에서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가 큰 화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차량 내부의 컴퓨터와 인터넷이 연결되는 정도에 그쳤던 자동차가 많은 정보를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차량 내외부의 여러 기기들과 좀 더 쉽게 연결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IVI 시스템은 더 많은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차량 내부의 각종 전기 장치들과 연결되는 것은 물론, 외부의 통신망 및 운전자가 가진 각종 단말들과도 자동으로 연동될 수 있는 IVI가 요구되는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오디오를 켜서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노래를 듣거나, 노트북에 담겨 있는 영화 파일을 뒷좌석의 모니터에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이 때문에 미래형 IVI 시스템에서는 뉴스와 지도, 단말 관리, 네트워킹(블루투스 및 WiFi), 자동 인터넷 접속, LBS·SNS·텔레매틱스 서비스, 앱·콘텐츠 스토어 제공 및 빠른 부팅과 전력 관리가 중요한 기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IVI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움직임은 제니비(GENIVI)입니다. 이전까지는 IVI의 핵심이 되는 미들웨어를 각자 개발해왔는데, 더 똑똑한 IVI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어 표준화한 것이 제니비입니다.
제니비의 출발은 독일 자동차 기업 BMW에서 시작됐는데, 2006년부터 ‘통신 기술을 이용한 사용성’을 많이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BMW는 2006년 대부분의 주요 OS 업체와 칩 공급업체(인텔)을 모아놓고 “우리가 이러한 컨셉을 가지고 미래형 IVI를 만들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인텔에게 리눅스 전문업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임베디드 전문업체 윈드리버가 결합하게 됐습니다.
BMW는 혁신의 열의가 뜨거웠지만, IVI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는 계획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고, 2008년까지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MeeGo를 OS로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MeeGo는 노키아와 인텔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기반 모바일 운영체제인데, ‘개방형 표준’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기존에 모바일 통신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MeeGo의 장점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자동차에 꼭 필요한 특화된 사양들은 제니비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죠.
이후 자동차 분야의 주요 업체들이 IVI 컨소시엄을 만들고자 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가 제노바에서 열렸기에 표준의 이름이 GENIVI(Genova+IVI)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상반기 드디어 제니비 플랫폼 1.0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니비의 등장은 IVI 기술의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기존에는 각 자동차 회사들이 저마다 IVI 미들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 비용은 많이 들지만, 시장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기능들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니비를 채택하면 각 회사들은 특별한 사양이나, UI 같은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됩니다.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소모되는 것을 막을 수 lT고, 표준 플랫폼이 존재하니 애플리케이션도 훨씬 다양해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윈드리버코리아 김상모 부장은 “제니비의 탄생 배경이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플랫폼의 재사용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모바일과 자동차 플랫폼이 다른 것도 많지만, 겹치는 것도 많다. 그래서 80% 정도는 MeeGo를 가져다 쓰고, 모바일에 없는 20% 정도만 제니비에서 직접 코드를 짜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미고 기반의 제니비 플랫폼이 나온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니비 표준에 동참하는 멤버는 이미 100개 회사가 넘었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규모라고 하면 제니비에 쏟아지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을 비롯해 자동차 회사가 고객인 전자 기업, 실리콘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단말 제조사 등이 포함돼 있는데,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자동차 사업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니비 플랫폼을 채택한 자동차는 2012년 말~2013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대전화는 오픈소스를 적용했을 때 6개월 정도 지나면 제품이 나오지만, 자동차는 복잡한 시스템의 복합체이다 보니 대략 3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윈드리버 김상모 부장은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픈소스 기반의 IVI를 탑재한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1~2년 뒷면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기능을 지원하는데 내비게이션에 이런 기능들을 통합할 필요가 있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자동차 업체나 내비게이션 업체가 빌트인 내비게이션에 더 힘을 쏟아야 되는 이유라고 하네요. 내비게이션이 빌트인되야 하는 이유를 강화하려다 보니, 스마트폰 못지 않은 기능에다, 여러 단말과의 자유로운 접속을 지원하려는 것이죠.
자동차에 IVI가 탑재되는 비율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시장성이 있다 보니 제니비 같은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IVI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다음으로 많은 수가 공급된 기기입니다. 과연 자동차의 두뇌는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까요? 통신과 IT 기술 그리고 오픈소스가 자동차의 두뇌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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