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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휴대폰·태블릿... 안드로이드의 다음 도전은 ‘자동차’

【사람중심】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2009년 연말 최초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세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전세계 통신단말·가전기기 제조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오랜 기간 연마된 애플의 iOS에 대적할 유일한 모바일 OS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완성도나 안정성 측면에서는 iOS가 아직 앞서 있다고 하지만, 안드로이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오픈소스라는 장점 때문에 쓸만한 어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iOS용으로 개발된 어플들 가운데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것들은 발빠르게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출시가 되는 실정입니다.

안드로이드 OS는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자사전이나 PMP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들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면 통신 기능을 손쉽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위시한 가전 시장도 안드로이드의 인기가 높은 분야입니다.

이처럼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과 IT 업체들의 지지를 받는 안드로이드 OS가 최근 새로운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산업입니다.

자동차에는 IVI라고 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IVI는 In-Vehicle Infotainment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차량 내부에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면, IVI는 자동차의 지능(두뇌)이라고 할까요?

● IVI 표준화의 노력, 제니비*GENIVI)

자동차 업계는 그 동안 IVI 시스템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각 자동차 제조사마다 개별 IVI 시스템을 개발해서 써왔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만 했죠. 하지만 2006년 BMW가 인텔과 상의해 리눅스를 이용해 IVI을 검토한 것이 발단이 되어 오픈 플랫폼으로 IVI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제니비(GENIVI)인데, 2010년 상반기 1.0 버전이 나왔고 2~3년 뒷면 이 플랫폼이 적용된 자동차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모바일 단말용으로 개발된 미고(MeeGo) 플랫폼과 제니비를 결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픈 플랫폼을 만든다는 정신에 입각해 모바일 단말용으로 개발된 MeeGo의 기능 가운데 자동차에서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하고(80%), 자동차에 꼭 필요하지만 MeeGo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20%)만을 새로 개발해 제니비 플랫폼에 넣은 것입니다(미고나 제니비는 모두 미들웨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동차 업계가 오픈 플랫폼을 얼마나 갈망했는지는 제니비 표준에 동참하는 회원사가 이미 100개 회사가 넘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그것과 비슷한 규모이니까 말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을 비롯해 자동차 회사가 고객인 전자 기업, 반도체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단말 제조사 등이 포함돼 있는데,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자동차사업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니비는 IV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동력이 될 전망입니다. 각 자동차 회사들이 저마다 IVI 플랫폼을 개발할 때는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을 즉시 제공하기 어려웠지만, 제니비를 채택하면 자동차 회사들이 UI(사용자 환경)나 자사 특유의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만 차별화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PC 제조사들이 윈도 OS 위에 자신만의 UI나 애플리케이션을 차별화해 완제품을 내놓는 것처럼 말입니다.

● 제니비에 도전장을 내민 안드로이드

그런데, 오픈 플랫폼 기반 IVI 분야에서 최근 제니비에 도전장을 내민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안드로이드 OS입니다.


안드로이드 OS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것을 자동차 IVI에 적용하면 UI, 사용편의성,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특히 완성도는 현존하는 오픈 플랫폼 가운데 안드로이드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광범위한 에코시스템과 오픈 소스 기반이라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물론, 안드로이드 OS가 자동차 IVI용 플랫폼이 되기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존재합니다. 애초에 모바일 단말용으로 개발된 플랫폼이다 보니 자동차 쪽으로 가지고 오면 변경해야 될 사양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해 후진기어를 넣는 순간 후방카메라에 연결돼 내비게이션에 화면이 나타나야 됩니다. 그런데, 모바일용 플랫폼에서는 이렇게 즉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동차에서 후진기어를 넣으면 곧바로 내비게이션에 뒤쪽 화면을 비춰주는 반면, 휴대전화 배터리를 바꾼 뒤에 부팅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자가진단과 같은 기능도 안드로이드 OS에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기능입니다.

더욱 어려운 부분은 모바일 단말용으로 큰 장점을 가진 UI입니다. UI는 안드로이드 OS를 자동차 IVI에 적용하는 데 있어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윈드리버코리아 김상모 부장은 “역설적으로 UI가 너무 잘 되어 있고, 빨리 발전하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고민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자동차는 하나의 플랫폼이 적용된 자동차가 양산되기까지 최소 2~3년은 걸리는데,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IVI를 장착해서 자동차가 양산될 시점이 되면 이 자동차에서 제공되는 UI가 너무 올드 버전이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 자동차 특화기능 지원, 구글인증 등이 과제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서 이처럼 기대감이 큰 안드로이드 OC의 가장 큰 리스크는 구글이라고 하네요. 구글이 너무 바쁘다 보니 휴대폰 이외의 단말에 전력을 쏟을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자동차용으로 변형했을 때 구글로부터 인증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OS에 주목하는 이유는 광범위한 에코시스템이 다양한 기능과 단말을 만들어낼 것이고, 전세계에 퍼져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가장 강력한 컴퓨팅 기기로 발전한 스마트폰을 쉽게 연결해 스마트폰에서 보는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CPU나 메모리 저장용량이 떨어지는 낡은 내비게이션을 바꿀 필요 없이 스마트폰의 최신 지도를 내비게이션 화면에 연결만 해서 볼 수 있게 된다면, 굳이 내비게이션 새로 장만하느라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몇몇 기능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최근 음성 검색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는데, 이 기능은 자동차에 더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에서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음석 인식 기능이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DB(데이터베이스)가 내비게이션 안에 있기 때문인데, 내비게이션 DB의 한정된 데이터만으로는 음성 인식 기능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DB가 많아야 그만큼 세밀한 음성 검색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안드로이드에서 음성 검색을 하면 구글의 DB 서버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기 때문에 음성 검색 기능이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동차와 음성 검색 기능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자동차에 진보된 음성 인식 기능이 들어가면 그만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횟수를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오픈소스에 눈 뜬 자동차, ‘커넥티드 카’를 기대한다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2011 CES에서는 ‘커넥티드 카(connceted car)’가 화두였습니다. 자동차에 IVI가 탑재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성이 큰 분야입니다. 내비게이션 업계는 스마트폰에서 내비의 역할 거의 대부분을 대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일반기업, 통신, 모바일 다음으로 오픈 소스 도입이 빠른 분야라고 합니다. 수억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마트폰, 1~2억대 규모로 알려진 TV를 넘어 매년 수천만대가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오픈 소스의 가장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자동차 시동을 거는 순간 휴대전화와 자동차가 통신을 시작하고, 스마트폰·노트북에 저장된 영화를 뒷자리에서 영화로 볼 수도 있고, 스스로 지역을 인식해 주변의 상점 정보를 알려주는 이런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다양한 에코시스템 및 광범위한 앱스토어가 갖춰져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안드로이드는 자동차 업계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플랫폼입니다.

안드로이드 OS는 애플만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똑똑한 휴대전화’를 모든 휴대전화 제조사가 내놓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자동차를 제2의 생활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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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