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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국산 스마트폰 vs. 아이폰, 엇갈린 팬심

【사람중심】최근 두 개의 기사를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하나는 국산 스마트폰 사이의 최고 성능 경쟁과 관련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애플의 국내 직영 AS센터 설립 무산과 관련해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이 두 기사는 매우 많은 댓글을 양산했는데, 기사의 논조와 댓글의 논조가 확연히 다른 기이한 현상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와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지난 7월 8일, 한 신문기사에서 국내 휴대전화 제조 3사의 최신 스마트폰 속도와 관련된 논쟁을 다루었습니다.

“LG전자가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 3D’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 2’, 팬택의 ‘베가 레이서’ 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하자, 삼성전자와 팬택이 발끈하고 나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보니, 3사 모두 자사 최신 스마트폰이 가장 빠르다는 입장입니다. LG전자는 ‘스마트 벤치 2011’을 구동시킨 결과 자사가 2638점, 삼성전자가 2198점, 팬택은 1929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IT 전문매체 엔가젯의 벤치마크에서 최고점을 기록했고, 영국 IT 매체 모바일초이스의 평가에서도 5점 만점을 받았다고 대응을 했습니다. 팬택도 할 말이 있습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안투투(ANTUTU)로 조사한 결과 ‘베가 레이서’는 4600~4700점을 얻어 ‘갤럭시S 2’의 4300~4400점을 앞섰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CPU가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OS 최적화나 주변 하드웨어 성능, 안정성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3사 모두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결과를 주장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가 되기도 힘듭니다.


“스마트폰, 달리기 잘한다고 머리 좋냐?”

이 기사에는 굉장히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에 쏟아지는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이겠죠. 그런데, 댓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싸늘한 팬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중요하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이더군요.

3사의 속도 논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댓글들의 요지는 ‘하드웨어 사양만 가지고 경쟁하면 뭐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클럭수만 가지고 뭐가 빠르네 하고 있네(threegates)’, ‘3사 모두 문제의 핵심이 뭔질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셋 다 콘텐츠나 신경써라(snowpatrol)’, ‘속도가 아니라 감성과 컨텐츠를 보강해야지(LUOMOO)’ 등의 댓글에 추천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댓글들 가운데 최고는 ‘빨리 달린다고 머리 좋은 거냐?(Newworld)’였습니다.

속도를 내세우면서 안정성에서는 신뢰를 못 받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안정성도 신경쓰길...(sanji)’, ‘우리 제품은 빠'르'게' 튕긴다!~(지금 상황에선 다음과 같은 말이 정답)’, ‘최적화가 안 되면 속도 안 나옴. 아이폰이 좋은 건 최적화 때문(이게웬떡)’ 등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속도 경쟁 기사의 댓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은 기존 제품 관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기존 제품들 진저브레드는 언제 업데이트 해줄래? 새 제품만 찍어낼 생각하지 말고 기존제품 관리나 좀 해주라. 그래서 니네들 껄 안 사는 거야 관리를 안 해주고 버리니깐(show me the money)’, ‘소비자가 뭘 원하는데? 사후관리 좀 해라. 최적화에 업그레이드 좀 충실히 해라. 안 그러면 너희는 만년 3류다(연금술사)’, ‘속도 경쟁에만 열 올리지 말고 기존 제품들 업그레이드하고 사후 관리나 좀 잘해줘라. LG, 팬택은 기존 제품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 일정도 제대로 못 내놓으면서 뭔놈의 기술이며 속도며 앞서 있다고 난리치냐? 삼성은 옴니아 시리즈 그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놓고(고양이)’ 등 불만이 매우 높았습니다. ‘속도 싸움 작작하고 요금제 싸움 좀 해라(이호기)’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자체 OS를 갖지 못한 것과 관련된 댓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의 스펙이 좋을수록 좋은 건 사실이다. 근데, 자체 없으니, 오로지 스펙만으로 광고를 해대는 국내 기업들. 안타까울 따름(nucleophile)’, ‘알았어 뭐가 빠른지 헷갈리니까 난 그냥 느린 아이폰 쓸게(shadow)’, ‘다들 그만 싸우시고 아이폰5 출시, 대비하세요(김종만)’.


“그렇게 홀대 받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이런 댓글을 유심히 읽고 난 며칠 뒤 애플의 AS 정책과 관련된 보도가 나왔습니다. “애플이 전세계 애플스토어 추가 개설 계획을 밝히면서 또다시 한국을 제외한 것을 계기로 ‘한국 홀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익이 최소 6,0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애플이 국내에 AS 센터가 없다는 것은 분명 지적을 받을 만한 사항입니다.

애플이 직접 제공하는 AS는 애플스토어 안에 있는 ‘지니어스바’에서 이뤄지는데, 고장 시 수리한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리퍼)이 아니라, 부분 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AS가 훨씬 개선되는 것입니다. 이런 애플스토어가 전세계 330개나 있지만,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언론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와 관련된 한 신문기사의 댓글을 추천순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댓글 중 추천 1위는 ‘고장이 안나도 손도 못대는 옴니아(박성민)’이었고, 2위는 ‘애플 탓도 있겠지만 기자가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다. 2007년부터 세계에 아이폰 바람이 불 때 우리나라 언론과 기업들이 애플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나. SK·삼성이 못 들어오게 하려고 얼마나 방해를 했는지 생각해봐라. 아이폰 들여온 후로도 언론과 대기업은 애플 제품 깎아내리는 기사만 쏟아냈다. 애플이 한국을 홀대하는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다(굿커뮤니티)’, 3위는 ‘이래서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애플같은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있어야 하는데. 자국민 등처 먹고 나가서, 인심 쓰고(아삽)’였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언론의 기사와 우리 기업의 행태에 불신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AS가 부실하다는 기사인데, 댓글은 오히려 애플의 AS 정책을 칭찬하는 내용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4위는 ‘이건 뭐 고장이 나야지 AS를 받으러 가지(senti)’, 5위는 ‘아이폰처럼 AS 확실한 제품을 나는 본적이 없다. 전에 안테나문제로 시끄러울 때 애플 어떻게 AS 하던가? 최고책임자 스티브잡스가 직접 나와 문제점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3만원 상당의 케이스를 무상으로 일괄지급하고, 그것도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AS 잘 해준다는 다른 스마트폰 회사는 어떻게 문제점에 대응하던가? 수십만 명이 아직도 적절한 보상을 못 받아서 안티군단을 형성하고 있다(senti)’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나 언론이 애플에 불이익을 줬기 때문에 홀대를 받는다는 지적도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애플보단 우리 나라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 들어오고 싶어도 막아대니까 그렇겠지(pianist)’, ‘대한민국+삼성+SK+조중동 협력해서 애플 죽이기 하는데, 애플이 뭐가 좋아서 잘해주냐? 오히려 국민들만 피해주게 만들어놓고, 옴니아 이야기 좀 많이 좀 써봐라(가로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정 신문사 기사의 댓글들이었지만, 이 기사가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 가운데 가장 댓글이 많았기에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심정이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추천수 1위부터 10위까지 댓글 가운데 애플의 AS 정책을 나무라는 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느냐에 관계없이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태토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국내 기업 싸고돌기가 이러한 문제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원인 제공을 했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스마트폰’을 다투는 우리 기업들의 기사에 쏟아진 사용자들의 냉소, ‘애플의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기사에 쏟아지는 네티즌들의 우리 정부·기업 비판. 이 아이러니한 두 가지 상황을 보면서, 정부나 언론들의 생각과 실 사용자들의 생각에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가 애플에 맹목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어서,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애플을 싸고 도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나 정부가 애플을 싸고돌지 않는데도, 사용자들 스스로 그렇게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이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아무리 속도가 빨라지고, AS센터가 많아져도 사용자들의 평가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