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최근 주요 IT 기업의 매출 추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습니다. 2010년 실적과 2011년 예상치 그리고 2012년 예상치를 보여주는 해외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국내 언론들이 비중 있게 다룬 것은 역시 삼성전자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도 그랬고, 2011년에도, 2012년에도 전세계 IT·전자 기업 가운데 매출 1위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예상 매출 1,486억 달러). 2위권인 HP나 IBM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각 기업별로 2011년 실적을 정확히 발표해야 확실한 비교가 되겠지만,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예상 영업이익 146억 달러).
국내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1위가 확실시된다’, ‘2위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영업이익 규모에서 세계 5위권’이라거나, ‘몇 년 안에 영업 이익면에서도 세계 선두업체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주목받는 삼성전자의 매출, 외면당하는 영업이익률
그런데, 이 같은 기사들을 보면서 좀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젓이 표를 소개해 놓으면 누구나 느끼게 될 만한 내용을 그 기사들은 다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매출의 1/10 수준입니다. 이는 2위인 HP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MS와 비교하면 이들의 실적은 매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많이 팔면 좋다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한 블로거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CES 2012 현장을 둘러보고 “일본은 힘이 빠졌고, 중국은 멀었다”고 한 이건희 회장의 평가가 공허할 뿐입니다.
애플은 매출 1,082억 달러에 영업이익이 338억 달러나 됩니다. 31.2%의 영업이익률입니다. 매출이 삼성전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이익은 272억 달러로 매출의 38.9%나 됩니다. 삼성전자의 두 배 가까운 영업이익이죠. 구글은 매출이 293억 달러인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86% 가까이 됩니다(이익률은 무려 42.7%!). 표에 거론된 9개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 보다 낮은 기업은 HP밖에 없네요. 화려한 ‘매출 규모’ 이면의 ‘수익’ 문제는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것일까요?
CES 2012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입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의 주목도가 조금 더 높기는 하겠지만, 전세계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실로 막강합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발표한 제품 하나하나,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톱기사로 다루어지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익률을 높일 것인지를 다루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들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뿐입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세계의 주요 IT 기업들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많이 낮은데 어떻게 개선하겠는가?’라는 질문 정도는 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삼성전자 휴대전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지만, 외국에서는 싸다고 생각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과 어떤 상관관계는 없을까?’라고 묻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죠.
오로지 한 방향…보고 싶은 것만 본다?
우리 언론은 유독 삼성전자에 관대합니다. 물론, 우리 기업에 관대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은 발언 하나까지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해 앞을 다퉈 보고하면서, 눈에 보이는 현상은 외면하는 것이 삼성전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자아도취에나 도움이 되었지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일개 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이처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던데, 기사 비중으로 보면 그 보다 훨씬 비중이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CES가 끝나고 약 한달 뒷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가 열립니다. 1년 중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발표한 제품들을 들고 나갈 것입니다. 물론, LTE 장비도 출품하겠지만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장비가 세계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MWC에서도 삼성전자가 유독 주목받은 것처럼 소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전 MWC를 참관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유수의 통신장비 제조사들이 MWC에서 LTE 기술·장비를 앞다퉈 발표하는 것을 보고 ‘LTE 시스템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기사를 게재한 날 저녁에 모 통신장비 업체 임원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호텔로 찾아갈 테니 맥주나 한잔 하자’는 내용이었는데, 그 임원은 바르셀로나에 있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한국에 있다”고 했더니 제가 현지에 있는 줄 알았답니다. “MWC가 온통 LTE 이야기뿐인데, 한국 언론들은 모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휴대폰 기사만 쓰더라. 그러던 차에 LTE 기사가 났길래, 참관하고 있는 줄 알았다”는 거죠. 이동통신 강국이라고 자부하지만, 1년 중 가장 중요한 이동통신 국제행사의 핵심 주제는 기사로 만나보기가 힘듭니다. 삼성전자가 이동통신 기술 발표·전시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LTE 경쟁이 본격화됐으니 올해는 좀 바뀔까요? 아니면, LTE 스마트폰 얘기로 도배가 될까요?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12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바다’를 인텔과 함께 개발 중인 새 모바일 OS ‘티젠’과 결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OS 모두 리눅스 기반이고 티젠 OS에서 기존 바다 OS용 앱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바일 OS와 관련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던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가 ‘탈 하드웨어’를 제대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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