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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방통대군 사퇴…잘못 없지만 떠난다?

[사람중심] 지난주 방송통신 업계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금요일 오후 4시에 터져나온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 기자회견입니다. 현 정권의 넘버3로 ‘방통대군’으로 불리기도 했던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는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는지 모릅니다. ‘최시중의 양아들’, ‘방송통신업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정용욱 전 보좌역의 각종 비리로 이미 설 자리를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정용욱 전 보좌역은 우리나라와 범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입니다.

최시중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눈에 띠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블로거 개인이 쓴 것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언론의 기사를 무색케 합니다. 최시중 위원장의 4년간을 ‘총정리’하는 글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조금 부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지만, “잘못이 없지만 그만둔다”는 기자회견의 요지와 달리 4년 간 많은 논란과 의혹을 만들어 냈고, 일반적인 내용은 기사를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을 한번쯤 접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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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군’ 사퇴, ‘최시중 4년’을 돌아보니

 

물러나는 '방통대군'. 사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와 그의 측근을 둘러싼 무성한 의혹은 모두 밝혀져야 한다. 

 

최시중. 그는 MB정권을 탄생시킨 1등 공신이다. 이상득 의원과 동기동창이어서 MB는 그를 오랫동안 ‘형님’으로 또한 정치적 멘토로 모셨다.

 

MB 당선 1등공신 최시중, 방통위 선택한 이유

 

MB 당선 직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해 만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만들어졌다. 방통위의 권한은 막강하다. 방송, 통신, 주파수를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며 방송과 전기통신 사업자의 인허가권부터 방송통신 관련 규제와 심의권까지 방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MB정권의 ‘산실’이었던 6인회의 핵심이자 MB의 멘토인 그가 더 근사한 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방통위를 선택했을까? MB정권은 애초부터 방송통신 분야를 국가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정권 색깔을 씻어 내고 네오콘과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보수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언론장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수신문들과 대기업에게 방송 진출의 길을 열어줘 여론 편중을 강화하기 위한 종편도 밀어붙여야할 과제였다. 따라서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과 통신을 움직이려면 이게 걸맞는 막강한 기구가 필요했고, 대통령과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을 그 기구의 책임자로 앉혀야만 했다.

 

억울하다? 눈살 찌푸리게 만든 그의 말과 태도

 

4년 동안 방송 통신 정책을 쥐락펴락 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방통대군 최시중’이 어제(27일) 사퇴했다. 최측근 비리와 국회 돈봉투 살포 의혹 때문에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태도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그의 표정과 말투는 한마디로 ‘억울하다’였다. 측근비리를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말은 또 말을 낳는다. 말은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 듯하게 만든다”고 대답했다.

 

또 “저의 퇴임이 방통위가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자신과 그의 양아들 정용욱을 둘러싼 의혹들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 단지 외부의 편견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점을 애둘러 강조했다.

 

그는 또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고 말하면서 “20~30년 후 먹거리가 될 방송통신 사업의 초석을 다지고자 일했다”며 재임기간 동안의 평가에 대해서는 “역사에 맡긴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통위 4년’, 무엇을 했나?

 

외부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물러간다는 최시중. 그간 어떤 일을 했을까? 

 

재임 4년간 남긴 족적을 간단히 정리하면 ‘편파성’과 ‘시대적 역행’이다. 국민을 위해서 일했다기보다 MB정권과 정권과 가까운 특정세력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흔적만 두드러질 뿐이다.

 

 

그의 ‘역작’ 두 가지를 꼽으라면 ‘종편’과 ‘방송장악’. 엄청난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해 ‘종편’을 탄생시켰다. 방송언론분야의 ‘4대강 사업’인 ‘종편’은 보수신문인 조선, 동아, 중앙과 대기업에게 아예 대놓고 특혜를 준 셈이다.

 

또 하나의 역점사업은 구본홍, 김인규, 김재철 등 이명박 대선 캠프 언론 특보들을 낙하산을 태워 KBS, MBC, YTN에 내려 보내는 일이었다. 구본홍은 YTN, 김재철은 MBC, 김인규는 KBS 사장으로 앉았다. 이 과정에서 정연주 전 KBS사장이 불법 해임 당했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최시중이다.

 

그의 ‘4년 업적’ 어떤지 살펴보니

 

‘최선’을 다했다는 그가 이룬 업적은 어떨까? 한 마디로 ‘실패’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과 통신 검열이 크게 강화되면서 IT 일등 국가라는 자부심이 먹칠을 당했다. 3년 연속 국제사회로부터 ‘인터넷 감시국가’(under surveillance)로 지적받았다. 감시 수위가 이집트, 러시아, 리비아, 터기, 튀지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창피할 정도다.

 

한국은 빨간색(인터넷 감시상태)으로 표시돼 있다.(출처: RSF/국경없는기자회)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 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무리하게 방송장악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최대 ‘업적’이라고 자랑하는 ‘종편’은 시작부터 싹수가 노랗다. 일반 프로그램은 물론 1급 연예인을 대거 투입해 만든 드라마조차 시청률은 0%대. 경이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조중동이 결국 종편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게 생겼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표표히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사퇴’가 또 다른 ‘시작’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와 그의 측근을 둘러싼 의혹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사퇴 끝이 아니라 시작’, 그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

 

양아들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그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BS 이사 선임 개입 의혹만 봐도 그렇다. 선임권이 방통위에게 있다면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BBK관련 ‘가찌편지’ 의혹은 최시중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2007년 대선 무렵 ‘김경준 귀국’을 두고 한나라당은 노 정권이 이명박 후보를 흠 잡기 위해 꾸민 ‘기획입국’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로 편지 한 장을 제시했다. 김경준의 감방 동료인 신경화가 김경준에게 보냈다는 편지에는 김경준이 ‘큰집’(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음을 암시하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 편지는 가짜였다. 조작된 편지였다. 편지를 대필한 신경화의 동생 신명 씨는 ‘MB 캠프에서 지시해 작성된 편지’라며 “편지를 쓰라고 시킨 사람이 ‘최시중이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경준은 신명씨 형제가 가짜편지를 작성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달 검찰에 고소했다. ‘최시중 배후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BBK 전면 재수사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시중 치세 방통위’가 남긴 ‘오물’은?

 

4년 동안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던 ‘방통대군’이 ‘역사의 평가’ 운운하며 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들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역사에 맡기겠다.’ 정치인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내용을 곰씹어 보면 부아가 치민다. ‘역사’의 주인이 ‘국민’이라면, 이 말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죄다 국민에게 책임 지우겠다는 말이 된다.

 

국민은 잘못된 정치인과 권력이 싸 놓은 ‘똥’이니 치우는 존재인가?

‘최시중 치세의 방통위’가 싸 놓은 ‘오물’을 또 국민이 치워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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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르디’의 ‘사람과 세상 사이’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