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우리나라가 드디어!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서 2위가 됐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 구글이 각 나라의 인터넷 속도를 비교한 결과를 인용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구글의 이번 조사는 50개 나라를 대상으로 PC와 모바일 단말에서의 웹페이지 로딩 속도를 비교한 것입니다.
조사 결과 PC에서 웹페이지에 로딩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의외로 슬로바키아였습니다. 슬로바키아는 우리가 흔히 통신 강국으로 생각하는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PC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평균 3.3.였다고 합니다. 2위인 우리나라는 3.5초로 조금 뒤졌습니다. 3위 체코(3.7초), 4위 일본(3.9초)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모바일 웹페이지 로딩 속도는 우리나라가 1위였습니다. 평균 4.8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마도 LTE 상용네트워크가 전국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5.2초로 2위를 기록한 덴마크를 제외하면 홍콩(5.9초), 노르웨이(6초), 스웨덴(6.1초) 등은 우리나라와 제법 속도 차이가 났습니다.
이 보도를 접하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한국, 초고속 인터넷 속도 1위’가 아닌 기사를 보게 된 것이 얼마만인가요?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서 늘 1위를 달려 왔고, 정부나 통신사는 그것을 신나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가 런던 비즈니스 스쿨 및 컨설팅 그룹 LECG에 의뢰해 진행한 나라 별 ‘접속성 평가표(Connectivity Scorecard)’를 보면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만 열을 올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009년에 나온 자료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되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접속 속도는 1위, ‘유용한 접속’은 최하위권
이 조사는 ‘유용한 접속(Useful Coonectivity)’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 ICT 기술이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유용한 접속’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5개 나라 가운데 18위를 했습니다(2008년보다 2009년에 더 낮아졌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컨슈머 인프라스트럭처’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보고서는 이것을 중요도가 낮은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중요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비즈니스 사용률과 기술 수준’,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 두 가지인데, 이 두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점수는 최고 점수를 받은 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컨슈머 사용률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보고서는 “한국은 컨슈머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놀랍게도 컨슈머 사용률 측면에서는 보통 수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빠른데, 쓸 만한 서비스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보고서는 “(그나마) 컨슈머 사용률 측면에서 국간 간 비교를 위한 측정 데이터가 부족했던 관계로 한국이 높은 점수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업의 SW 지출 뒤에서 두 번째, 보안 앱 서버는 최하위
기업 영역에서는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 대상국의 기업들은 1인당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지출 비용은 평균 370달러였는데, 우리나라는 118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전체 평균이 37.73달러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9.59달러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지출은 뒤에서 두 번째입니다.
노키아지멘스는 우리나라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은 “앞선 인프라에 비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가 뒷받침되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가장 흥미로운 것은 ICT 사용자 기술 혹은 ICT 전문가 기술을 보유한 인력의 고용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입니다. 조사 대상 국가 기업들의 평균이 18.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74%였습니다. 1위를 차지한 일본은 27.22%로 우리와 세 배의 격차가 났습니다.
공공 영역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정부(E-government) 인프라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투자 수준은 “놀랍도록 평균 수준”이라고 평가된 겁니다. 정부 기관의 1인당 컴퓨터 서비스 지출이 전체 평균은 32달러이지만, 우리는 6.98달러입니다. 1위인 미국은 무려 120달러입니다(미국은 구글의 조사에서는 유·무선 인터넷 속도 모두 10위 안에 들지 못했는데, 무언가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안이 제대로 강구된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도입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인구 100만명 당 안전성이 확보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서버 수’ 항목에서는 우리나라가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평균이 370대, 1위가 870대인데, 우리나라는 고작 22대로 전체 평균의 1/17이었습니다.
모바일, 더 이상 속도에 의미부여 말자
지난 3년 간 이 같은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힘쓰던 나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속도에만 목을 매면서 생산성을 등한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글의 조사 결과를 접하고 떠오른 두 번째 생각은 ‘과연 우리가 진정한 모바일 1위인가?’하는 점입니다. LTE 전국망이 깔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G 스마트폰 보조금 족쇄에 묶인 사용자가 많습니다. LTE 망의 가치를 십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아직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빠른 속도로 비디오 콘텐츠를 내려받는 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이것이 우리 사회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모바일 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실제로 도입한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WiFi의 금기가 풀린 것이 이제 겨우 1~2년 남짓 됐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전히 검토 중입니다. 그나마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금기시되는 기술들입니다.
모바일 통신의 가치는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이 된다’가 아닙니다. 책상 앞, 데스크톱PC 앞이라는 제약 없이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모바일의 가치일 것입니다. 모바일에서는 더 이상 속도에 목매지 말고, ‘유용한 접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바일 정책, 모바일 활용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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