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본사에서 아이폰4S를 공개했습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아이폰5는 없었고,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아이폰 4S는 기존 아이폰 4와 비교해 듀얼코어 CPU와 800만 화소 카메라 탑재, 배터리 사용시간 20% 향상 등 전체적인 성능이 향상됐지만, 최근 출시된 경쟁사들의 스마트폰에 비하면 특별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CPU·카메라만 업그레이드 ↔ 진정한 가치는 OS
하지만, 아이폰의 강점은 단순한 하드웨어 사양이 아니라, 오랫동안 다듬어온 OS의 안정성과 이 OS가 빚어내는 성능의 극대화에 있습니다.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들이 아이폰4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도 안정성의 문제와 동영상 콘텐츠를 구동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부드러운 화면 처리 등에서 격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2가 나왔을 때도 일부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아이패드 1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제야말로 아이패드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태블릿의 성능에서 중요한 것은 하드에어가 아니라, OS의 역량”이라는 시각이 훨씬 많았습니다.
애플은 아이폰이 3GS에서 4로 넘어올 때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이 같은 정책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애플을 뒤쫓아가고자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급조한 뒤, 1년이 막 지날 무렵 새 단말기를 내놓고 ‘세계 최고 사양’을 외치며 가격을 높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 가격 정책은 어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반가운 뉴스일지 모릅니다. 검증된 스마트폰의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간 것이니까요.
가격 대폭 인하, 경쟁사 매출에 영향 미칠까?
아이폰 4S는 14일 미국에서 출시되는데,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넥스텔이 모두 판매한다니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걱정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미국 1위 버라이즌이 아이폰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기존 단말이 할인에 들어갔었는데, 그 때보다 여파가 더 클 것 같습니다. 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일본·영국에서도 14일에 출시됩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가 출시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며칠 전에 KT와 SK텔레콤이 10월 말에 아이폰5를 공급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결국 루머였네요. 2차 출시는 10월 말로 오스트리아·싱가포르 등 22개 나라인데, 한국은 여기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니 연말에 70개 나라로 확대될 때나 가능할 모양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우리 통신사들이 아이폰 4S 출시를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KT는 애플과 아이폰 4S 출시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하는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합니다. SK텔레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전파 인증, 망 적합성 평가 등 각종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입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LG유플러스도 아이폰 4S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이폰 4S에 CDMA와 GSM 칩이 모두 탑재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LG유플러스가 쓰는 주파수 대역이 미국 등 다른 나라 CDMA 사업자들이 쓰는 주파수 대역과 달라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정책이 이럴 때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2009년 11월 국내 출시와 함께 아이폰 3GS를 선택해 연내 아이폰 5 출시 때 단말을 교체하려던 가입자들로서는 애플의 이번 발표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iOS5 12일 공개, 단말에서 다운로드·업그레이드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5는 12일 공개됩니다. 12일부터 애플 iOS는 누구나 다운로드 또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어쩌면 아이폰 4S 발표 보다 더욱 중요한 소식인 것 같습니다. 윈도 모바일폰, 안드로이드폰과 비교해 아이폰은 새로운 버전의 OS를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큰 강점이었는데, 그 전략이 이번에 더욱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입니다.
iOS 5에서 지원되는 새로운 어플들도 발표됐습니다. ‘카드’는 스마트폰에서 카드를 출력하고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어플로 미국에서는 2.99 달러,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4.99 달러를 내면 됩니다. ‘Voice Control’은 사람의 목소리로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어플로, 애플이 지난해 인수합병한 시리(Siri)의 기술이 구혀된 것입니다. 날씨·주가 등을 대화형식으로 제어하고, SMS를 읽어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iOS 출시와 함께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입니다.
한편, 애플은 MP3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16기가 아이팟 나노를 149 달러에서 129 달러로, 8기가 아이팟 터치는 229 달러에서 199 달러로 각각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이 역시도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아이폰 5가 빠져 있어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만,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력을 느낄만한 요인을 여럿 포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4S 가격이 크게 인하됐다는 점을 아이폰5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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