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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애플TV, 또 다시 통념을 깨어줄 것인가?

【사람중심】 스티브 잡스 사후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전기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단연 ‘애플 TV’입니다. PC와 음악 플레이어, 휴대전화 등 내놓는 모든 제품에서 누구도 예상 못했던 혁신을 보여준 애플이었기에 애플 TV에 쏟아지는 관심도 대단하고, 수많은 추측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이 애플 TV와 관련된 보도를 했습니다. 한 투자은행의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애플이 가칭 ‘아이TV’ 시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2012년 하반기 즈음 시장에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과연 애플은 이번에도 TV라는 상품이 가진 통념을, 통쾌하게 깨뜨릴 수 있을까요?


음성인식·아이클라우드가 핵심 경쟁력?

잡스의 전기에는 iTV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고 합니다. 그는 전기 작가 아이작슨에게 “정말 쓰기 쉬운 통합형 텔레비전을 만들겠다. 이 텔레비전은 아이폰(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맥컴퓨터 등 모든 애플 기기와 연결되고,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WiFi, 이동통신 등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TV를 비롯한 여러 단말에서 콘텐츠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인데, 흔히들 얘기하는 N-screen 서비스입니다. N-스크린 서비스는 집에서 TV를 보다가 밖으로 나가서 스마트폰·태블릿을 켜면 집에서 보던 방송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조금씩 구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TV용 리모컨이 복잡하고, 각 단말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며, 콘텐츠를 미리 서버에 저장해둬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애플의 전략입니다. 잡스는 “더 이상 복잡한 리모컨을 붙잡고 끙끙댈 필요가 없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작 방식을 쓰겠다. 마침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음성인식과 아이클라우드가 애플TV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하거나 특정 단어를 말하면 알아서 검색을 해주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 4S에서 ‘시리(Siri)’로 구현이 됐습니다. 또 아이폰 4S 출시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클라우드는 개개인이 이용하는 자신만의 인터넷 서버 서비스입니다.


가격은 1,800 달러, 시장점유율은 3% 예상

애플TV와 관련해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의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진 문스터는 미국시간으로 25일에 낸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나온 셋톱박스형 애플TV와 달리, 완전한 형태의 애플TV는 생방송 중계와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은 기존 방송을 결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애플은 내년 말 아이클라우드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V를 1,800 달러에 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 문스터는 올해 초 애플의 TV 사업과 관련해서 “애플이 아시아 부품업체들에게 액정표시장치(LCD)를 주문한 내역을 보면 3.5인치 모바일 액정은 물론, 50인치 액정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의 이번 보고서는 애플이 2012년 하반기에 아이TV를 선보여 24억 7,100만 달러 매출을 확보한 뒤, 2013년 39억 7,400만 달러, 2014년 60억 4,8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품 가격은 출시 초기 1,800 달러로 시작해 2013년 1,600 달러, 2014년 1,400 달러로 계속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가 예측한 애플의 전세계 인터넷TV 시장 점유율 예상치는 3%였습니다. 애플은 이미 지난 5월11일과 10월 6일에 미국 특허청에 TV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는군요.



휴대전화에 이어 TV의 가치기준도 재정립?

세계 TV 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의 TV 사업과 관련해 “TV는 스마트폰과 다르다”는 입장이라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망들은 애플이 음악 플레이어를 내놓을 때도, 휴대전화를 내놓을 때도 나왔던 것입니다. 아이패드가 나올 때도 기존의 태블릿과 뭐가 다르겠냐는 분위기 일색이었습니다.

애플이 음악 플레이어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 언론들이 “전세계에 무수히 많은 음악 플레이어 제조사가 있는데 이제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겠는가?”는 질문을 하자, 스티브 잡스는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확실한 1위가 없는 이유는 아무도 성공의 레시피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폰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도 “PC 제조사가 휴대전화를 만들려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휴대전화를 다시 발명할 생각이다”는 도발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과 휴대전화 아이폰은 작은 단말 하나가 세상을, 삶의 방식 그리고 IT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을 보여준 혁신의 결과물들입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두께, 액정, 표면재질, 카메라 성능 같은 것으로 경쟁할 때 이런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않고, 휴대전화의 가치 기준을 ‘제조’에서 ‘창조’로 바꾸어 버렸죠.

애플의 지난 행보들을 보면, 해당 분야의 터줏대감들이 “이 동네는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애플은 그 동네에 수십 년 간 통용되어 왔던 법칙을 따르지 않았으니까요. 아이TV가 기대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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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