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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클라우드 컴퓨팅, 가난한 벤처를 살린 IT 서비스

[사람중심] 인터넷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작은 벤처 기업이 있습니다. 직원 수가 4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경영 상태가 썩 좋지 못합니다. 개발자들은 오전 시간은 이 회사 일을 하는 조건으로 모 IT 서비스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직원은 약 10개월의 일정으로 돈을 벌러 해외로 나갔습니다.

낮에는 메신저로 회의를 하며 일을 하고, 밤 시간이나 주말에 모여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것이 벤처의 모습이구나!’하고, 90년대 후반 벤처 초창기에 자주 거론되던 ‘벤처 정신’, ‘초심’ 같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모습으로 서로를 지키며 꿈을 키워가는 벤처는 흔치 않지만, 세상은 이런 벤처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꽤 매력적인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의 서비스는 오랜 고생 끝에 최근 조금씩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사실 경영 상태만 놓고 보면 이 서비스를 계속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때문입니다.


불가능했던 서비스 개시 그리고 인프라 확장
지난 2년 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얘기를 들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며, 이 서비스가 기업들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 지겹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가난한 벤처의 입으로 듣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존에 IT 업체들이 하는 얘기와 똑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론과 통계로써의 클라우드가 아니라, ‘그래. 이런 것이구나!’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아마존 EC2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DB는 오라클, 스토리지 서비스(S3)는 1TB를 씁니다. 전세계 약 1,000여 고객이 이 회사의 플랫폼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합니다. 아! 다 쓰러져 가는 벤처답지 않게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매달 사용료는 평균 100만원 정도 된다는군요.

이 벤처의 사장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었으면, 저희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도 서비스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고 말합니다. 초기에 서버·스토리지·DB를 구축할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죠. “때론 트래픽이 많이 오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대역폭이 자동으로 추가 할당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기존의 IT 구성 방식이라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IT 리소스를 늘려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트래픽이 급증하는 즉시 대응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장비를 선정하고, 구축하고, 기존 서비스와 안정적으로 연동하는 데 단 며칠이라도 걸릴 테니까 말입니다. 걱정이 된다면, 애초부터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IT 리소스를 구매했어야 하겠죠.


아마존웹서비스, 2만개 고객과 4490억개의 파일
이 벤처는 “저희는 안정된 플랫폼만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면 됩니다”고 말합니다. 트래픽이 늘면 그만큼 사용료를 많이 내야 하지만, 그래도 당장 돈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젊은 사장은 “저희가 하는 다른 서비스에서 매달 약간의 수입이 생기고, 트래픽이 늘어나는데 맞춰서 서비스 수입도 조금 오르기 때문에 월말에 결제하면 됩니다”고 말하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지난해 매출이 201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2010년 약 5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1년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2011년 한 해 동안에만 일본 도쿄와 미국 오레곤주, 브라질 상파울로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열었고, 7개의 클라우드 프론트 에지를 확보해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정성도 높였습니다. 클라우드 프론트 고객 2만여 기업, 스토리지에 저장된 파일 4,490억 개 등 보여주는 수치가 놀랍기만 합니다. 파일 수는 2010년 보다 1.7배 늘었다는군요.

AWS는 2013년이면 약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벤처 기업의 피부로 와닿는 얘기를 들어 보니 클라우드 서비스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됩니다. AWS는 올해 안에 한국 지사가 설립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네트워크 안정성과 관련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남은 숙제, 트래픽 급증→사용료 급증
앞서 소개한 벤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었으면 애초에 서비스를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처음에 어떻게든 시작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기가 좀 생겨서 트래픽이 늘어나면 서버에 부하가 걸려서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을 지도 모릅니다.

이 벤처는 최근 1~2주 사이에 트래픽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정식 한글 서비스가 시작되면 트래픽은 지금 보다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네트워크 사용료가 급격히 높아지겠지만, 그래도 당장에 서비스를 중단할 위기가 생기지는 않을 테니 다행입니다. 이 벤처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새삼 확인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트래픽이 10배 오르면 월말에 지불할 네트워크 비용도 10배가 늘어날 테니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닙니다. 트래픽이 급증하는 한 달 동안 이 벤처의 가능성과 서비스 확산 추이를 보고 누군가 투자를 해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2~3달만 공짜로(아니면 아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파일 다운로드만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밖의 일입니다.

클라우드의 철학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분 누구 안 계신가요? 클라우드 서비스로 어렵게 일어서고 있는 작은 벤처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완전히 직립보행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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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