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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애플의 자동차, 구글의 자동차

[사람중심] ‘애플 자동차’가 인터넷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페라리 CEO(루카 디 몬테제몰로)가 애플 CEO 팀 쿡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페라리 CEO는 “두 회사 모두 제품을 대하는 열정이나, 기술·디자인을 향한 광적인 집착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팀 쿡과의 만남에 만족감을 나타냈다는군요. 

두 사람의 조우는 페라리 CEO가 스탠퍼드대학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면서 성사된 것인데, 사실 세계 유명 기업 CEO의 만남이라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CEO 미팅의 한쪽 당사자가 애플이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애플이 자동차도 만들까?’하는 사안을 놓고 온갖 추측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팀 쿡이 지난 2010년 GM의 차기 CEO로 거론된 바 있어서 이러한 추측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애플은 전기자동차, 구글은 무인자동차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습니다. 자동차 제조가 아니라,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분야를 말하는 것이죠. 인포테인먼트는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인데, ‘정보와 오락’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 디바이스입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자동차와 관계의 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고, 주행거리나 운행 기록 같은 데이터를 스마트폰과 연동합니다. 운전습관을 통해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은 스마트폰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사실, 자동차 분야에서 애플보다 더 주목받는 인터넷 기업은 구글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지능형 자동차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기를 띠고 있죠. 페라리 CEO는 이번 방미에서 구글 경영진도 접촉했다고 하네요.



구글은 무인자동차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5월 초 무인 자동차 최초로,네바다주에서 정식 운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포브스는 “까마득한 사막 지역인 네바다주에서 인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도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만나는 순간뿐이다. 그런데 앞으로 마주 오는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장면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친환경 전기차의 배터리 등 부품 공급처를 비밀리에 알아보고 있다거나, 독일 폴크스바겐과 손잡고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다는 점 등이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문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애플의 자동차 산업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래 블로그들을 방문하시면 풍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습니다.

sunah4491  <애플자동차 iCar>

니자드의 공상제작소  <애플의 미래전략, 전기자동차를 잡아라>


광범위한 생태계에 기대를 거는 자동차 업계

사실상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다가, 실시간 정보 검색 및 활용 측면에서 훨씬 강점이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자동차에 인포테인먼트를 가치를 부여해 줄 최적의 기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정보를 내비게이션에 무선 전송하는 것도 이미 가능한 기술입니다. 조만간 상용화될 투명 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앞유리에 적용되면,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더욱 찰떡궁합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스마트폰의 가치를 높여 줄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음성인식은 자동차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기술입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이나, 음악 파일 실행을 말로 할 수 있게 되면, 자동차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서의 정보 검색/활용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이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바일 OS와 여기에 기반을 둔 스마트 디바이스의 막강한 생태계는 자동차 업계의 구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앱과 수많은 개발자들이 쏟아낼 혁신 아이디어는 자동차를 더욱 유익한 존재, 더욱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니비(GENIVI)’라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표준 플랫폼을 추구하던 자동차 업계는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윈도CE가 적용된 자동차를 이용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나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나 iOS가 적용됐을 때는 더욱 이로운 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해결해야 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나 iOS는 자동차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기에, 자동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되려면 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 공급과 관련된 기술입니다. 자동차는 후진 기어를 넣으면 그 즉시 후방 카메라에 비친 영상이 내비게이션에 나타나야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된 플랫폼이어서 후진 기어를 넣은 뒤 영상이 나타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는군요. 


‘휴대폰’을 재정의한 그들, 자동차의 선택 기준도 바꿀까?

사실 대중의 관심은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까?’가 아니라, ‘애플이 자동차도 만들었으면’일지도 모릅니다. 그간 보여준 디자인의 우수성, 제품의 완성도, 뛰어난 만족도, 장기간에 걸친 고객 지원 등은 어떤 제품에나 필요한 요소이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이런 요소들이 갖는 의미는 좀 더 각별하죠. 특히 급발진 사고나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을 접할 때 마다 ‘안전’을 생각하게 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아마도 애플 제품을 이용해 본 소비자들은 ‘적어도 애플이라면, “급발진 사고가 자동차 회사의 잘못이라는 점을 고객이 증명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거야’라는 믿음을 가질 것 같습니다. 저 유명한 ‘애플 로드맵 유출’이라는 그림 파일에 <2018년 iCar>가 포함된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모릅니다.



애플이 정말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이 전기차가 기존에 애플 제품이 보여줬던 남다른 디자인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한다면, 젊은 층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와 남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면 이미 이들 제품을 가지고 있는 젊은 층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겠지요. 반면,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어르신들이나 이동업무 중에도 통화가 많은 영업사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은 휴대폰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프로세서 성능, 카메라 화소수, 재질, 광고모델 같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똑똑하고 편리한가’를 휴대폰의 평가 기준으로 정립시켰죠. 애플이나 구글이 자동차 사업에 본격 도전한다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타이어, 엔진, 시트의 재질 같은 것만으로 차별화를 시키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휴대전화를 다시 발명할 생각이다.” 첫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입니다. 자동차의 재발명. 휴대폰 보다 훨씬 어렵겠지만, 즐거운 상상이 아닐 수 없네요.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니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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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