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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보안

‘네트워크 영상감시 카메라 15주년’의 단상

【사람중심】 2011년은 네트워크 카메라가 탄생한 지 만 15년이 되는 해입니다.

흔히들 CCTV와 네트워크 카메라를 섞어 쓰기도 하는데, CCTV는 Closed Circuit TV의 준말입니다.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전 방식, 즉 폐쇄회로 텔레비전입니다.

이와 달리 네트워크 카메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IP)망으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CCTV와 용도는 비슷하면서도 훨씬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차세대 CCTV’라고 불리기도 하죠.

네트워크 카메라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의 일입니다. 네트워크 카메라 전문업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www.axis.com)가 내놓은 AXIS 200이라는 제품이 시초가 됐습니다.

당시까지 아날로그 CCTV 일색이었던 영상감시 시장은 디지털 기반의 네트워크 카메라가 나오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 어디서라도 (네트워크 카메라가) 웹브라우저에서 촬영한 영상에 접속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당시 AXIS 200은 카메라 안에 내장된(built-in) 방식의 웹서버와 함께 구축되었다고 하는군요).

네트워크 카메라 기술은 그 동안 발전을 거듭해 15년 전 0.3MPix에서 1fps(1초 당 프레임율)였던 것이 지금은 HDTV 1080 해상도로 30fps을 지원할 만큼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15년 전과 비교해 무려 600배의 성능입니다.

2010년에는 열상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도 발표가 됐습니다. 이 분야 역시 엑시스가 물꼬를 텄는데, 물체·차량·사람으로부터 방출되는 열을 감지해 이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입니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흑 속에서도 대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국내 영상감시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네트워크 카메라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지자체의 주차 감시나 주민 안전 감시 등에서 꾸준히 적용되어 오기는 했지만, CCTV 전문업체들이 네트워크 기술을 본격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네트워크 카메라는 영상감시 시장의 주류 기술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네트워크와 연동이 돼야 촬영한 영상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네트워크 카메라 최초 개발자 마틴 그렌(엑시스 창업)은 “15년 전보다 성능이 600배나 발전한 네트워크 카메라는 반도체 성능이 18개월 마다 두 배씩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었다”며, “앞으로 인간의 눈 보다 더 많은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라픽셀(Terapixel) 해상도를 지원하게 되고,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도 빠르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는 일반 영상감시 장비와 열상 카메라의 비율이 1:400이지만, 불과 몇 년 뒤면 1:50 정도로 열상 카메라가 크게 확산돼 보안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영상감시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는군요.

IMS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영상감시 시장은 2014년이 티핑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가 되면 아날로그 카메라보다 네트워크 카메라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이죠.

수많은 관리·감시 인력을 줄일 수 있게 해주고, 안전한 생활에도 한몫을 하는 CCTV 카메라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구축하는 설비이기도 합니다. ‘주민 복지 향상’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입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흉악범이나 파렴치범이 영상감시 카메라에 찍혀 검거된 예가 적지 않습니다. 흔한 예는 아니지만, 지자체 단체장 집무실에 영상감시 장비를 설치했더니, 청탁을 하며 돈봉투를 주려던 민원인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지자체가 공들여 설치한 CCTV는 분명 유익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CCTV를 구축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남시는 시민 안전과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할 목적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억 원을 들여 시내 360여 곳에 다용도 CCTV를 구축했습니다.

CCTV 구축 이후 한동안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일이 사라지는 효과를 얻었다가, 최근 쓰레기 불법 투기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합니다. CCTV를 모니터링하는 시청 상황실에는 용역업체 파견 인력만 배치돼 있어 실제로 CCTV가 촬영한 영상을 감시·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 제이에스(hobbangssi92)님의 블로그)

많은 돈을 들여 첨단 기술을 갖췄더라도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잘 쓸 수 있을 것인가는 역시 사람의 문제입니다.

CCTV와 관련해서는 안전·관리가 우선이냐, 개인의 사생활 보장이 우선이냐 하는 논란도 있습니다. 기업의 빌딩이나 작업 현장에 영상 카메라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하는 용도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편리함’과 ‘인권침해’ 사이의 간극이 쉽게 메워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술로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해줄 것이냐 하는 점은 순전히 설치하는 쪽(기업주, 관공서...)의 양식, 즉 ‘인격’ 또는 ‘인권’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얼마나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정보보안 사고 가운데 사람에서 비롯되는 사고가 가장 많은 것처럼, 영상감시 카메라의 활용 또한 그것을 다루고, 그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의 자질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역시 ‘사람’이라는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완벽한 기술이란 있을 수 없는가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