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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해묵은 ‘송도 첨단 신도시 개발’

【사람중심】인천 송도 신도시에 추진되고 있는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새로운 추진동력이 만들어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은 그 동안 많은 뉴스거리를 만들어 온 프로젝트입니다. 광활한 바다를 매워 만들어진 도시에 국제적인 업무단지를 조성하고 인천공항과 연계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부터, 이 지역에 들어서는 외국인 고등학교와 관련된 여러 소식들, 지난 5월부터 공사 대금 부족으로 동북아무역센터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들... 급기야는 지난해 지자체 선거 이후 인천광역시 재정을 악화시킨 대규모 난개발 공사 중 하나로 거론되며 사업의 실효성이 재검토되기까지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송도국제도시개발-시스코, 합작사 설립

그런데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ew Songdo International City Development LLC, 이하 NSIC)와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즈가 4일, 새로운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양측이 합작회사 ‘유라이프 솔루션즈(U.Life Solutions)’를 설립하고, 이 지역의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시스코 제품과 기술이 제공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NSIC는 미국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의 합작사).

유라이프 솔루션즈는 NSIC의 자회사인 송도유라이프(Songdo U.Life)와 시스코가 공동 설립하는데, 송도유라이프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LG CNS도 주주로 참여합니다. 이 회사는 송도국제업무단지의 기업 및 거주민들에게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Smart+Connected Communitie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시스코는 NSIC가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새로 진행하는 건설 프로젝트에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고,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 사업을 위한 글로벌 쇼케이스(Global Showcase)도 만들 계획입니다. 글로벌 쇼케이스는 송도국제업무단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실현을 위한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유라이프 솔루션즈는 통합 건물 및 설비 관리, 온 프레미스(on-premises) 안전 및 보안, 홈 네트워킹, 가상 관리 서비스 등 스마트 시티에 필요한 광범위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시스코는 4,7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애타는 시스코, 가정용 서비스 위해 4,700만 달러 투자

유라이프 솔루션즈는 시스코 솔루션을 이용해 스마티 시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회사의 첫 번째 서비스는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 홈 솔루션(Home Solutions)을 구축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홈 네트워킹 시스템과 영상회의 기술이 기반이 되는 이 서비스는 월패드(wall pad)나 모바일 리모컨,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단말을 이용해 조명과 냉난방 시스템, 가스, 커튼 등 모든 가정용 설비를 제어하고, 학교·병원·은행·관공서 등과도 화상 통신을 할 수 있다는군요.

그런데, 이런 발표 내용을 보면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무언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국제업무단지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사업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송도 신도시에서 스마트 시티 구축의 대표 사례를 만들어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워 나가겠다는 시스코의 의지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스코가 합작회사에 투자한다는 점인데, 시스코의 사업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스코는 이미 2009년부터 송도 신도시의 스마트 시티 구축에 매우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당시 존 챔버스 회장이 직접 한국에 와서 대통령과 방통위원장까지 만났는데,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시스코가 1조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시스코는 구체적인 액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니, 우리 정부가 이렇게 홍보를 했던 모양입니다.

송도 신도시의 스마트 시티 구축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이지만, 사업성에 의문이 많았습니다. 송도 신도시에 일반 가정과 기업의 입주가 활발할 것인지가 불투명했고, 공공 목적으로 구축된 네트워크에서 퍼블릭 서비스를 하지 못 하게 되어 있는 규정 때문에 입주 기업들이 투자한 인프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시스코 내부에서는 “어렵게 본사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 냈는데, 다른 나라에 기회를 뺏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몇몇 도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스마트 시티의 글로벌 모델이 될 기회를 잡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첨단 도시 건설’ 그 이상의 전략은?

이번 발표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은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던 시스코가 합작회사까지 만들고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시스코만이 이 사업을 성공시켜 보려고 동분서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시스코만 애가 타는 것일까요?

송도 신도시 건립은 토목·건축에만 열을 올리는 낡은 개발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2009년 10월 송도 신도시에서 열린 ‘세계도시축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억만을 남겨주었습니다.

행사 개막일의 송도 신도시는 아직 도로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임대 버스가 한참 동안 길을 헤매야 했고, 곳곳에서는 도로 포장이나 보도블럭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입구의 주차장은 진흙바닥인 채로여서 비가 오자 자동차 바퀴가 빠져서 애를 먹기도 했고, 아직도 상당히 많은 구역에서는 아파트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세계도시축전이라는 행사를 가본 적은 없었지만, 그 나라 도시의 특색과 건전한 발전상을 제시하는 행사가 아니겠나 생각을 했습니다. 도시축전이라는 행사가 분명 ‘행사장 울타리 안에만 국한된 행사’는 아닐 텐데, 당시 송도 행사에서는 아파트 건설 현장만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하는 게 택지개발해서 건물 짓는 거니까, 그걸 보여주는 건가?’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송도 신도시는 그 때와 많이 달라져서 제대로 된 도시의 틀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이제 관건은 국제업무단지가 완공되고, 외국 기업들이 속속 입주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IT 측면에서 보면 ‘삶과 일을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똑똑한 디지털 도시’가 목표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 시티를 구현할 기술은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2009년 도시축전 때 시스코가 만든 대규모 전시관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시스코가 5,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고 하니 조금 더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과연 이 도시에서 첨단 디지털 서비스에 많은 수요가 있을지, 그런 수요를 만들어 낼 만큼의 기업이 입주할지는 의문입니다. 합작회사는 우선 가정용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것만으로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되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송도 신도시에서 IT는 도로나 수도와 같은 하나의 인프라일 뿐입니다. IT 기업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아니라, 송도 신도시가 외국 기업들에 인기가 높고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언제까지 ‘스마트 시티를 만든다’는 것이 뉴스가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도시 건축의 개념을 넘어, 송도 신도시를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모델로 만들 전략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