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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감원에 조직개편에…새 회계연도 출발부터 우울한 시스코

【사람중심】데이터 네트워킹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대규모 감원과 조직개편 등이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외신들은 시스코가 전체 직원 7만 3,000여 명 가운데 15%를 감원하고,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을 매각키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감원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시스코는 이번 감원으로 우리 돈 약 1조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8월 새 회계연도 시작을 앞두고 조직개편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봄 시스코 존 챔버스 회장은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의사결정이 느려졌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원칙이 부족했다”는 자기반성을 한 바 있습니다.

스위치·라우터, 협업, 비디오,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존의 핵심 사업을 계속 강화한다는 기조는 변화가 없지만, ‘의사 결정이 느려진 문제’와 관련해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은 있을 것이라는 게 시스코 안팎의 얘기였습니다.

실제로 시스코는 최근 몇 년 간 ‘컨설팅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잦은 조직 개편이 있었고, 여러 팀에 컨설팅의 역할이 산재돼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관련된 각 조직의 판단이 상이한 경우가 많고, 적절한 시기에 누군가 확실한 방향을 잡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복잡한 조직 체계를 보다 단순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최근 내부 발표에 따르면 크게 통신사업자를 담당하는 조직과 엔터프라이즈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엔터프라이즈를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 등으로 나누었던 것을 크게 하나로 통합하는 모양입니다.

본사의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속에서 시스코 한국지사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기존에 시스코 코리아는 공공부문이 별도의 사업부문으로 존재했지만, 앞으로 엔터프라이즈 부문의 하위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나라들보다 조직개편의 폭이 클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시스코 코리아의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기존에 아태 지역 부사장에게 리포팅하던 것이 베트남·필리핀을 맡고 있는 MD(Managing Director)에게 리포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한국지사장도 MD이고, 한국의 매출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포팅 체계가 그렇게 바뀐 것은 결국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나”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직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8월에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인원 감축 문제는 당장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8월 10일 경에 4분기 실적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고 각 나라별로 감원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직원이 우선 대상이 될 테지만, 그레이드별로 감원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시스코 코리아에는 그레이드 10인 AM(Account Manager, 차장/부장), 11인 DM(District Manager, 상무/이사/수석부장)이 가장 많아 이 직급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하는군요.

시스코 코리아 관계자는 “새 회기가 시작되더라도 인원 감축 문제는 2~3달 갈 가능성이 높다. 우선 ERP 대상자를 추리겠지만, 원치 않는 사람을 강제로 내보낼 수는 없으니 결국 개편된 조직의 책임자들에게 인력을 조정하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코 코리아에서는 원래 8월부터 ‘코리아 3.0’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2014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5배로 끌어올리는 이 프로젝트는 본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스코는 몇 달 전부터 사무실에 코리아 3.0 포스터를 붙이고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강도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이런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해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고, 본사가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가동되지만,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서 새로운 한해의 출발이 그리 신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