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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네트워크 업계의 시련, 전환기의 홍역인가?

【사람중심】 네트워크 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반기 들어 주요 업체들이 감원에 나섰고, 인수합병의 대상이 된 곳도 있으며, 분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도 있습니다.

유독 네트워크 업체들이 심한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이 업계 내부의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하반기 들어서 네트워크 업체들의 내홍이 많아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시스코시스템즈와 주니퍼네트웍스 한국지사는 최근 인력을 줄였습니다. 시스코는 상반기부터 구조조정 의지를 밝혀 왔는데 얼마 전 20명 가까운 희망퇴직자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희망퇴직이라는 형식을 담고 있지만, 사실상 정리할 인원을 회사 측이 선별했다고 하는군요. 이 때문인지 희망퇴직을 신청했는데,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인력도 있다고 합니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시스코처럼 감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기에 추석 직전에 있었던 감원에 더욱 갑작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니퍼는 한국의 마케팅 인력을 모두 정리하는 등 6명을 감원했는데, 아직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알카텔-루슨트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알카텔-루슨트 측은 지난 7월 20일,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미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모색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업계에서는 분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지난 4월에는 이 같은 보도를 한 바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알카텔-루슨트 관계자는 “통신사업자 비즈니스와 달리, 기업용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알카텔-루슨트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입니다.

8월 말에는 고성능 스위치 전문업체 포스텐네트웍스가 델에 인수됐습니다. 포스텐은 한 때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주요 공공기관, 수퍼컴퓨팅센터, 포털 등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올렸지만, 최근 사업이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델의 포스텐 인수는 그 동안 델과 OEM 등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 왔던 브로케이드, 주니퍼네트웍스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어바이어 역시 데이터 네트워크 사업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바이어는 노텔의 데이터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인수했지만, 아직 기술 및 제품에서 특별한 업데이트나 새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스위치 사업에서는 가격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져 경쟁사들이 노텔의 기존 고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데이터 네트워크 분야의 기업들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은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경쟁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어 고전하는 업체들도 있고, 새롭게 전략적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업체들도 기존에 주 수입원이었던 스위치·라우터 수익이 감소한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서버/스토리지 공급업체와 네트워크 공급업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전통적인 데이터 네트워크 전문업체들에게는 시련이 될 지도 모릅니다. HP가 쓰리콤을 인수했고, 델은 포스텐을 인수했습니다. SAN 스위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브로케이드는 서버/스토리지는 없지만 파운드리를 인수함으로써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스코가 UCS라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서버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본격화됐는데, 주니퍼·익스트림 같은 업체가 IBM·오라클의 이름과 같이 거론되는 것은 이제 놀라운 뉴스도 아닙니다. 알카텔-루슨트가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분사한다면, 주니퍼·익스트림과 한 묶음으로 뉴스에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는 아직까지 서버·스토리지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입니다. 이 때문에 쓰리콤을 인수한 HP 본사는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 잘 되어야 HP의 수익성이 향상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 네트워크 전문업체들의 시련이 일시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IT 시스템·솔루션 공급의 룰이 바뀌는 전환기에 겪게 되는 몸살의 시작일까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네트워크가 더 똑똑해지고 강력해지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IT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방식의 특성상 네트워크가 똑똑해야 기존에 곁에 두고 쓰던 것만큼 안정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네트워크 전문업체의 역할이 더욱 빛날 것이라는 기대는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네트워크 전문 벤더들의 약진을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