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현대는 비디오의 시대입니다. 서비스에서도 음악보다 동영상의 인기가 더 높고, 생산성이나 교육에서도 동영상의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2007년에 전세계 인터넷 동영상 트래픽은 이미 2000년의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넘어섰고, 최근 유투브 사이트 한곳에서만 발생되는 트래픽이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40~50%가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동영상 콘텐츠·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성장을 하는 또 하나의 분야가 영상회의 시장입니다. 회의실에서, 책상 앞에서, 이동 중 노트북 앞에서도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고, 출장비를 줄여주는 등 여러 효과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회의는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UC(Unified Communication)라는 개념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인스턴트 메시지, e-메일, 전화, 영상회의 등을 조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연동해 업무의 성과를 높일 수 있게 해주는 UC와 비교해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하면서 문서를 공유하는 정도인 영상회의는 지능이 떨어지는 솔루션으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스코를 필두로 데이터 네트워킹 업체가 오랫도안 UC를 강조해 오면서 UC는 데이터 네트워킹 업체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됐습니다. 스위치·라우터 같은 기본적인 네트워킹 장비부터 미디어 게이트웨이 같은 멀티미디어 통신 장비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킹 솔루션을 구비해야 제대로 된 UC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은연 중에 자리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영상회의 전문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네트워크를 비롯해 서버,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기업들과 손을 잡으면서 보다 큰 틀의 UC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폴리콤 IT기업·통신사 제휴 확대
전통의 영상회의 전문기업 폴리콤은 지난해부터 POCN이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POCN(Polycom Open Collaboration Network)은 단순히 영상회의 솔루션만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보다 쉽게 영상회의 기반 UC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폴리콤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그램입니다.
폴리콤은 마이크로소프트, HP, IBM, 주니퍼, 알카텔-루슨트, 어바이어 같은 다양한 IT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는데, 단순한 제휴 모델이 아닙니다. 폴리콤의 영상회의 솔루션이 이들 기업의 IT 솔루션과 즉시 연동될 수 있도록 호환성을 확보함으로써 고객이 기존의 즉시 영상회의 기반 UC를 구현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영상회의와 UC를 모두 도입해 제대로 연동하려면 특정 벤더 몇몇의 솔루션에 종속돼야 했던 구조를 바꿔보겠다는 것이 폴리콤의 의지입니다.
폴리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솔루션 린크(Lync)와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해 마이크로소프트로부 최고의 UC 파트너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HP의 텔레프레즌스 사업부인 할로(Halo)를 인수했습니다. 폴리콤과 HP는 독점 파트너 계약도 맺었는데, 앞으로 HP가 SI·컨설팅에서 영상회의 솔루션을 제안할 때는 폴리콤 장비를 제안할 것이라고 합니다.
폴리콤은 전섹케 주요 통신사들과도 제휴를 맺었는데, 통신사들이 기업들에게 서비스 방식의 영상회의·UC를 제공할 때 자사 솔루션을 우선순위를 두도록 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또, UCIC(Unified Communication Intelligence Core)라는 솔루션군을 만들어 UC를 구현하는 다양한 단말, 즉 룸형 장비에서부터, PC, 태블릿, 스마트폰, 탁상용 전화기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말을 연동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솔루션도 출시했습니다.
라이프사이즈, 오픈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차별화
최근 몇 년 사이 HD 영상회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라이프사이즈도 폴리콤과 비슷한 전략입니다. 라이프사이즈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어바이어, 알카텔-루슨트, 지멘스, 쇼텔 등의 UC 솔루션과 호환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업들이 쉽게 UC와 영상회의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모 기업인 로지텍의 웹캠 기술과 자사의 HD 코덱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웹캠에 두 개의 마이크로폰이 내장돼 있어 별도의 오디오 장비 없이 통화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출시됐습니다. 로지텍 기술과의 결합은 재택 근무, 소호형 사무실에서 100~200만원 정도로 영상회의를 구축할 수 있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이프사이즈는 최근 영상회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기업의 IT 인프라에 자사 데이터센터의 영상회의 인프라를 연동해 서비스 형태로 영상회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서비스 역시 주요 IT 기업들과 장비의 호환성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라이프사이즈는 통신사와의 제휴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라이프사이즈가 영상회의에 이용되는 대역폭을 줄이는 기술에서 강점을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라이프사이즈는 1Mbps 정도의 대역폭만 있으면 HD 화질의 영상회의를 구현할 수 있는데, 이는 소호형 제품에서도 동일합니다.
‘영상 기반 협업 = 시스코’ 인식 깨는 것이 관건
UC의 효과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잘 연동되느냐가 1차적인 관건이기는 하지만, 영상이 없으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의 효과는 얼마나 긴밀하게 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UC에 필요한 네트워크 인프라나 플랫폼을 공급하는 기업은 많이 있어도 제대로 된 영상회의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은 한정돼 있는 상황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폴리콤과 라이프사이즈는 시스코가 탠드버그를 인수한 이후 이 분야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기업들입니다.
영상회의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다양한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UC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황은 분명히 새로운 변화입니다. 이들 기업이 UC라는 보다 큰 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UC 분야의 선두 기업 시스코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스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IT 벤더가 폴리콤·라이프사이즈와 제휴를 맺는 상황, 이들 기업의 솔루션이 손쉽게 연동되는 상황, 기업이 기존의 인프라를 시스코로 바꾸지 않아도 영상회의+UC 환경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은 시스코의 독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영상회의 기반 UC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건은 ‘UC·협업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시스코에 맞서 빠른 시일 안에 경쟁할만한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솔루션을 파는 데는 제휴를 맺은 IT 기업들도 적극 나서겠지만, 인지도를 쌓는 문제는 아무래도 폴리콤·라이프사이즈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니까 말입니다.
관련기사 - 협업의 시대, 영상회의 전문업체가 살아가는 법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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