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보더리스 네트워크(Borderless Network). 단어 그대로 '경계 없는 네트워크'로 해석하면 되지만, 사실그 의미가 명확하게 와 닿지는 않는 표현입니다.
시스코가 몇년 전부터 강조해온 이 용어는 네트워크의 역할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 네트워크는 거의 PC에서만 접속을 하고, 회사나 집 밖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매우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네트워크를 라우터/스위치 같은 장비 단위 또는 특정 네트워크 구역(zone) 단위로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모바일 단말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고, 네트워크가 특정 서비스 전반을 지원하는 솔루션/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장비 단위로 네트워크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경계 없는 네트워크'는 이런 시각이 반영된 슬로건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됩니다. 기업에게 단순히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데 네트워크의 역할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 산업 또는 기업의 특성에 맞게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네트워크가 디자인되고, 요소기술들이 접목되고, 애플리케이션이 녹아들어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별로 네트워크 접속은 어떻게 다르고, 이용하는 단말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을 고려하면 성능과 이동성과 보안이 완벽하게 지원되면서도 네트워크 사용량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생길 것입니다. 기업이 자기 분야에서 경쟁력은 높이면서도 IT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은 줄일 수 있게 되니까 비즈니스의 인프라, 플랫폼이 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구현되는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확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가 트래픽을 수용하기에 힘든 시점이 되면 스위치를 추가하는 식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네트워크 확장과 함께 사용자 단말, 애플리케이션 사용 환경, 원격 근무 같은 조건들을 고려해서 통합된 확장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네트워크 장비 단위의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개념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비즈니스IT의 숙제, '세가지 경계' 허물기
시스코의 '경계 없는 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경계를 허물어야 된다고 얘기합니다.
첫번째는 'Location border'입니다. 모바일 근무자가 증가하면서 원격으로 기업의 시스템과 데이터에 접근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네트워크 접속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 네트워크의 관문(경계)이 어디인지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Device border'입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개인 단말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을 이유로 개인 단말의 회사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고자 애를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직원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단말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회사의 시스템에 접속해 일할 수 있게 하는 데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세번째는 'Application border'입니다. 업무에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비디오 같은 멀티미디어로 확장되고 있으며, SNS도 업무에 널리 이용되는 추세입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들을 회사 외부의 데이터센터에서 가져와서 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회사 밖에서는 중요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없게 한다면 '업무의 이동성'이 주는 장점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세가지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우선 보안이 완벽해야 'anyone', 'anywhere'를 실현할 수 있고, 중단 없는 연결성(seamless)이 보장돼야 'anydevice', 'anytime'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보안과 중단없는 연결.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로든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서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일을 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길 것입니다.
업무이동성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서의 네트워크 요구
따라서, 'Borderless Network'는 업무 이동성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업의 업무환경에 이식하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져야 할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업무의 이동성 문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2020년이 되면 전세계에서 500억대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처럼 폭증하는 인터넷 단말의 자사 네트워크 접속해 대비해야 합니다.
시스코가 전세계 대형 은행 및 제조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2014년이 되면 직원 1명 당 4대의 기기를 기업 네트워크에 연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출시된 태블릿PC가 190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기기들이 언제 기업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처럼 모바일 단말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 접속 애플리케이션이 150만개를 넘어섰습니다. 편리한 단말과 애플리케이션의 증가는 모바일 트래픽의 급증을 불러올 것입니다.
시스코 관계자는 "직원이 사무실에서 개인의 태블릿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앵그리버드 게임을 할 때와 SAP ERP에 접속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대역폭과 보안 설정 등을 다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별로 모바일 접속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면서, "단순히 모바일 네트워크만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이런 정책들을 세분화, 자동화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클라우드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사업의 확장에 맞춰 IT 자원의 규모도 확장해야 하는데, 현 시대에 기업의 IT 자원을 확장하는 가장 유력한 방식은 클라우드 컴퓨팅입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업체들이 기업 IT 서비스의 22%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한 기업들은 애플리케이션이 운영되는 위치가 달라진 상황에서 원격지의 데이터센터가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성능(속도)이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화된 서버들의 네트워크 품질이 보장돼야 하고, 언제 어디서 접속하더라도 보안이 완벽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의 IT 자원이 부족하거나, 재해로 데이터센터 가동이 불가능할 때 즉시 원격지의 다른 데이터센터로 서비스를 옮기는 이동성도 보장돼야 될 것입니다.
만약에 가상PC를 구축하는 경우라면, 물리적인 PC와 동일한 품질의 영상과 음성 등이 보장돼야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기업의 업무에서 HD 영상회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한두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명의 직원이 가상 PC를 사용해 협업을 하면서도 안정된 품질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가상 PC를 대규모로 도입한 기업들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똑똑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IT'
모빌리티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결국 IT의 생산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많은 단말, 다양한 접속 방식, 인프라/애플리케이션 사용 환경의 변화를 아울러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됩니다. 이렇게 돼야 IT가 비즈니스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의 이동성과 클라우드의 민첩성 그리고 이러한 모든 환경의 보안을 보장하는 똑똑한 네트워크는 IT가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시스코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계 없는 네트워크'가 경쟁사인 HP와 비교해 5년간의 총소유비용에서 13%나 더 저렴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로세스의 자동화가 이를 가능케 한다는 것인데, "시스코의 CleanAir 기술은 WiFi망에서 일어나는 간섭을 자동으로 감지, 추적, 완화시킬 수 있는 반면, HP는 직원을 보내 직접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화된 프로세스가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 시스코의 설명입니다.
시스코는 IT 시장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부터 '경계 없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동 업무가 급격히 확산되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꽃을 피우면서 비즈니스 솔루션,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네트워크가 요구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시스코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UCS(Unified Computing System)라는 통합 컴퓨팅 시스템을 만들었고, 업무의 이동성과 실시간성을 강화하기 위해 VXC(Virtualization Experience Client)라는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에 최적화된 단말도 개발했습니다.
시스코는 올해 초 5개 사업 부문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킨 바 있는데, 그 가운데 첫번째가 '코어 기술 리더십 유지'입니다. 스위치, 라우터 같은 전통적인 네트워크 기술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으로, 이 코어 기술의 핵심 전략이 바로 '경계 없는 네트워크'입니다.
과연 시스코는 업무 이동성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시대의 화두 속에서 코어 네트워킹 기술의 리더십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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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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