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네트워크는 공공재가 아니라, 통신사가 투자한 사유재산이다(KT 이석채 회장)”, “자전거길 만들었더니 트럭을 몰고 왔다(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 “통신망에서 이득을 얻으면 당연히 사용료를 내야 한다(SK텔레콤 하성민 사장)”
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이 최근의 데이터 트래픽 폭증과 관련해 거침없는 발언들은 쏟아내고 있습니다. 삼성과 KT의 스마트TV 트래픽 이용료 문제로 시작된 이 논쟁은 통신사들에게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면 부가서비스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치는 높아지지만, 당장 트래픽 손실이 너무 크기에 불확실한 수익을 기대해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주 폐막한 MWC 2012에서도 최대 화두는 트래픽 급증 문제였습니다. 사실 스마트TV는 국내에서 한 단면이 표출된 것이고, 실제로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통신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합니다. MWC에서 통신 기술이 아니라, 트래픽이 최대 화두가 됐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애로사항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머니투데이의 기사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합니다.
“MWC 2012에 특이한 기업이 참여했다. 자동차 회사 포드다. 포드는 첨단 IT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한 스마트카를 선보였고,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까지 했다. 모든 분야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커넥티드’는 이번 MWC 2012의 중요 화두며, 전통산업인 자동차 기업이 모바일 기술 향연장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과연 망 투자는 누가 해야 할까. 커넥티드 경제가 활성화되면 트래픽이 급증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은 비단 통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신사 입장에서 이 문제는 정말 골칫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모바일 때문입니다. 5년 뒤면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이 2011년과 비교해 18배나 많아진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많이 팔려서 돈을 버는 것은 단말 제조사인데, 뒷감당은 통신사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시사 입장에서는 지금부터라도 18배나 트래픽이 늘어날 상황에 대비해 뭔가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싶을 겁니다.
이번 MWC 2012에서도 통신사들은 이 분야의 논의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트래픽 급증과 관련된 책임 분담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죠.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에서는 “콘텐츠 서비스 공급업체는 물론이고, 구글·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합니다.
무료 모바일메신저, mVoIP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통신사들에게는 큰 위협입니다. 텔레콤이탈리아 CEO는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OTT 서비스가 늘면서 ARPU가 떨어지고 있다”고 했고, 바티에어텔(인도) CEO는 “통신사가 OTT에 합리적인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고, 망 투자비용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구글·페이스북 등 망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내지 않으면,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OTT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발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에릭슨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500억개의 전자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커넥티드 경제에 기대감이 크겠지만, 위기감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의 규칙대로 간다면, 폭증하는 트래픽을 수용할 네트워크 투자는 모두 통신사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방식대로 2015년이 되면 통신사들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트래픽 급증과 관련해 단말, 플랫폼 업계는 별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습니다. 통신사가 투자에 부담을 느끼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테고, 그래도 투자를 한다면 서비스 이용료가 크게 오를 것입니다. 그 피해를 입는 소비자는 단말·플랫폼 공급업체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해 제 개인적으로도 아직 확고한 입장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왼쪽 사진)의 인터뷰가 가장 공감이 가는 내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스마트TV 업체도 망 이용료를 분담하라는 주장에 TV 제조사들은 “자동차 제조사가 고속도로 사용료를 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의견을 묻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우리는 자전거길을 만들어 놨는데, 트럭을 몰고 들어왔다. 트럭길을 또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트럭을 사용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통신사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인터뷰입니다. 생태계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통신사, 플랫폼 공급업체, 콘텐츠 공급업체, 단말 공급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빨리 만들어져야 겠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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