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얼마 전 미국 정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정책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NIA)이 발표한 자료였는데, 미국 국가기록원(NARA), 증권거래위원회, 농무부 등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의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가기록원은 지난 2009년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국민들이 국가기록원 문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정보서비스국을 만들었는데, 이용자들의 접속이 급증해 트래픽 폭주 현상을 겪게 됩니다. 이에, 40만 달러를 들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트래픽 폭주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부 아카이브 시스템들과도 매끄럽게 연결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투자자교육 및 옹호 사무국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문제 해결 시간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 사무국은 매년 9만 건이 넘는 불평, 조언 등이 쌓이면서 IT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부담이 됐는데,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자 문제 해결 시간을 75%나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미국 농무부는 12만여 명의 직원이 서로 다른 29종의 e메일 시스템을 쓰고 있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하자 개인당 e메일 용량이 250MB에서 5GB로 늘었음에도, 메일박스당 이용료는 150달러에서 100달러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미국 정부, IT 예산의 25%는 클라우드 전환에
미국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클라우드 우선 정책(Cloud First Policy)’을 시행 중인데, 각 기관들의 시스템 구축이 활발합니다. 연간 IT 예산이 약 800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25%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전환하는데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이 틀리지 않았음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니, 클라우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또, 빅데이터 연구개발에 2억 달러를 투자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개발해 나간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교육, 의료, 군사, 유전자 연구 분야를 위한 연구개발을 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요? 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물론이거니와, 국립대학 교수와 교직원, 심지어 국립대학 학생들까지도 포함된 조치입니다. 국립대학 학생들은 자신들이 공무원인 줄 알고 있었을까요?
이 같은 조치는 보안 위협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공기관과 국립대학의 PC가 좀빕PC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 내려진 조치라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죠.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성과를 접하니 씁쓸할 따름입니다.
국정원은 과거 WiFi와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이 이 기술을 사용하는데 지나치리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문제로 국정원 관계자와 통화를 하면 “우리는 보안과 관련된 기술만 담당하므로 WiFI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하면서도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국정원의 보안적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는 실정입니다.
IT 기업 경영인 초청, 정기적으로 조언 구해
미국 정부는 이미 WiFi와 관련해서도 정부·공공기관의 활용 기준을 만들어 이를 준수할 경우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정확한 규정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애매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사용을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한 보도자료를 보니,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BM, EMC, 제록스 등 주요 IT 기업의 최고 경영자 5인을 백안관에 초청해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매년 두 차례씩 IT 기업 CEO들로 구성된 ‘테크놀로지 CEO 협의회(Technology CEO Council)’ 회원들을 초청해 IT가 정책 전반에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한다는군요.
테크놀로지 CEO 협의회는 2010년 10월, 똑똑한 IT 사용만으로 10년 내 정부 지출을 1조달러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One Trillion Reasons’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의 통합, 연방정부의 온라인 자가 서비스 도입, 연방 보조금 및 의료보험 제도 시스템 상에서 사기를 방지하고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이기 위한 분석 소프트웨어 도입 등 아주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IT를 잘 활용해 달라’는 두루뭉술한 내용이 아니라, 매우 세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IT가 일자리 줄이고, 빈부격차 키운다?
우리 정부의 IT 정책을 보면 각 부처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고,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정부가 중심을 잡고서 끌고 나가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처들이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은 하나같이 ‘일자리 몇 만 개 창출’,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 몇 개 육성’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정책’들이 튀어나와서 IT를 이용해서 일을 해야 되는 공무원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보화 시대에는 IT를 접하는 사람은 소득이 높고 접하지 못하는 쪽은 소득이 낮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 IT 기술은 일자리를 계속 줄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불황을 극복하고,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높이려고 IT 투자와 정책의 혁신을 접목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정반대의 시각입니다. 이 같은 입장은 정말 세간에서 말하는 대로 ‘IT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IT 기술이 소득 격차를 키우고, 일자리를 줄였다고 하면서 (이와 반대로)“녹색화는 소득 균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좋아하는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는 IT가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산업입니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영어 교육에서도 IT가 큰 역할을 합니다. 전체 수출에서 IT의 비중은 40%가 넘습니다. IT 무역수지는 전체 무역수지의 2.3배나 됩니다. 이쯤 되면 ‘IT 유체이탈 화법’인가요?
우리 정부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IT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IT가 공공 부문을 똑똑하게 만들고,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경제를 활기차게 만드는 데서도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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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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