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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시스코 "SDN, 이제 기업의 모든 네트워크에 심는다"

데이터센터 넘어 캠퍼스망, 지점·지사망에 SDN 적용할 솔루션 대거 출시


[사람중심] 고속도로를 흔히 '동맥'이라고 부릅니다. '국토의 동맥'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산업 발달의 동맥'처럼 쓰기도 합니다. 전국을 그물처럼 연결해 사람과 상품을 필요한 곳으로 실어 나릅니다.

 

고속도로가 단순히 '멀리까지 연결된 넓은 길'에 그치지 않고 '동맥'이 될 수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환경을 지원하는 유연함 때문입니다.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길이 넓어지고, JC가 있어 다른 고속도로와 연결되기도 하고, 목적지와 가까운 곳에는 IC를 두어 그 지역의 도로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도착지가 가까워 오면 톨게이트가 나타나 정확한 요금을 계산해 줍니다. 도로 곳곳에 길안내 표지판이 있고, 교통사고나 정체 등 도로 상황 안내도 신속정확합니다. 전국 어디든 목적지까지 최대한 짧은 이동경로를 제공해주고, 예정 경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신속히 우회해서 최대한 빨리 목적지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고속도로를 '동맥'이라 부르는 이유일 겁니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인터넷 접속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A에서 B까지 데이터가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가만을 따지던 시대의 네트워크는 IT 영역에서도 보조재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서버나 스토리지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취급되었죠.


하지만,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IT의 핵심 아키텍처가 되면서 네트워크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1대의 물리적 서버가 가상화되어 논리적인 10대의 가상서버(VM)를 구동할 때 하나의 NIC(Network Interface Card)에서 10대의 VM에 제각각 네트워크 정책을 부여하지 못하면 각 VM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내부에 있던 A라는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통신사의 데이터센터에 위탁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그 서버와의 통신이 회사 안에 있을 때처럼 원활하지 않다면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을 택할 기업을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IT 트렌드에 맞게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해 온 네트워크는 최근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개별 네트워크 장비 안에 있던 제어부를 밖으로 끄집어내서 별도의 방비를 만들고(콘트롤러), 각종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을 소프트웨어로 개발해 이 콘트롤러에 탑재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자는 개념입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시스코 라이브 2013'이 열리는 미국 올랜도에서 기존에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 적용되던 SDN을 캠퍼스 네트워크 및 기업의 지사 네트워크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캠퍼스 네트워크나 지사 네트워크가 SDN을 지원하게 되면, 기업은 중앙의 콘트롤러에서 각 지사·지점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주면 됩니다. 지사·지점에는 그만큼 IT 장비가 줄어 관리의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더욱 안정적이면서, 더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SDN 아키텍처가 적용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와 지사·지점 네트워크를 묶어서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는 것도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수도권 지역에서만 JC, IC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연결하고,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를 수도권의 여러 지역과 연결하는 구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역 차량은 일단 서울 시내로 들어온 다음, 다시 서울과 경기 지역을 연결하는 다른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될 지도 모릅니다.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면 곧바로 인천이나 여주로 갈 수 있습니다. 도로를 만들어야 되는 정부나 그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이나 편익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시스코가 SDN 아키텍처를 데이터센터에 머무르지 않고 캠퍼스 네트워크, 지사/지점 네트워크까지 확장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중앙과 지역의 프로세스가 같아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좋은 일일 것입니다. 향상된 기능과 정책을 회사의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SDN을 이용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회사의 모든 사용자에 일괄 적용하게 되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직원들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이 향상된다는 것은 똑똑하게 일하는 역량이 확산된다는 것이니까요.


시스코는 이번에 SDN 적용 영역을 확대하면서 캠퍼스 네트워크, 지사 네트워크용 네트워크 장비도 새로 내놓았는데, 장비의 용량을 대폭 강화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카탈리스트 6880-X' 스위치는 최대 40개의 10 Gbps 포트 또는 20개의 40 Gbps 포트를 지원합니다. 시스코 측은 "넷플릭스에서 HD 영화 한편을 1.5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성능이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자동차와 말의 차이다. 이 격차를 계속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최대 용량이 커졌으면서도 원하는 용량만큼만 주문할 수 있는 ISR 4451-AX 라우터, 본사의 지점·지점 망의 서비스를 원활하게 연결해주는 ASR-1000AX도 함께 출시됐습니다.


한편, 시스코는 이번에 새로운 카탈리스트 스위치를 발표하면서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색안경을 낀 4명의 '어깨'가 천으로 둘러쳐진 물건 주변에서 철통경계를 하고 있다가 무대 위로 가지고 올라온 것인데요, 결국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새로운 카탈리스트 스위치였습니다. 







카탈리스트 6000 시리즈 스위치 새 모델이 워낙 오랜만에 나오다 보니 이런 이벤트를 한 것 같은데, 어쨌든 자유로운 복장으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취재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경직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는 충분했습니다. 


혹시 기업의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스코가 이번 '시스코 라이브' 행사에서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데, "네트워크가 단순히 서버나  DB를 뒷받침하는 보조재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판도를 뒤바꿀 열쇠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올랜도-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