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소치 2014…BYOD 올림픽 & 모바일 Live 올림픽



[사람중심]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친 국민들이 상당수일 겁니다. 러시아 선수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왔을 때는 홈텃세라는 생각에 걱정이 들기도 하고,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고서는 감탄하며 금메달을 기대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몇 년 전부터 올림픽 생중계를 볼 때마다 걱정 한 가지를 안고 시청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니라 '혹시 실시간 방송 중계가 끊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인데요(아마도 직업병이겠지요), 이러한 걱정을 하는 이유는 올림픽에서 현장의 경기장면 동영상을 전송하는 통신 방식의 변화 때문입니다.


올림픽 경기장면 생중계에는 원래 위성 통신망을 이용했습니다. 전세계 방송사들 입장에서 올림픽 경기 동영상 실시간 전송은 한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됐기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위성통신망으로 동영상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경기 동영상 전송에 IP 통신망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최초로 IP네트워크를 이용해 비디오(실시간 중계 및 VOD)를 전송한 올림픽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런던 하계올림픽 그리고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IP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해오고 있습니다.


올림픽 중계, 100% IP네트워크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라는 특성상 원거리 동영상 중계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동영상 파일이 실시간 및 VOD로 스트리밍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위성 통신망을 IP 통신망으로 바꾸는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하층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에서 우리집까지 연결되는 인터넷에도 문제가 생기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동안 IP 네트워크 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래픽을 처리하는 용량 면에서 IP 네트워크를 따라 올 기술이 없고, 장애를 인식해서 새로운 통신 경로를 찾거나, 장애 발생 시 이를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하는 기술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동영상 트래픽을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사이를 오가는 무수히 많은 전체 트래픽 가운데서 어떤 것이 비디오 트래픽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당 비디오 트래픽을 목적지까지 안정되게 전달하는 것은 IP 네트워크 전문업체들이 가장 공을 들여온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료로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네트워크 대역폭을 보다 많이, 보다 안정적으로 할당하고, 더 좋은 화질로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 결과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그 이후의 모든 하계·동계 올림픽 중계방송과 녹화 서비스는 오로지 IP 네트워크로만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위성통신망을 이용할 때보다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더 좋은 화질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정성은 확실히 보장됩니다.


Sochi2014, ‘개인단말 시청’이 대세가 된 첫 올림픽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기존 올림픽과 달라진 점이 한 가지 있다고 합니다. 바로 ‘BYOD(Bring Your Own Device) 올림픽’이라는 점입니다. TV가 아니라 개인 단말인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PC로 올림픽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 이전 올림픽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고, 이는 올림픽을 직접 즐기러 소치를 찾은 관람객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아마도 최근 불어닥친 LTE·스마트폰 열풍이 만들어낸 트렌드일 것입니다. 동영상 서비스를 모바일 단말에서 이용하는 일이 보편화된 것이지요.

(이런 움직임은 이미 지난 런던 올림픽(2012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 NBC방송이 런던 올림픽을 방문한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떤 단말로도 최상의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 단말로 올림픽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동영상 서비스 제공자나, IP 네트워크 제공자는 일거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말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졌을 테니, 이 각각의 단말들의 상태와 각 단말이 연결된 네트워크 상태를 고려해 안정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 소치 올림픽의 IP 네트워크는 IPTV 서비스 네트워크, 게임 네트워크, 미디어(언론)용 네트워크, WiFi 네트워크, 대회 운영 네트워크, 영상통화 등 UC(Unified Communication) 네트워크로 구분되었습니다. 특히 하루 접속자 4만명(IOC 관계자, 선수단, 자원봉사자 등)의 사용자를 수용하고, 대회 관계자가 아닌 게스트도 10초만에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는 20밀리세컨드(0.02초)에 복구되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는군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소치 동계올림픽의 IP 네트워크 구축·운용을 맡고 있는 어바이어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수시로 변하는 트래픽 상황에 유연할 수 있게 대처하면서도, 다양한 사용자가 다양한 기기로 안정되고 안전하게 접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만전을 기했다”면서, “올림픽 개막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네트워크 장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 관람의 현장감을 책임지는 네트워크 기술의 향연

스포츠 경기는 현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거나, 집에서 커다란 TV로 봐야 제 맛이라는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때마다 휴가를 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고, 모든 live 중계방송을 거실TV로 즐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녹화방송 보다는 모바일 live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경기가 벌어지는 그 순간을, 언제어디서나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단말과 네트워크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생생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LTE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고, 국내 방송사들도 N-스크린 서비스 준비가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모바일 단말에서 HD화질로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 네트워크는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당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상태는 어떤지, 그렇다면 어떤 화질로 영상을 보내야 적어도 방송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연결될지를 말입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최첨단 네트워크 기술의 향연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 스포츠 중계의 현장감을 더하는 비디오 네트워킹 기술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