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IT라는 무대에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 됐지만, 그동안 가능성만을 인정받았을 뿐 주류가 되지 못했던 태블릿 PC가 최근, 드디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태블릿 PC는 스타일러스펜이나 터치스크린을 채용해 키보드 없이도 모니터에서 직접 입력을 할 수 있는 PC를 말합니다. 그동안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돼 오면서 터치스크린 노트북에서 시작돼 모니터 화면 부분이 360도 회전하는 노트북이 나오기도 했고, 디지털홈 서비스에도 ‘월패드’ 등의 이름으로 적용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태블릿을 비주류였습니다. 노트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PDA나 휴대전화에 비하면 너무 크고... 아무튼 ‘좋기는 한데, 비싸고, 활용이 다양하지 못한’ 어정쩡한 단말이었습니다. 손으로 입력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태블릿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플이 없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던 태블릿이 최근 IT 분야에서 휴대전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격전지가 되고 있습니다. 애플(www.apple.com)의 아이패드가 아직 한글 지원이 되지 않음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예상을 깨고 IP 통신장비 세계 1위 기업 시스코시스템즈(www.cisco.com)가 최초의 안드로이드 OS 기반 태블릿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시스코의 ‘시어스(Cius)’는 철저하게 기업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HD 카메라와 음성통화를 지원합니다. 시스코 시어스는 기업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툴로 각광을 받는 ‘협업(collaboration)’ 솔루션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 아이패드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태블릿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주목할 대상은 HP(www.hp.com)입니다. HP는 이미 윈도 OS 기반 태블릿 PC 시장에서 부동의 1위 기업입니다(개인적으로 저도 HP의 태블릿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자로 팜(Palm) 인수를 완료한 HP는 팜의 OS인 WebOS를 기존 팜 스마트폰(팜 프리, 팜 픽시) 외에 좀 더 큰 디바이스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팜은 WebOS 개발과 강력한 스마트폰 로드맵에서부터 향후의 슬레이트 PC 그리고 넷북까지 WebOS 기반 하드웨어 제품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HP의 발표 내용입니다.
HP는 올해 초 CES 행사에서 ‘슬레이트(Slate)’란 이름의 윈도7 기반 태블릿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후 슬레이드와 관련된 추가 정보를 공개하면서 윈도7이 향후 제품 계획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해 팜 OS를 무게를 싣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태블릿 1위 HP가 팜OS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팜이 PDA의 원조로써 PDA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왔기 때문인데, 사실 과거의 팜은 지금의 애플에 비견될 만큼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였죠.
이는 팜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인 동시에, 팜이 오랫동안 OS를 갈고닦아 왔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단일 기종으로 단기간에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이 된 점을 생각하면, 오랫동안 검증된 OS를 가졌다는 점은 분명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HP는 이미 팜을 인수하면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한 바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모바일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팜이 많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노키아·애플 같은 모바일 단말 분야의 강자들과 서로 지적재산 사용 권한을 주고받는 크로스 라이센싱만 하더라도 비용절감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HP가 기존에 보유한 노트북 및 태블릿 PC 이용자 기반도 아이패드 같은 형태의 새로운 태블릿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어떻게든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www.microsoft.com)는 어떻게 될까요? 가장 큰 우군이었던 HP가 윈도7보다 WebOS에 무게를 싣게 된다면, PC용 OS의 절대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졸지에 태블릿 시장의 비주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HP가 윈도7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거나, 겨우 생색만 내는 정도에 그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로는 새로운 대안(PC제조사)을 찾아야 하는데, 그 대안이라는 것이 태블릿 시장에서 (브랜드, 시장지배력 등에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윈도폰7 기반의 휴대전화 단말기 출시가 앞당겨진다고 하니, 윈도폰7 기반의 태블릿이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윈도7 기반이 됐든, 윈도폰7 기반이든 됐든 태블릿 분야에서 HP가 아닌 다른 파트너를 만들어 두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폰 OS에서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밀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스마트폰 OS 윈도폰7 기반의 단말기를 앞당겨 출시한다는 얘기가 있는 상황이어서 ‘혹시 윈도폰7 기반의 태블릿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네요.
스마트폰을 포함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달러라고 합니다. 이 시장에서 태블릿은 몸값이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휴대전화 제조사의 기술과 창의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던 것처럼, 태블릿은 모바일 컴퓨팅 디바이스의 그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미 해외에서 아이패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사용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글 버전이 정식 출시되고, 아이패드용 어플들이 늘어나면 인기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의 휴대전화 제조 부문 선두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애플 아이폰이 나온 뒤 거의 3~4년이 지나도록 시장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습관대로 외장 디자인, 액정 크기, 톱모델 등에만 의존하다 ‘혁신을 주도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기존의 PC 제조사들은 아마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 또 노력할 거라고 믿습니다. 경쟁과 노력이 치열해지는 만큼 태블릿 사용자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될 테고요.
(관련기사 - 태블릿의 유혹, 가상 컴퓨팅)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
'단말&플랫폼 > 모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안 또는 딜레마 (0) | 2010.07.22 |
---|---|
저사양 피처폰, 인터넷 성능 좋아진다 (0) | 2010.07.13 |
애플 vs. 안드로이드…태블릿 2라운드? (0) | 2010.07.02 |
인터넷이 하던 일, 이제 휴대폰에게로? (0) | 2010.05.27 |
휴대폰과 뇌종양의 상관관계, 아직은 미지수 (0) | 2010.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