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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위기일발, ‘우물안’ 클라우드 시장

【사람중심】 최근 ‘위기일발 풍년빌라’라는 조금 코믹하면서 조금 기괴한 분위기도 나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만든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재개발 직전의 허름하기 짝이 없는 빌라이지만 500억 원대 금괴가 숨겨져 있는,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은 점점 더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며 욕심뿐인 암투에 휘말리게 됩니다.

사실 ‘위기일발危機一髮’이라는 사자성어는 만화나 무협소설 같은 데나 등장하지, 기사에서는 잘 쓰지 않게 되는데 최근 클라우드(cloud) 서비스 시장을 보면서 이 단어를 종종 떠올리게 됩니다.

‘클라우드’는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서도 꽤 인기 있는 용어가 되었고, 올해 들어서는 기대를 많이 모으는 사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대기업 계열 SI(시스템 통합) 회사를 필두로, 컨설팅 전문업체, 통신사, 관련 IT 기술 공급업체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IT 업계의 가장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줄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과연 클라우드 컴퓨팅이 서비스로서 가치가 있냐 하는 의문입니다.

대형SI의 클라우드, 그들만의 리그

국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는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입니다. 대규모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그룹 계열사들에게 서비스하는 데서도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는 컨설팅 역량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프라이빗 클라우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 SI의 자원과 경험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계열 SI사들을 보유하고 있어 자기 그룹 외부에서 돈이 될 만한 주요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계열 SI사를 갖고 있지 않은 중견 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서비스 대상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이들은 대기업 SI들의 고객이 될 만한 자격이 없을 것 같습니다. ‘비용’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인프라가 가상화(Virtualization)되어 있어야 하고, 이처럼 가상화된 인프라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것으로 재배치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가상화와 프로비저닝(provisioning) 툴의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SI들은 대부분 해외 기업들의 유명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솔루션 비용이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책정하는 데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그룹 계열사들에게는 원하는 금액을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자금이 넉넉하고, 한지붕 아래 가족들이기니까요. 하지만, 타 그룹 계열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 같은 수준의 비용을 책정할 때도 과연 장사가 될지 의문입니다.

IT에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없는 중소기업들 입장에서 ‘IT 인프라를 직접 도입하지 않고 필요한만큼 빌려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겠지만, 대기업 SI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각 그룹사가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체 조달하는 가내수공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클라우드 톱브랜드의 공세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퍼블릭 클라우드가 있습니다. 특정 기업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솔루션을 갖춰놓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나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개념입니다.

개인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서비스는 사용료 측면에서 볼 때 SI보다는 통신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룹니다. 외국의 예에서도 통신사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SI도 퍼블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힘든 싸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 통신사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못합니다. 모 통신사가 벤처기업 및 개발자들을 위한 퍼블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통신망이 엉키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걱정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그 첫 번째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아마존(http://aws.amazon.com)이 아시아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 인근에 다시 데이터센터를 만들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아시아 전역을 커버한다는 측면에서나, 한·중·일의 잠재고객들을 감안해서라도 동북아시아에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두 번째 소식은 사비스(SAVVIS, www.savvis.com)입니다. 이 회사 또한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역시나 싱가포르에 이미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사비스는 국내에 덜 알려지긴 했지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 중 최고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 보다 더 걱정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동북아시아에 진출하게 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의 특성상 중국이나 일본에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더라도 우리나라는 서비스 가시권이 될 것입니다. 이미 두 회사 모두 일본에 지사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안정화된 아키텍처에 풍부한 경험, 폭넓은 서비스로 무장한 이들 글로벌 사업자에 맞서, 아직 이런저런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는 국내 통신사들이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하루 빨리 기술과 경험을 습득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우물안에 있는 먹을거리나마 지킬 수는 있을까요?

통신사들은 아마존이나 사비스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평가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하루 빨리 찾아내야 될 것입니다. 뻔하기 이를 데 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할 텐데... 어쩐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