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어제(26일), 올 한해 국내 UC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전망한 한국IDC의 자료가 나왔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드디어 1000억 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성장은 계속하겠지만, 전체 IT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종합적인 평가였습니다. UC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1~2위를 달리는 e-메일과 컨택센터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장이 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IDC는 UC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 “여전히 컨택센터, e-메일, 화상회의, 컨택센터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 기업의 UC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e-메일이야 기본 중의 기본이고, 컨택센터와 화상회의는 인프라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보면, 사실상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어 IT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지난해 보고서 하나가 제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런던 소재의 비즈니스 스쿨 및 컨설팅 그룹인 LECG가 진행한 ‘나라 별 접속성 평가표(Connectivity Scorecard)’ 조사입니다.
우리나라는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나 속도에서 다른 나라를 크게 앞서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의 인터넷 평균 속도는 14.6Mbps로 2위인 일본(7.9Mbps) 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나라별 접속성 평가표’는 이러한 인터넷 속도보다는 ‘유효한 접속성(Useful Connectivity)’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이 기업의 업무생산성 향상이나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유용한 접속성’에서 우리나라는 2008년 10위, 2009년 18위였습니다. 조사대상은 2008년에 16개, 2009년에 25개 나라였으니, 2009년에 순위가 더 후퇴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유효한 접속성’ 순위가 낮은 것이 앞선 인프라에 비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ICT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소프트웨어, ICT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 보안 서버 같은 항목에 많은 투자를 해야 되는데, 우리의 경우 일부 대기업이 아니면 이런 투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인 항목별 비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꽤 많은 전체 평가 항목 가운데 이 보고서가 중요하다고 꼽고 있는 것은 여섯 가지인데 ‘컨수머 인프라스트럭처’, ‘컨수머 사용률과 기술 수준’, ‘정부 인프라스트럭처’, ‘정부 사용률과 기술 수준’,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 ‘비즈니스 사용률과 기술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컨수머 인프라스트럭처’에서만 1위입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여섯 항목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된 ‘비즈니스 인프라스트럭처’, ‘비즈니스 사용률과 기술 수준’에서 우리나라는 최고 점수를 받은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점수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컨수머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놀랍게도’ 컨수머 사용률에서는 보통 수준에 불과했다며, 컨수머 사용률 측면에서 국가 간 비교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나마 한국이 높은 점수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조사 대상 나라들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평균 지출은 370 달러였는데, 우리나라는 118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전체 평균이 37.73 달러인 소프트웨어는 더욱 격차가 커서 우리는 9.59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조사 대상 가운데 뒤에서 2등이군요.
이 보고서는 “가장 흥미로운 것은 ICT 사용자 기술 혹은 ICT 전문가 기술을 요구하는 인력의 고용 비율이 다른 혁신 지향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는데요, 조사 대상 평균이 18.7%인데, 우리나라는 8.74%에 그쳤습니다. 이 항목에서는 일본이 1위로 27.22%나 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2008년에도 “한국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엔터프라이즈 텔레포니 분야의 투자가 놀라울 만큼 낮았다”는 평가를 한 바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6개 중요 항목 가운데서 정부와 관련된 내용을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순위에서 1위에 올랐는데(아마 전자정부를 위한 인터넷 인프라를 말하는 듯), 정부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 투자는 ‘놀랍도록 평균 수준’이라고 평가됐습니다.
특히 컴퓨터 서비스(공무원들이 사용하는 PC의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과 관련된 항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에서는 조사대상 평균 32 달러를 지출하는 데 비해 우리는 6.98 달러에 불과합니다. 1위인 미국은 128 달러.
‘인구 100만명 당 안전성(보안)이 확보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서버 수’에선 우리나라가 최하위라는 것도 놀랍습니다. 조사 대상국 중 1위가 870대, 평균이 370대인데, 우리나라는 22대군요.
이러한 수치들에서 보듯이 단순히 인터넷 보급률이나 인터넷 속도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평균에 못 미치는 항목이 대부분입니다. IT를 잘 활용하는 데는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UC 애플리케이션이 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유효한 접속성‘ 평가에 우리나라가 보여준 수치를 놓고 전문가들은 ‘2-스피드 경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대기업은 ICT에 많은 투자를 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투자가 매우 미미한, 이른 바 IT 투자·활용의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기술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중소기업이 IT 기술로 인해 얼마나 불리한 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그러한 정책이나 시장구조가 잘 만들어져 있는지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들이 IT에 투자를 많이 하면 IT 시장의 규모, 도입률 같은 수치는 올라가겠지만 실제로 전체 기업들이 얼마나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논한다면 중소기업에게는 별 상관없는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피아노 학원에 얼마나 많이 다녔고, 얼마나 좋은 피아노를 가지고 있느냐 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피아노 연주를 얼마나 잘 하느냐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또 우리 사회가 그리고 저 부터도 IT 분야에서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을 많이 다듬어야 되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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