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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통신 서비스

[넋두리]와이브로+3G 모뎀의 족쇄를 풀면서...

【사람중심】 지난주 드디어 족쇄를 풀었습니다.

무슨 전자발찌 같은 것은 아니고, 무선 인터넷 모뎀 약정이 끝난 겁니다. 저는 KT의 와이브로+3G 콤보 상품을 쓰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 신청해 올해 6월에 단말기를 잃어버렸는데, 사실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5월부터 아이폰을 쓰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어차피 매달 3만원 넘는 금액을 1년 간 낼 수밖에 없는 계약이고, 더 이상 이 모뎀이 필요 없었으니까요.

아이폰을 사고 테더링 기능을 쓰면서 KT에 문의한 적이 있는데, 기존 무선 인터넷 모뎀 고객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기대를 하고 문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속도가 느린 3G, 삼성동 빌딩 고층이나 깊숙한 회의실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인 와이브로를 털어내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았습니다.

지난 8월에 이 문제 때문에 통화를 열 번 넘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처음 알았던 것이 가입은 한 군데서 했지만, 상담은 따로따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와이브로 따로, 3G(아이플러그인) 따로. 여기저기 전화를 계속 돌려주는 통에 정신이 이상해질 지경이었습니다.

도대체 결합한지 1년 반이 된 회사가 아직 상품마다 고객정보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니... IMS니 뭐니 하면서 서비스 플랫폼을 지능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그게 거짓말이었는지, 아니면 귀찮아서 해지를 못하게 하려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상담원들이 미안했는지 자기들이 돌아가며 직접 제게 전화를 걸어 왔는데, 문제는 저하고 상담해야 할 해당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온 경우가 오히려 적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 상담원들과 통화를 해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월요일 KT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새 단말기로 무상교환을 해주는데 바꿀 생각이 있냐고. 그래서 약정 기간이 끝난 거 같은데, 언제 약정이 끝났냐고 했더니 그 정보는 자신들이 알 수 없다며 다른데 문의하라더군요. 당연히 의무사용 기간을 미리 알려줄 책임은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해지는 각각 해야 된다면 전화번호 두 개를 알려주기에 연락을 했습니다.

9월에 이미 약정기간이 끝난 것을 제가 직접 챙기지 못했으니 제 잘못이라고 감정을 추스르면서 상담원에게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콤보 상품을 쓰는 고객은 KT 플라자에 직접 방문해야 해지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8월부터 지금까지 십여 번 통화를 했지만, 어떤 상담원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고대하던 약정이 만료돼서 해지를 선언하니 그 때서야 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상담원에게 “해지하려고 하는데 따로따로 해야 된다고 들었다”고 하니 두 개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말입니다.

정말 고객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뭐 고객의 스릴과 쾌감을 위해 비밀을 단계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와이브로+3G 결합 서비스를 쓰는 저는 이용료를 많이 내는, 우량 고객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관리 대상은 아닐텐데, 고객 대접은 못해줄 망정... 하긴 약정 기간이 끝나도 끝났다는 문자조차 보내주지 않는 통신사에게 뭐 기대할 것이 있다고, 이렇게 흥분을 하는 건지, 저 스스로 웃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통신사가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제가 상담원과 통화를 하며 여러 번 흥분하는 모습을 봤던 아내는 LG U+를 쓴 지 꽤 오래 됐습니다. 물론 LG텔레콤 시절에 가입했죠. 아내도 아이폰을 써보고 싶다고 하지만, 쉽사리 통신사를 바꾸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그 이유가 바로 ‘서비스’ 때문입니다.

아내의 얘기는 “LG는 상담원이 몇 달에 한 번씩 전화해서 “현재 어떤 요금제를 쓰고 계신데, 최근 몇 달 간 사용기록을 보니 이러저러한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안내한다는 겁니다. 부가서비스도 사용기간이 끝나면 문자로 알려준다는군요.

사실 저도 3년 전까지는 LG텔레콤을 이용했었는데, 확실히 상담원이 자주 전화를 해줘서 요금제를 바꿔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런 열 받는 경우를 당하고 보니, 그런 사소한 서비스가 얼마나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각설하고, KT 고객서비스 불만을 요구하다 뜻하지 않게 다른 통신사 칭찬을 하게 됐는데요, 외국 통신사들의 규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통신서비스 이용자로 살아가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나 봅니다.

그건 바로 ‘끝가지 해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해서 딱히 우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그 순간부터 열 받을 일 투성이니까 말입니다.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통신사를 바꾸지 않는 게 상책이지 않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