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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시스코는 네트워크에서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김재철기자] “앞으로 IT 서비스, 커뮤니케이션 경쟁은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꾸준히 네트워크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겠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최근 본사 데이터센터·스위칭·서비스 그룹의 존 맥쿨 수석부사장과 한국 기자들을 텔레프레즌스로 연결해 차세대 인터넷 전략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자리는 그간 시스코가 협업·비디오·데이터센터·가상화 같은 영역에 많은 힘을 쏟아 온 것과 관련해 주변에서 전통적인 사업 영역, 즉 스위치·라우터 같은 가장 기본이 되는 네트워크 분야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응하고자 마련된 것이었는데요...

“전세계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과 단말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용도도 매우 달라지고 있다. 시스코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시스코는 전략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가상화·데이터센터·비디오·협업 등이 그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특정 제품이나 무엇무엇이라고 이름 붙인 기술·전략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시스코가 보고 있는 변화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편하게 얘기하는 자리였기에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너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스코가 제시한 여러 변화의 지점들은 주목해볼만한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들은 얘기와 느낌들을 간략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3년 뒤 인터넷 트래픽의 90%는 동영상
시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비디오 트래픽은 2008년에는 월 8000페타바이트였지만 2012년에는 월 500엑사바이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가 되면 동영상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90%를 차지하게 된다는군요.

또, 앞으로 3년 동안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3배 정도 늘어나고, 3년 간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의 양도 4.5배나 늘어난다고 합니다(몇 년 전에는 시스코가 “2007년의 인터넷 비디오 트래픽 양이 2000년의 전 세계 전체 인터넷 트래픽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기억이 있습니다.).

시스코는 이처럼 엄청난 양의 비디오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PC·TV·휴대전화 각각에 맞게 최적의 화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스코는 3년 전부터 ‘비디오 인식 네트워크’를 강조해왔는데, 지난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시스코의 ‘미디어넷’ 기술을 기반으로 각 경기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답니다.

◆“나와라, 가제트 만능팔”... 같은 네트워크
1세대 인터넷에서는 데이터 전송이 위주였고, 메시징 플랫폼은 100% e-메일이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과 성능, 즉 속도였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인터넷에서는 네트워크와 인터넷이 ‘미디어’에 더욱 빠르게 노출되기 때문에 가격·속도 위주로 인터넷이 평가되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우선 협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음성, 비디오 등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즐겨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과 통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를 얻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물리적으로 반드시 단말에 설치돼 있지 않아도 됩니다. 애플리케이션들이 가상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가 요구하는 네트워크는 인터랙티브해야 하고, 풍부한 미디어 환경을 지원해야 하고, 모바일한 방식으로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며, 실시간 협업을 할 수 있고, 보안이 철저하며, 유연성이 뛰어나고, 쉽게 운영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성도 좋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가제트 만능팔’과 같은 네트워크가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애플리케이션 투자=기술발전의 밑거름
여기서 다시, 이날 텔레프레즌스 기자회견을 연 이유로 돌아가면... 시스코가 비디오나 협업 같은 분야에서 점점 더 힘을 쏟는 이유는, 결국 앞에서 나열한 것과 같은 여러 요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함이라는 것입니다.

“시스코의 새로운 투자, 즉 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u-시티 등), 텔레프레즌스 같은 것들은 고성능의 네트워크 위에서 구동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혁신시키는 동인이 된다”는 것이 시스코의 설명입니다.

또 이렇게 혁신된 네트워크 기술은 미래에 더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애플리케이션 투자와 네트워크 혁신이 맞물려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죠.

시스코는 최근 u-시티, 지능형 빌딩 같은 영역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업을 시도함으로써 고성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제공할 혜택과 비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인식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코는 2009 회계연도(2008년 8월~2009년 7월)에 52억 달러의 R&D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한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매출이 적잖이 줄었음에도 R&D 투자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스코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 년 안에 가장 크게 성장·변화할 시장으로 데이터센터를 꼽았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기업용 IT센터 역할을 넘어 개인용 서비스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 예로, u-시티가 고도화된 서비스를 하려면 결국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구축되고, 또 이들 데이터센터에 가상화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폭넓게 적용되야 한다는군요.

존 맥쿨 시스코 수석부사장은 “오늘날 업무를 할 때는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가정에서는 통신사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클라우 기술로 통합된 환경에서는 가정의 TV나 전화기에서도 업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개개인에게 공급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내용 가운데 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가져온 텍스트와 멀티미디어를 통합해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습니다.

대답인즉슨, “네트워크가 애플리케이션들은 인지할 수 있으면 A 데이터센터의 영상 정보와 원격지 B 데이터센터의 텍스트 정보(같은 주제의)를 동시에 끌어와 이용자 단말에서는 영상과 자막이 함께 나가는 식으로 마치 하나의 콘텐츠처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통합된 데이터를 TV·PC·휴대전화 등 단말에 맞게 최적화된 포맷으로 뿌려줄 수도 있답니다.

◆3~5년 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펼쳐진다?
그런데, 서비스가 이처럼 유연해지고 사용자 입맛에 잘 맞아떨어지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존 맥쿨 부사장은 “3~5년 정도면 이런 상황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자신은 시스코 안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전망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것보다 훨씬 빨리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멀티플 트랜젝션의 초기 단계는 이미 텔레프레슨에서는 이뤄지고 있다는 게 시스코의 설명인데, 회사 네트워크와 통신사 네트워크, 인터넷(웹액스)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서 동시에 접속해서 협업을 할 때 이미 각 사용자 환경에 맞게 영상을 뿌려주고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보다 고도화된 클라우드 환경이 되면 현재의 텔레프레즈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이 훨씬 다양하게 발전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서로 다른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연동할 수 있게 된다면 말입니다.

시스코가 스위칭, 라우팅 같은 가장 기본이 되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바라고보 있냐는 질문에 존 맥쿨 부사장은 가상화 얘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기존에는 물리적인 네트워크 포트를 통해서 연결했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대부분의 기업용·개인용 애플리케이션들이 가상 포트에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상 포트와 여기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네트워크가 인지하고 운용·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스코 네트워크 기술의 원자(핵)를 가상화 시대에 맞게 바꿔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트워크 혁신을 여기에 맞춰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디바이스를 연결하느냐, 어떤 사용자를 연결하느냐, 어떤 서비스를 연결하느냐... 하는 점이 모두 스위치의 역할인데, 앞으로 모든 네트워크에 가상화가 적용될 것으로 확신, 이에 대비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미래를 위한 실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었지만,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은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IP네트워크 부동의 1위 시스코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 많은 정보가 흘러다니게 될 인터넷 세상에서, 급증한 데이터를 문제없이 처리하는 것은 물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네트워크 연결을 실현하겠다는 시스코의 목표는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를 들으면서, 발표 내용의 한 부분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고도로 발전된 네트워크가 만들어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어떤 것일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시스코는 너무 여러 영역에 손을 뻗친다”는 지적도 있고, “네트워크 회사냐 애플리케이션 회사냐”하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스코가 삼성전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영역의 애플리케이션에 손을 대는 이유도 비교적 명확합니다.

시스코는 다음 세대의 네트워크 세상에서도 지배력을 이어가고자, 매우 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IP네트워크 분야의 경쟁자들이 이를 쉽게 따라잡는 일은, 투자 규모나 시도하는 영역의 폭을 봤을 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이런 실험들에 속속 뛰어들어야 네트워크 기술의 최종 소비자인 우리 개개인들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죠.

네트워크는 IT의 지능을 좌우하는 신경세포로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네트워크 공급업체들이 미래를 위한 실험에 뛰어들고, 그래서 이들이 겪는 시행착오가 점점 더 줄어들기를 기대해봅니다.

[사람중심]을 꿈꾸는 C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