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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모바일 시대, 통신사가 부르는 '희망사항'

【사람중심】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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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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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난 이후로 미팅을 한 번도 한 번도 안 한 여자

1989년 당대의 최고의 가수 변진섭의 ‘희망사항’은 현실세계에 없을 것 같은 여성의 모습을 묘사한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여성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나만 바라보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현실이 되기는 힘들다. 그런데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변진섭의 희망사항에 버금가는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2010년은 모바일의 시대다. 단말도, 애플리케이션도, 콘텐츠도, 심지어는 인터넷 접속까지도 모바일이 시대의 중심이고, 앞으로의 전망과 기대도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의 시대에 가장 고민이 많은 집단을 들라면 아마도 통신사업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아 고객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트래픽이 급증해 보다 많은 대역폭을 필요로 하고, 서비스는 더욱 안정적, 지능적으로 제공되기를 원하는 환경에서도 서비스 비용(대표적으로 네트워크 비용)과 요금은 내려야 하는 상황은 통신사업자에게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고충은 통신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공급업체,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유선통신망에서 제공하고, 무선(이동)통신망에서는 음성만 제공하면 되던 과거와 달리, 모바일에서 보다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무선통신망의 역할이나, 규모 그리고 복잡성이 유선통신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모바일 데이터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기존 데이터망인 유선망과 무선망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동하는 문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현 시대에 통신사업자나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의 한결같은 바람을 요약해보면 대역폭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서비스는 더욱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유무선망을 하나처럼 운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경을 매우 단순하게 관리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개개인 고객의 요구사항을 즉시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변진섭의 '희망사항' 못지않게 필요한 조건이 많은 셈이다.

통신 솔루션 분야의 강자 중 하나인 알카텔-루슨트는 25일, '하이 레버리지 네트워크(HLN)'라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HLN(High Leverage Network)은 통신 서비스 산업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에 부응하고자 만들어진 새로운 네트워크 컨셉으로, 유무선이 통합된 네트워크 아키텍처와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대를 위한 멀티스크린 전략이 축을 이루고 있다.

물론, 아직 이러한 전략의 모든 구성요소를 다 구비하지 못했고, 여러 통신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컨셉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알카텔-루슨트는 통신 전 분야에 걸쳐 풍부한 솔루션을 공급해온 전통의 벤더라는 점에서, 그리고 모바일 시대의 네트워크 구조를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 전략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모바일 서비스 확산…복잡해지는 조건들

모바일 데이터 통신 이용료가 저렴해지고(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비싼 편이지만), 아이폰처럼 사용하기 편리한 고성능 단말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단말에서도 풍부한 데이터를 이용하게 됐는데, 이러한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항상 현재 수준 이상의 것을 원한다.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기되, 자기가 관심 있고 자기와 관련 있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계를 이용해서든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서비스 용량은 예정보다 커지고, 서비스 비용은 예정보다 줄어들기를 바란다. 통신사의 '희망사항' 못지않은 요구사항이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이런 요구를 수용하려면 기존 방식으로 네트워크 대역폭을 운영해서는 힘들다. 각 고객에게 일정 대역폭을 고정적으로 할당하고,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를 분리해 운영하면서 고객이 계속 비용을 지불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두 가지가 중요한데, 한 가지는 증가하는 대역폭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서비스 제공 비용은 낮추는 것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고객 1인당 매출을 높이는 것이다. 알카텔-루슨트는 이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프라로 하이 레버리지 네트워크(High Leverage Network)와 애플리케이션 인에이블먼트(Application Enablement)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이 레버리지 네트워크(HLN) 전략


HLN은 한마디로 네트워크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선과 무선을 비롯해 각 서비스 별로 네트워크를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최적화되고 융합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융합 서비스 콘트롤 툴로 관리가 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렇게 네트워크 구조가 단순화되고, 네트워크 계층이 최소화되는 것과 더불어 HLN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사용자와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정보를 네트워크가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마다 어떤 네트워크와 어떤 단말을 이용하며, 주로 사용하는 시간대는 언제이고, 어떤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HLN은 철저히 공개표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런 정보가 통신사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개발 파트너들과 공유되기 때문에 적기에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해 가장 적절한 네트워크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통신사업자와 그의 파트너들이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인프라의 역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과 장점을 가진 HLN은 단지 비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의 BT와 알카텔-루슨트는 지난달, BT의 네트워크 혁신을 알카텔-루슨트가 맡는다는 발표를 했다. 이 계획은 BT의 네트워크 구조를 매우 단순화시키면서, 콘텐츠 공급업체와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 같은 파트너들이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알카텔-루슨트의 HLN을 BT 네트워크에 접목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말 미국 최초로 LTE 서비스를 시작하는 버라이존와이어리스 역시 LTE 모바일 백홀 솔루션 공급업체로 알카텔-루슨트를 선정했다.

이와 함께 알카텔-루슨트는 가입자마다 더 많은 대역폭을 사용하게 될 것에 대비해 10G GPON(10기가비트 수동형 광네트워크) 기술, 수백Mbps 속도를 제공하는 구리선 통신 기술 등을 개발했다. 10G GPON 기술은 4G 시대의 유력한 LTE 백홀 기술로 기대를 모으며, 지난해 브로드밴드월드포럼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구리선 초고속 통신 기술은 최근 300Mbps 통신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애플리케이션 인에이블먼트 전략


고객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마지막 관문인 네트워크 액세스 노드가 가지는 특성은 가입자로부터 들고나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어느 정도 대역폭을 쓰며, 어느 정도 여유 있는지, 콘텐츠는 어떤 것이 흐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이 정보를 가지고 HLN을 관리하면 훨씬 수준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고화질로 비디오 스트리밍을 받기를 원할 때 액세스 노드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굳이 네트워크를 확장하지 않고도 여유 대역폭을 이용해 고화질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사업자와 CP(콘텐츠 공급업체)는 네트워크 비용 투자 없이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구글이 액세스 노드가 가진 가입자 정보나 트래픽 정보를 가지고 타겟팅 광고, 타겟팅 콘텐츠 삽입 등으로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알카텔-루슨트는 최근 ‘멀티 스크린(Multi-Screen) 전략’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어떤 단말로든 즐길 수 있는 통신 환경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으로, HLN과 그 목적이 일맥상통한다.

이 전략은 두 가지 변화에 주목해 나온 것이다. 첫번째는 사람들이 미디어 서비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과거 TV 위주에서 PC를 넘어 모바일 단말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이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기도 하고, 타임시프트 같은 기능을 이용해 콘텐츠를 직접 콘트롤하면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진 알카텔-루슨트의 멀티 스크린 전략은 전송(네트워크), 제어, 애플리케이션의 각 레이어 별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가장 아랫단의 네트워크 레이어는 HLN이 핵심이다. 유무선 네트워크의 융합과 네트워크 구조의 단순화는 물론,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까지 보강함으로써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해 CDN 전문업체 벨로식스(velocix)를 인수했는데, CDN은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가장 가깝게 가져다 놓음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있고, 전체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HLN의 효과를 더욱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제어 레이어는 콘텐츠(멀티미디어를 공급하는 헤드엔드), 아이덴티티(개인이 어떤 단말로, 어떤 서비스에 가입했는지 정보 취합), 페이먼트(여러 기기에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중복 과금 방지 등), 메시징(콘텐츠 공유 및 여러 기기에서의 SMS 이용)라는 네 개 컴포넌트로 구성돼 ‘언제 어디서 어떤 단말로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멀티 스크린 전략의 두뇌 역할을 한다.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는 실제 고객에게 콘텐츠를 내보내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영역과 고객·서비스 관리 영역으로 구성된다. 지능적인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가 구현되면, 현재 방송되는 콘텐츠 녹화를 사무실에서 휴대폰으로 실행한 다음, 집에 가서 TV를 켜면 바로 볼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관리 영역에서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녹화했으며, 어떤 기기에서 실행하려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3개 레이어는 모두 모듈형이면서 개방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는 필요한 컴포넌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고, 표준 기반이기 때문에 써드파티 업체들이 어떤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을 때 바로 통신사 네트워크에 붙여서 서비스화할 수 있게 된다.

통신기술에 기대 거는 ‘희망사항’

미디어 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유무선 네트워크의 제약이 없어진 지금, 지금 케이블TV나 IPTV 방송사들은 모바일 방송에 도전해야 하고, 기존에 PC나 TV용 VOD를 제공하던 콘텐츠 공급업체들은 같은 콘텐츠를 휴대폰이나 PMP 이용자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새로운 방송 플랫폼을 마련하거나, 콘텐츠를 여러 포맷으로 구비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또 다양해진 서비스 이용 방식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각각의 네트워크를 구비하는 것도 경계해야 될 일이다. 비용이 덜 들고 관리는 쉬우면서, 빠르게 발전하는 서비스 요구사항을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서비스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70~80년대 대표 저항시인 김지하 시인의 희곡 가운데 어떤 남자가 사창가에서 여자를 고르는 장면이 나온다(여공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주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부려먹으려는 악덕기업주의 모습을 풍자한 대목이다).

“나이는 어릴수록 좋고,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값은 쌀수록 좋고, 서비스는 많을수록 좋다....” 이런 식으로 남자가 원하는 조건이 두어쪽 가까이 나열되어 있다.

그야말로 날도둑놈 심보가 아닐 수 없는데, 이 시에서 성적인 표현과 욕구를 제외한다면, 최근 급변하는 시장에 직면한 통신사업자의 바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희곡 속의 이 남자는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는 것이어서 바람대로 안 되도 그만이지만, 통신사업자는 희망사항을 충족 못 하면 도태될 지도 모르는 생존의 과제라는 점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고객 개개인이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진섭의 ‘희망사항’에서나 가능할법한 일을, 과연 통신기술로 해결하게 되는 날은 언제쯤 오게 될까?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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