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올해 국내 L2, L3 스위치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경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네트워크 시장에서 UC, 영상회의, FMC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반 장비인 라우터, 스위치는 그다지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라우터는 대형 국책사업이나 통신사의 백본 업그레이드 때 큰 물량이 쏟아져 나올 때면 관심이 커지기도 하지만, 스위치는 ‘경쟁이 심하고 돈은 안 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시스코시스템즈의 독주가 워낙 심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 스위치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전열을 재정비한 2위 그룹들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스위치 시장의 가장 큰 뉴스를 꼽으라면 주니퍼의 약진과 HP의 쓰리콤 통합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08년 초 자사의 첫 번째 스위치 제품을 발표한 주니퍼는 대형 제품군이 갖춰진 2009년 이후 레퍼런스 사이트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라우터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 ‘안정성’이라는 이미지에,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예상보다 빨리 스위치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과 공공 분야 등에서 의미 있는 고객들을 다수 확보해 ‘주니퍼 스위치’를 알리는데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HP는 SMB 분야의 강자 쓰리콤을 인수하면서 시스코에 대항할 유일한 벤더로 올라섰습니다. 두 회사의 실적을 더하면 전세계 스위치 시장 점유율 20%가 넘습니다. 유럽에서는 시스코와 그다지 차이가 없고, 아시아에서는 쓰리콤만으로도 시스코에 근소한 우위를 보였기 때문에 시스코 역시 HP에 가장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주니퍼는 올해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본격 확대해야 하고, HP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존재를 각인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들 벤더는 세계적인 명성과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여타 벤더들에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올해 움직임을 특히 눈여겨 볼 만합니다.
국내 스위치 시장에서 외국 업체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알카텔-루슨트는 올해 초 신세계 I&C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습니다. 대형 SI 사업자와 파트너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영업에서 그만큼 유리한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얘기여서, 기존에 공공 부문에 무게가 쏠려 있던 고객을 얼마나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경기장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스위치 벤더들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LG-에릭슨입니다. 과거 노텔의 데이터 네트워킹 장비를 공급해왔던 LG-에릭슨은 올해 초 노텔의 데이터 장비를 인수한 어바이어와 계약이 종료하면서 브로케이드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LG-에릭슨은 4월부터 브로케이드로부터 스위치, 라우터 등을 OME으로 공급받아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게 됩니다. LG-에릭슨의 막강한 영업력에, 브로케이드 장비가 과거 파운드리네트웍스 시절부터 성능·안정성에서 인정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기존 벤더들을 긴장하게 만들 변수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노텔의 데이터 장비 부문을 인수한 어바이어는 올해가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첫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코와 주니퍼에서 인력을 영입, 데이터 네트워크 전문 영업팀을 꾸린 어바이어는 기존 노텔의 충성고객을 지켜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경쟁사들이 기존 노텔 고객을 계속 공략해왔기에 ‘수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국내 시장에서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기어의 움직임도 관심거리입니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미드레인지 시장을 노크해왔던 넷기어는 지난해 하반기 첫 번째 단독형 10G 스위치를 내놓았습니다. 화웨이쓰리콤(H3C)에 엔터프라이즈 스위치를 공급했던 중국 업체로부터 OEM으로 공급받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넷기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해 2분기부터 엔터프라이즈용 섀시 스위치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익스트림이 OEM 공급하는 모델에, 중국 업체가 공급하는 모델 이렇게 두 개 장비를 자사 브랜드로 출시한다는 계획인데, 중소·중견 기업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관리가 쉬원 장점을 앞세워 조기에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간 국내 스위치 시장에서 시스코 선호도는 가히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꾸준히 시스코 고객을 공략하면서 최근 들어 여타 스위치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계기로 스위치 가격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도전자들은 “시스코를 기준으로 형성됐던 스위치 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존의 경쟁자들이 시장을 보다 확대하고자 보다 강력한 영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들까지 속속 가세하는 시장에서 시스코가 과연 얼마나 기존 고객을 방어해 낼 수 있을까요? 벤더들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는’ 시장일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올 한해가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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