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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유선네트워크

통신사 유선망 투자, 같은 듯 다른 모습

【사람중심】 올해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분야의 초점은 단연 LTE가 될 것입니다.

휴대전화가 PC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과 어플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무선 환경에서 더욱 빠른 인터넷 접속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이동통신 업계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부터는 휴대전화에서 100Mbps가 넘는 속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상반기부터, KT는 하반기부터 LTE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LTE 구축을 앞두고 통신사들이 신경을 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유선 네트워크입니다. 휴대전화에서 진정한 모바일 브로드밴드를 제공할 LTE는 데이터 통신이 오히려 주가 되는 만큼 유선 네트워크의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G 환경에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많아지자 통신사들이 이를 해결하고자 무선 백홀 용도로 WiFi를 적극 구축했는데, 사실 이 경우의 WiFi는 무선 데이터 통신을 뒷받침할 유선 네트워크와 같은 목적입니다. 해외에서는 VDSL이나 PON 같은 유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4G는 데이터 통신이 더욱 빠른 속도로, 대용량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유선 네트워크의 뒷받침이 더욱 중요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LTE 구축 계획에 적지 않은 규모의 유선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계획이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버라이존을 들 수 있습니다.

CDMA 진영의 대표 통신사라고 할 수 있는 버라이존은 2009년 초 LTE 구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버라이존과 계약을 맺은 에릭슨에 따르면 이 계약은 “통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었습니다. ‘통신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선 보다 유선의 비중이 더 크다는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할 만큼 초고속 유선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된 나라여서 이동통신망을 구축할 때 유선 네트워크와 관련된 투자가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할 4G 네트워크 구축을 앞두고 무선망만큼이나 유선망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 통신사들도 올해 유선망을 정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LTE 구축을 앞두고 유선 네트워크를 다시 한 번 손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통신사들의 유선망 투자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네트워크 투자나, 어떤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가를 반영하듯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우선 지난해 말 LTE 시스템 공급업체를 선정한 LG유플러스는 LTE 네트워크의 데이터 통신을 안정되게 뒷받침할 백홀 용도로 유선 네트워크를 구축합니다.

지난해 중국의 통신장비 전문업체 ZTE를 선정해 캐리어 이더넷 장비 50식을 구축한 LG유플러스는 올해도 70식 정도를 구축할 예정인데, 1월 중순부터 BMT를 시작해 2월 안에 공급업체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LG유플러스는 그간 3G 인프라가 없어 데이터 서비스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지 못했습니다(물론, 국내 최초의 풀브라우징 인터넷 서비스인 ‘오즈(OZ)’가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은, 뛰어난 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라는 점에는 백번 공감합니다.). 그러다 보니 LTE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실제로 준비하는 것에서 한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선망 준비 역시 가장 의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올해 유선망 투자는 LTE 백홀 용도와 대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전용회선 용도가 약 8:2의 비중이라는 것이 통신장비 업계 전문가의 얘기입니다. SK텔레콤은 아무래도 무선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이다 보니 무선 데이터 서비스 백홀에 유선망 투자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무선이 중심이다 보니 기업 전용회선 관련해서는 투자가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게 통신장비 업계의 시각입니다. SK브로드밴드가 전용회선 사업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예산을 SK텔레콤에서 받아오는 구조이다 보니 아무래도 유선 쪽 예산을 따내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군요.

통신장비 업계는 올해 SK텔레콤의 캐리어 이더넷 투자가 수천억 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KT와 LG유플러스의 투자를 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KT는 5월에 캐리어 이더넷 RFI가 나옵니다. 다른 두 통신사에 비해 유선망에 워낙 여유가 있다 보니 최근 별다른 투자가 없었는데,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LTE 네트워크 구축을 앞두고 유선망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KT는 2009년 아이폰 도입을 앞두고 미리 백홀 투자를 해서인지 올해 유선 투자에서 LTE 백홀 용도는 전체의 2할 정도가 될 예정입니다. 기업 전용회선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8할 정도 될 것이라는군요.

KT는 아직까지 데이터 네트워크가 풍부해서 2할 정도 되는 무선 백홀 용도의 투자도 대부분 무인국사에 유선 네트워크를 보강하거나, 서비스망을 관리하는 용도의 네트워크를 보강하는 데 쓰일 것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는 통신 3사 모두 앞으로 구축할 LTE 네트워크에 앞서 캐리어 이더넷으로 유선 네트워크를 보강하는 해입니다. 4G는 완전히 모바일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하니, 통신사들이 얼마나 유선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준비하느냐는 투자 규모에 상관없이 LTE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단단히 다지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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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