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이동통신네트워크

퍼스널 브로드밴드, 와이브로의 꿈은 어디 갔나?

2011년 연말이 되면 LTE 장비의 전세계 매출 규모가 WiMAX(와이맥스) 매출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IDC의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4년이 되면 LTE 장비 시장 규모가 80억 달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는데, 첫 상용화가 시작된 2010년의 장비 시장 규모가 10억 달러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 2011년 엇갈릴 운명…LTE vs. WiMAX)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이 발표한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우리 정부 관계자 및 일부 기업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소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 같은 뉴스가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IT 업계에서도 통신이 아닌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와이맥스(와이브로)가 4G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현재 전세계 통신사 가운데 4G 네트워크를 LTE로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통신사가 이미 100개를 넘어섰다. 북유럽의 텔리아소네라가 2009년 12월에 LTE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연말 즈음에는 미국 버라이존과 일본 NTT 도코모가 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CDMA가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 일본, 중국의 주요 통신사들이 LTE로 돌아선 것은 이미 뉴스거리도 아니다. 미국은 버라이존과 AT&T가, 일본은 NTT 도코모와 KDDI가, 중국은 차이나텔레콤이 LTE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혹자는 이들이 ‘전향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CDMA 시대의 최대 수혜자였던 퀄컴은 이미 독자 추진하던 4G 기술 개발을 접고, LTE 진영으로 들어간 상태다.

사실 유럽 중심의 GSM 진영에 맞서 CDMA 진영은 전세계 통신 시장의 약 30% 정도를 차지했지만, 3G 시대로 넘어오면서 상당수의 CDMA 사업자가 GSM에서 진화한 WCDMA를 택했다. SK텔레콤과 KT(당시 KTF) 역시 그들 중 하나다.

그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통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되는 법칙을 들라면 아마 ‘규모의 경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GSM 진영이 CDMA 진영을 크게 앞설 수 있었던 건 '시장'이 훨씬 컸기 때문. 통신사들이 비용이 적게 드는 기술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CDMA가 갖고 있던 30%의 시장 점유율을 4G 시대에는 와이맥스가 가져 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된다, 아니다를 따지기 전에 적어도 통신사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될 일이다.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 기술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면, 그 후과는 단순히 인프라를 늦게 구축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해외 통신사 및 통신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4G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서비스들을 상상하고, 테스트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100Mbps 속도로 인터넷 접속을 하게 되는 시대에 어떤 콘텐츠, 어떤 서비스가 고객을 사로잡을 것인지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통신 산업에서는 아직 4G가 가시적인 고민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아이폰과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 경험이 늦었던 만큼 국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늦은 것과 유사한 모습이 4세대 통신에서도 재현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를 국내 통신사들이 적극 도입하고, 그에 힘입어 기술과 노하우가 잘 다듬어져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 시나리오는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펼치고 있는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이 과연 와이브로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텔리아소네라의 LTE 상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이미 80Mbps 서비스가 구현되고 있는데 데이터 사용량에 거의 제한이 없으면서도 한달 이용료가 2달러에 불과해 이용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스톡홀름의 3G 서비스 또한 무제한 사용에 월 통신비가 5000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용료가 저렴하면 이용자가 많아질 테고, 당연히 서비스 품질이나 콘텐츠 발굴에 재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가 좋아지면 다시 고객과 수익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내에서 와이브로를 활성화하는 방식은 이런 구조라고 보기 힘들다. 어떻게든 통신사들이 와이브로를 구축하는 것까지가 전부인 양 느껴진다.

정부는, 통신사들이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와이브로를 구축했던 것처럼, 국민들 역시 통신비가 비싸고 눈에 띄는 서비스가 없어도 와이브로를 써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와이브로는 등장 초기에 ‘퍼스널 브로드밴드’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새로운 서비스 환경이 펼쳐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는 네트워크 기술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통신사가 불필요한 서비스 제공 비용(인프라 비용)을 투입하게 되면, 그만큼 서비스는 비싸지기 마련이고, 서비스가 (품질 대비) 비싸지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그것이 4G든 또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와이브로든, 이용자를 중심에 놓고 고민해 볼 수는 없을까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