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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유선네트워크

KT, 멀티미디어 서비스 장비 업그레이드 돌입

【사람중심】KT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장비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습니다.

KT는 7~8월에 걸쳐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용 라우터, 이른바 ‘서비스 라우터’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장비 교체 사업은 기존 장비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새로 도입된 서비스 라우터는 백본 용량, 가입자 수용 규모 면에서 기존 장비들보다 성능이 몇 배 향상됐고, IPv6를 지원하는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KT가 이번에 서비스 라우터를 업그레이드한 지역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강원 등입니다. 알카텔-루슨트와 주니퍼네트웍스 장비가 선정되어 이미 구축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알카텔-루슨트는 서울 강북과 강원도를, 주니퍼는 서울 강남과 경기 남서부, 부산 지역을 맡았습니다.

이번 장비 업그레이드는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량이 급증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IPTV, 인터넷전화 사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비디오 콘텐츠 이용이 급증하는 상황은 통신사들의 서비스망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비디오 콘텐츠의 경우 한번 좋은 화질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낮은 품질의 서비스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을 때 SD 화질과 HD 화질 뮤직비디오의 가격 차이가 큼에도 대부분의 이용자가 HD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처럼 비디오 콘텐츠의 확산은 트래픽의 증가를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u-클라우드나 다음 클라우드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는 것도 트래픽 증가의 한 원인으로 얘기됩니다.

서비스 라우터는 지난 2007년에 통신 사업자, 케이블TV 사업자가 TPS(Tripple Play Service, IPTV+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이 커졌습니다. 알카텔-루슨트, 주니퍼네트웍스, 시스코시스템즈 등이 경쟁적으로 새 장비를 출시한 것도 이 때였습니다.

KT의 이번 프로젝트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서비스 라우터를 대규모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전국 증설에는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장비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성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에 서비스 라우터가 전국적으로 많이 구축돼 있고, 지역별로 용량 확장에 대한 요구(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는 트래픽 급증 추세가 빠르겠지만,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트래픽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KT가 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비스망에 과부하가 걸릴 것에 대비한 투자이지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료를 더 받을 수 없는 것이죠.

원래 서비스 라우터는 종량제 서비스와 맞물려 구축된 것입니다. 종량제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이용료를 받는 것인데, 이를 우해 고객별로 서비스를 최적화하고, 고객의 사용 현황은 물론 이용상의 특이한 패턴 같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 서비스 라우터가 도입됐습니다. 당시 이를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을 ‘신인증 프로젝트’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종량제가 수익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어 장비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종량제 서비스가 사라졌기 때문에 통신장비를 업그레이드해도 투자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통신사 입장에서 큰 매력이 없기에 업그레이드 작업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장비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여러 가지 조건을 더 많이 따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서비스 라우터는 몇 년 전에 출시된 장비와 비교해 성능과 용량은 엄청나게 증가한 반면,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앞으로 통신사의 유선 서비스와 관련된 투자는 통신장비 공급업체 입장에서 갈수록 매력이 떨어지는 사업이 될 것이다. 통신사의 의미 있는 투자는 대부분 무선 쪽에서 이루어지지 않겠나?”고 전망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 라우터는 ‘고객 맞춤형의, 지능화된 통신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열쇠로 얘기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통신사사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사업을 시작했는데, 장비 공급업체들의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이 대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