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갤럭시S3의 세부 사양과 5월 초 발표가 공식화되면서 아이폰5에도 다시금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아이폰5 출시, 6월이냐 9월이냐?’, ‘아이폰5 루머 총정리’ 같은 기사들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아이폰5 관련 루머는 수도 없이 접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클릭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특히 필자처럼 이제는 많이 느려진 아이폰3GS를 쓰는 이용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이폰3GS가 여전히 최신 OS를 지원받는 현역이라는 점이 다행스러울 뿐이죠).
아이폰5는 어제 일본의 한 방송에 폭스콘 관계자 인터뷰가 나오면서 6월 출시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아이폰5가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아이폰5 생산을 위해 1만 8,000명을 더 뽑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폭스콘의 대규모 생산 인력 충원은 지난달 말, 영국 언론에서도 보도한 바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외신에서 지금까지의 아이폰5 관련 기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잡아당기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아이폰5는 나오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하고 내용을 훑어보니, 상당히 의미심장하더군요.
4월 4일자 IDG블로그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아이폰4S가 아이폰에 붙는 마지막 번호가 될 것이며, 다음 제품의 이름은 그냥 ‘아이폰’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오래 전에 맥과 아이팟 제품에서 버전 번호를 뗐으며, 애플 TV는 처음부터 그런 번호가 없었다. 그리고 신형 아이패드에서도 버전 번호가 없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폰뿐이며, 이 역시 곧 번호가 없어질 것이다.”
여기까지는 ‘뉴 아이패드’에서 ‘아이패드3’라는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을 가지고, 억지로 끼워맞췄다고 할 수도 있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수긍할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아이폰4S, 숫자로 구분된 마지막 애플 단말?
필자는 그 이유를 ‘번호가 굳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맥과 아이팟은 하드웨어에 꾸준히 변화를 주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의 변화가 아니라) 제품군 그 자체입니다. 애플은 제품군 안에서 모델 구분이 필요할 때 세대나 출시연도로 구분을 했지만, 그 제품이 완전히 성숙했을 때는 더 이상 숫자로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아이패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하드웨어 사양의 변화 외에) 기본 구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패드3’가 아니라, ‘뉴 아이패드’가 됐다는 것이 IDG블로그 필자의 주장입니다. 차기 아이폰에서 ‘5’라는 넘버가 빠진다고 예상하는 이유도 이미 이 단말이 이미 아이팟이나 아이패드 만큼 성숙했다고 보기 때문인 것이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애플이 새 단말을 출시하고 나면 상당수의 언론매체들이 ‘실망’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이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기대했던 만큼 하드웨어 사양이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아이패드2, 뉴 아이패드, 아이폰4, 아이폰4S가 모두 그러했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800만 화소 카메라 정도에만 만족을 나타냈죠.
그러나 몇몇 언론들은 눈여겨 볼만한 평가를 내놓고는 했습니다. 아이패드2가 나왔을 때 미국의 한 매체가 ‘이제야 애플 태블릿과 여타 제조사들의 태블릿에 확실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OS)를 직접 핸들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차이는 콘텐츠 시장에서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고 평가한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능 그리고 생태계…애플 고객은 ‘현재 버전’을 사용한다
강력한 단말을 보유했고, 콘텐츠·앱장터 등 단말과 한몸이 되는 생태계가 구축돼 있고, 꾸준한 OS 튜닝으로 그 두 요소가 더욱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애플의 진정한 위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위력이 몇 년이 지난 옛 버전의 단말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합니다.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자처하고, 또 그렇게 인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늘 하드웨어를 강조합니다. 공개된 갤럭시S3 역시 화면 크기가 4.8인이고, HD슈퍼아몰레드플러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스마트폰, 즉 얼마나 똑똑한지로 평가받는 시대에 몸에 무엇을 걸쳤는지를 강조하는 격입니다. 삼성·LG·팬택이 서로 CPU 속도가 더 빠르다고 주장하면 “달리기 빠르다고, 머리 좋냐?”는 댓글이 수도 없이 이어지곤 합니다.
OS는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4.0이라고 하는데, 이 OS가 갤럭시S에도 지원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IDG블로그는 “애플은 진정한 가치가 생태계에 있단느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하드웨어에서 구동되느냐가 아니라, 모든 모델의 사용자가 ‘현재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폰3GS는 여전히 현역인데, 그 보다 뒤에 나온 갤럭시S는 이미 퇴역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요? 구글이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단말 제조사를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드웨어로는 넘을 수 없는 10:23의 간격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플러리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애플이 아이튠즈에서 100원을 벌 때 아마존은 아마존 앱스토어에서 89원을 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가장 큰 경쟁자로 여겨지는 구글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고작 23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정도입니다.
플러리는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아이튠즈와 안드로이드마켓의 콘텐츠 수익은 100:24였습니다. 구글은 수많은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사들을 우군으로 거느리고 있고, 검색과 e-메일에서 세계 최대 사용자를 거느린 기업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공간 안에서 ‘콘텐츠’를 활발히 구매하고, 보관하고, 이용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구글과 애플·아마존의 분명한 차이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199달러라는 싼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책이나 영화, 음악 같은 콘텐츠에서 큰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새 버전의 단말을 한 세대 앞의 모델과 같은 가격에 출시하고, 아이폰4S 같은 경우는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은 날로 늘어만 갑니다.
차기 아이폰이 ‘아이폰5’가 될지, ‘뉴 아이폰’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숫자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차기 아이폰이 빨리 나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5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지만, 아이폰5가 나왔을 때 과연 어떤 ‘지능’의 변화가 있을 것인가는 물론이고, 경쟁자들은 과연 그 단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이르기까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관련 기사 - 아이폰5에서 느끼게 될 터미네이터의 향기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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