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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

한류콘텐츠 플랫폼 지원사업…다윗에게도 기회를

[사람중심] 콘텐츠의 시대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콘텐츠를 손쉽고 효과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튠즈나 아이클라우드도 결국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죠.


만약, 이름 모를 어느 벤처 기업이 썩 괜찮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그래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제 트래픽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 벤처가 늘어나는 네트워크 사용량이나 서버·스토리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콘텐츠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이런 벤처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어디서 독지가가 나타나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순전히 이 벤처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됩니다. 물론, 그것이 누군가의 책임은 아니지만, 사회적 손실이 될 수는 있을 겁니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라고 해서 경천동지할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가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면 그들이 만들어 낸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이 되어 버렸을 테니까요.



한류 콘텐츠 글로벌 유통 플랫폼에 정부 지원 최대 6억원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우리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 지원 사업이 지원 대상자 선정을 이틀 앞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인프라 및 마케팅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안정된 유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추진되는 것입니다. 콘텐츠 업체들이 직접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 비용 및 콘텐츠 공급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4월 16일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40개 업체가 참여했고, 23일에 1차로 16개 업체가 추려졌습니다. 오는 26일, 이들 가운데 최대 6개 업체가 최종 선정되어, 업체당 최고 6억원까지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업에 신청서를 낸 벤처기업들의 하소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몇 벤처는 16개 업체 안에 들기도 했지만, 최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어쩌면 반쯤 포기한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1차 선별된 16개 업체 가운데 눈에 띄는 몇몇의 이름 때문인데, CJ E&M(엠넷닷컴), CJ헬로비전(티빙), 카카오(카카오톡), 판도라TV, 그래텍 같은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작은 규모에 매출도 아주 미미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벤처가 보기에는 너무 막강한 경쟁자들인 거죠.


대형 콘텐츠 유통사들 대거 신청, 벤처는 들러리?

이 때문에 지원 신청을 한 벤처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나 다름없는 콘텐츠 업체들과 말 그대로 ‘벤처’인 업체들을 한 데 모아놓고 평가를 하면 해보나 마나 한 것 아니냐?”거나, “형식만 그럴듯할 뿐 사실상 지원 대상으로 뽑힐 업체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괜히 지원해서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자괴감 섞인 푸념도 들려옵니다.


벤처기업들 입장에서 위에 나열된 이름들은 어찌 보면 지원 받을 대상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나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 이들을 지원해야 될 규모입니다. 그런데, 모처럼 정부가 콘텐츠 세계화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추진하는 사업에서 저런 막강한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니 힘이 빠질만도 합니다.


모 벤처기업 대표는 “대형 콘텐츠 유통 업체들은 이미 하드웨어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하는 것이 과연 그들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콘텐츠 유통 분야의 대형 업체들은 자금력을 기반으로 다량의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사업적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콘텐츠 분야의 벤처들에게는 이번 사업과 같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벤처 입장에서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는 벤처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서버나 스토리지, 네트워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입니다. 


선택과 집중만큼 중요한 ‘가능성에 투자하기’

드디어 트래픽이 폭발하기 시작하는데, 늘어나는 시스템·네트워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는 벤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틀을 갖추지 못한 그들에게는 정부의 지원 사업이 유일한 활로일 수도 있는데, 그런 기회를 잡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로 대표되는 ‘K-Culture’를 꾸준히 발전시키려는 3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콘텐츠 수출액 83억달러, 관광객 1,300만명 유치, 국가브랜드 순위 10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선택과 집중.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쪽에 투자를 하는 것은 분명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안전하고 사람의 왕례가 많은 길에서는 귀한 약초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비유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데 누군가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몫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본의 논리에 호소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말입니다. 


‘선택과 집중 그룹’에서는 제 2의 유튜브가 나오기 힘들겠지만, ‘가능성 그룹’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선택과 집중을 전략의 축으로 두면서도, 가능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지원 사업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