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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

임베디드OS, 센서, 빅데이터, WiFi…F1 레이싱과 IT

[사람중심] 올 한해 IT 분야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단연 '빅데이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바일이나 클라우드 같은 주제 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았는데, 무수히 많은 그러나 파편화된 데이터들 사이에서 비즈니스에 의미 있는 정보들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의 규모나 분야를 막론하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종 사례와 함께 발표되는 빅데이터 이야기들은 기존의 IT 이야기처럼 딱딱하지 않아서 더 잘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범죄를 예방한다거나, 독감이 유행할 조짐을 미리 감지한다는 얘기, 고객의 트렌드를 파악해 타깃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늘렸다는 사례나, 어느 나라 정부가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얘기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얘깃거리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빅데이터라는 주제에 엮은 흥미로운 보도자료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주 월요일 오전,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린 '2012 F1 브라질 그랑프리' 결선레이스가 그 무대였습니다. 



스토리지 전문업체 넷앱이 발표한 <포뮬러 1(F1)과 테클로로지>라는 인포그래픽 자료에 따르면, F1 경주용 자동차(머신)에는 약 130가지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들을 통해 운전자와 스텝들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센서에서 나온 데이터로 자동차가 달리는 과정에서 엔진 상태나 브레이크 작동 시간 같은 것을 분석해 2~3초라는 짧은 시간에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엔진과 각종 전자장치를 정비하는 것입니다(이 시간을 피트 스톱이라고 부른다는군요.). 


F1 머신의 주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이나 브레이크 상태 말고도, 주행 속도와 시간, 노면 상태, 실내외 기온·습도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차량에 130개가 넘는 센서를 달아 놓는 것이죠. F1 머신이 잠시 멈추는 동안 11초의 시간도 몇개로 쪼개어 세밀한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사저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IT와 그다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F1 경주의 곳곳에서 IT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도 그런 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 될 겁니다.


F1 머신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전달하는 리얼타임OS

F1 경주와 관련해 가장 논라운 일은 이 자동차에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임베디드 OS 즉 맞춤형 운영체제가 설치된다는 사실입니다. F1 머신에는 '텔레메트리'라고 하는, 원격 측정 장치가 장착되는데, 여기에 임베디드 RTOS(Real-Time Operating System)가 들어가는 것이죠. 텔레메트리 장치는 F1 머신 운영 중에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레이싱팀 엔지니어들에게 전달해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를 바탕으로 F1 머신이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튜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아마도 앞에 소개한 130여개의 센서 정보가 이 RTOS에 의해서 취합되고 분석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Eau Rouge 블로그 http://blanc.kr/1618?srchid=IIMj4Uv4100


F1 머신용 텔레메트리 장치들은 보통 차량 내 수백개 데이터 채널에서 오는 정보들을 처리했는데, 임베디드 SW 선두업체 윈드리버의 경우, 수천개 데이터 채널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RTOS를 개발해 실제 F1 머신용 텔레메트리에 적용한 바 있습니다. F1 머신용 RTOS들은 차량을 제작할 때부터 적용된다고 하니, 완제품이 나오기 전에 안전성이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F1 머신용 RTOS에서는 부팅 시간이 얼마나 빠른 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텔레메트리 기기에 전원이 들어와서 가동되는 순간부터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어야 되는데, OS 부팅 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수집하는 데이터에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F1 레이서와 코치를 이어주는 무선네트워크 기술

달리는 자동차의 130여개 센서에서 수천개의 채널을 이용해 원격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차량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충족시켜 주는 무선네트워크 기술도 있습니다. 바로 모토로라솔루션의 WiFi 기술입니다. F1 경주를 할 때 레이싱팀의 코치는 높은 전망대 같은 곳에 올라가 경주 상황을 지켜보며 선수에게 작전 지시를 합니다. 시속 300km 안팎의 속도로 레이싱을 하는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군요(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 운전을 하다니!).


출처 - Eau Rouge 블로그 http://blanc.kr/1618?srchid=IIMj4Uv4100


모토로라의 특별한 WiFi 기술은 경기장 안에 몇 개의 WiFi 안테나를, F1 머신에는 앞뒤에 무선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제 코치는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고 자기 팀 부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경기장 영상을 보며 레이싱을 작전을 지시합니다. 훨씬 더 입체적인 작전 지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시속 350km 경주의 승패를 가르는 IT

흔히들 자동차 분야의 IT라고 하면, 텔레매틱스나 그것이 기반이 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의 오락적인 측면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처럼 자동차 경주의 승패나 기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2 F1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F1 머신의 최고 속도는 시속 350km였고, RPM은 1만 8000이 넘었으며,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발생한 최고 중력가속도는 5G였다고 합니다(참고로 우주왕복선이 발사될 때 중력가속도는 3G입니다.). F1 레이싱팀은 연습 및 경기를 위해 보통 20만 리터의 연료를 사용하고, 16만km를 주행합니다. 이는 지구 둘레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올 한해 전세계 F1 경주 시청자 수는 5억 2700만명이었습니다.


출처 - Eau Rouge 블로그 http://blanc.kr/1618?srchid=IIMj4Uv4100


F1 월드 챔피언십은 한 시즌 동안 전 세계 19개 나라에서 그랑프리를 개최한 뒤 각 그랑프리의 결과를 합산해 챔피언을 결정합니다. 아마도 1년 간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일 겁니다. 한개 대회가 아니라, 2012년 한해의 F1 경주와 관련된 데이터를 어떤 주제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분류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매우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수치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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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