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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IT 스냅샷] 우주로 날아 간 ‘날지 못하는 화난 새’

[사람중심]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다운로드 순위 역대 1위. 떠오르는 이름이 있죠? 바로 핀란드의 작은 게임 개발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AngryBird)’입니다.

2009년 말 앱스토어에 처음 등장한 이 게임은 이미 7억 5,000만 번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습니다. 출시된 된 지 2년 남짓한 기간에 이루어 낸 성과입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출시된 ‘앵그리버드 스페이스’는 출시된 지 사흘 만에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해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선 출판 쪽에서는 게임의 두 축인 앵그리버드와 녹색 돼지가 등장하는 요리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요리책은 캐릭터들이 익살맞은 모습으로 등장해 40여 가지나 되는 다양한 달걀 요리법을 소개하는데,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 캐릭터로 책을 만들 때 만화책이나 스티커북, 색칠공부 그림책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앵그리버드 게임과 비슷한 전략인 것 같습니다.앵그리버드는 일개 게임 앱의 송공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사업, 영화 제작, 출판, 놀이공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사업이나 영화 제작, 출판 등은 게임이 성공했을 때 걷게 되는 일반적인 수순인데, 앵그리버드는 이런 쪽에서도 남다른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그리버드를 주제로 놀이동산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이미 지난해 12월 어린이 놀이시설물 전문업체인 랍셋(Lappset)과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 안에 핀란드의 소도시인 에스포와 로바니에미에 놀이공원이 만들어질 계획입니다. 랍셋이라는 회사가 어린이 놀이시설문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놀이동산 사업이 자국 안에서의 시도에 그치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이미 대형 앵그리버드 실사 게임이 있습니다. 한 놀이동산에 커다란 새총으로 앵그리버드 인형을 발사하는 게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에는 앵그리버드 실사 게임이 있습니다. 아들 녀석과 애 엄마가 함께 점토를 이용해서 만든 앵그리버드인데, 캐릭터의 표정이 꽤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빨간색 앵그리버드를 너무 크게 만드는 바람에 발사대(아들 녀석이 학교 앞 문구점에서 샀다고 하는 플라스틱 제품)에 끼어서 날아가질 못합니다. 그래서 새총 게임을 포기하고 작은 독서용 책상 위에 앵그리버드와 녹색 돼지를 올려놓고 알까기를 합니다. 앵그리버드 알까기 버전은 저희 집이 최초겠죠?

앵그리버드를 만든 핀란드의 게임 회사 로비오는 게임을 출시한지 불과 2년 만에 세계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됐습니다. 2003년 HP가 주최한 게임개발대회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출범한 이 회사는 이후 50 종류가 넘는 게임을 개발했지만, 계속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키아의 지원과 핀란드 정부의 공공기술혁신기금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도전을 해오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만들어 대박신화를 일구어 냈습니다.

로비오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로 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었는데, 앵그리버드는 시나리오도 없이 달랑 캐릭터 그림 한 장만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로비오 직원들은 강력한 느낌의 이 캐릭터를 가지고 역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새가 왜 화가 났을까?(알을 빼앗겨서), 돼지들에게서 왜 알을 뺏어오지 못할까?(날 수가 없어서) 하는 식으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스토리의 얼개를 만들어 게임을 완성했다는군요.

요리책 출간이나, 놀이동산 사업 진출도 기존의 게임 회사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시도이지만, 최근 진행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에서도 로비오의 남다른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홍콩과 시애틀의 고층 빌딩에서 앵그리버드의 조형물을 비추는 대형 조명을 켠 것은 유명한 영화 배트맨의 홍보 방식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대형 영화사 정도나 엄두를 낼 수 있었던 마케팅 방식이라고 합니다.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출시와 관련해 NASA(미국 항공우주국)와 우주정거장을 런칭 장소로 사용하기로 협의를 했는데, 실제로 NASA의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앵그리버드 인형을 새총으로 쏘는 실험을 하는 동영상 예고편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앵그리버드 스페이스가 기존 앵그리버드와 달리, 우주공간의 무중력 상태를 고려해야 되는 게임이라는 점을 암시한 것입니다.

로비오는 최근 4,2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자들 중에는 과거 스카이프, 페이스북, 그루폰의 초기 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10억 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이 작은 모바일 게임회사의 성공신화는 어디까지일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