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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주특기 포기한 블랙베리, 그럼 새 주특기는?

[사람중심] 블랙베리가 드디어 쿼티 키보드를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리서치인모션(RIM)은 미국 시간으로 1일 개최된 ‘블랙베리 월드 컨퍼런스 2012’에서 차세대 운영체제(OS)인 ‘블랙베리10’을 공개했습니다. 새 OS를 탑재한 시제품을 등장시켰는데, 블랙베리의 상징이었던 쿼티 자판이 드디어 사라졌군요. 블랙베리10을 탑재한 정식 제품은 올해 하반기 즈음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블랙베리를 블랙베리이게 했던 쿼티 자판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생존이 절박한 문제로까지 다가왔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RIM은 자신들의 2011 회계연도 4분기(2011년 12월~2012년 2월)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적자가 무려 1,600억원이나 되는데다가, 불과 2년 전만 해도 영업 이익이 46억 달러나 됐기 때문에 체감도는 훨씬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4분기 판매 실적도 21%나 줄었고요. 이 같은 부진의 여파로 공동 CEO를 비롯해  CTO(최고기술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핵심 경영진이 사퇴하기까지 했었죠.


한 때 블랙베리의 긍지였던 쿼티 자판은 스마트폰의 터치 자판에 밀려 불편하고, 문자 입력 속도가 느린 낡은 기술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여전히 쿼티 자판의 블랙베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편리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보안이 믿을 만하다는 점 그리고 희소가치(물리적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여전히 블랙베리가 강세라더군요. 보안성 때문이죠).



쿼티 자판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애플 iOS 및 구글 안드로이드OS와 일부 호환이 된다는 점입니다. RIM은 지난 4월 초 스마트폰을 원격 통제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바 있는데, 이 소프트웨어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었죠.


이 같은 시도는 다른 모바일 단말 제조사들과의 라이선스 협력에 염두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토르스텐 하인스 RIM CEO는 “대대적인 개혁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더 규모가 큰 기업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그 위험을 피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RIM은 애플이나 구글과 비교하면 개발자 수가 훨씬 적습니다. 당연히 애플리케이션으로 경쟁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들에게 장점이 있는 기능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OS의 일부 기능이 호환된다는 것이 블랙베리에서 iOS와 안드로이드용 앱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쿼티 자판을 없앤 것이 블랙베리를 슬럼프에서 헤어나게 할지는 의문이네요. 쿼티 자판을 없앤 것은 사용자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지 혁신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블랙베리가 다른 모바일OS와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우수한데 단지 문자 입력방식이 문제였다고 하면 블랙베리10의 변화가 의미 있겠지만, 쿼티 자판을 없앤 것을 제외하고는 RIM을 어렵게 한 여러 요인들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적들이 건재하고, 점점 더 힘이 세지고 있는 상황이 그 중 하나죠.


RIM은 올해 초 e메일 사용과 보안이 장점을 앞세워 기업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쿼티 자판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의 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반기에 블랙베리10을 탑재한 정식 단말이 출시될 때는 눈길을 사로잡을 무언가를 가지고 나타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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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