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BYOD. Bring your own device의 약자입니다. ‘너의 단말기를 회사에 가지고 와서 쓰렴’ 뭐 그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 BYOD는 원래 BYOB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Bring your own Bottle. 즉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가져 와서 먹을 수 있는 주점 또는 모임이지요.
BYOD는 요즘 기업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자기 마음에 들고 손에도 익숙한 단말을 이용하고 싶어 하고, 기업들은 직원들의 이러한 취향을 수용함으로써 직원 개개인의 단말 선호도는 충족시키면서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기를 기대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마시는 모임이라면 그렇지 않은 다른 술자리 보다 당연히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단말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특히 최근의 젊은층은 인터넷과 함께 자라온 세대의 특성상 업무 환경에서 개인과 회사 일이 모두 허용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개인 단말에서 SNS로 친구들과 얘기도 주고받으면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유연한 업무 환경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시스코시스템즈가 지난해 진행했던 설문조사는 미국에서 진행된 것이기는 하지만, BYOD와 관련된 직장인들의 생각을 잘 보여줍니다.
회사의 보안 정책을 위반한 경험이 있다. - 응답자의 70%
기기의 정보보호에 내 책임이 없다. - 61%
업무를 잘 하려면 비인가 프로그램 및 어플 사용 필요하다. - 22%
회사의 IT 정책이 강제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 19%
사람들은 이처럼 자기 단말로, 자기 방식대로 일하기를 원합니다. 또, 일하면서 개인적 목적으로 인터넷도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대학생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자동차와 인터넷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2/3가 인터넷을 택했습니다. ‘클럽에서 노는 것보다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대답도 2/5나 됐습니다. ‘회사를 선택할 때 SNS를 못 쓰게 하면 취업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필요는 한데, 걱정꺼리가 많은 BYOD
기업들이 이 같은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으면 직원들의 지지도 얻고 좋을 테지만, 정보보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개인 단말로 회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회사 밖에서 개인 단말로 업무에 접근하게 되는 경우는 더욱 위험합니다.
보안만큼 큰 고민은 업무 효율성입니다. 회사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에서 하던 업무 환경, 이를테면 클라우드PC라든지, 협업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들이 개인 모바일 단말에서도 원활하게 지원이 되어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내 무선네트워크의 대역폭 걱정도 해야 합니다. 국내 한 대형 인터넷 기업은 이미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WiFi에 접속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니 내부 무선랜에 부하가 걸린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BYOD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이런 작업들이 매우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직원 개개인의 직급과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개인 단말의 종류별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앱에 차등을 둬야 하고,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대역폭까지도 설정을 해줘야 합니다. 외출 중에 카페에 앉아서 태블릿PC로 회사의 직원들과 영상회의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번거로운 작업이 수반되고, 인증 정책과 네트워크 정책, 정보·앱 이용 정책 같은 것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면 좋겠지만, 아직 BYOD는 초기이고 기업들의 BYOD 정책에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스코의 접근법, BYOD를 레고블럭처럼
시스코시스템즈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BYOD 정책을 구사하려는 기업들이 네트워크, 보안, 협업, 가상화, 상황인지(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 접속하는가), 관리에 이르기까지 BYOD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솔루션을 발표했습니다.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시켜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것인데, 이를 도입하면 BYOD에서 요구되는 여러 요건들을 한꺼번에 갖출 수 있다고 합니다. 직원은 평소 회사 PC에서 사용하던 ID,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보안과 IT 정책이 완벽하게 구현된 상태에서 개인 단말을 안전하게 업무에 이용할 수 있다는군요.
기업의 BYOD를 위한 시스코의 스마트 솔루션은 세 가지입니다. ‘BYOD 스마트 솔루션(BYOD Smart Solution)’은 통합된 정책 아래 강력한 데이터 보안과 협업 툴을 제공하고, ‘VXI 스마트 솔루션(VXI Smart Solution)’은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을 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리모트 엑스퍼트 스마트 솔루션(Remote Expert Smart Solution)’은 개인 단말에서 영상회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이들 각각의 솔루션은 어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이 최적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증했기에 기업들은 용도에 맞는 BYOD 패티지를 도입만 하면 안전하고 똑똑한 BYOD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시스코의 설명입니다. ‘BYOD 스마트 솔루션’과 ‘VXI 스마트 솔루션’은 6월에 출시되고, ‘리모트 엑스퍼트 스마트 솔루션’도 곧 정식 출시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솔루션을 발표하면서 시스코가 내놓은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모바일 단말은 과거의 PC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관리는 PC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 모바일 단말이 업무 영역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업무용 PC에 준하는 보안과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BYOD에 필요한 각 영역을 개별 도입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나의 솔루션 패키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BYOD와 관련해 특별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무선랜 전문업체 아루바네트웍스는 무선네트워크의 인증, 네트워크 사용정책을 자동화하는 기술로 일찌감치 BYOD 시장 공략에 나섰고, 최근에는 서버 가상화 분야의 강자 VMware가 PC 가상화 기술 기반의 BYOD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단순히 개인 단말을 업무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Follow Me’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버든, PC든, 데이터든 개인의 기기를 중심으로 지원함으로써 직원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레고블럭을 쌓듯이 필요한 솔루션 패키지를 도입만 하면 안전하고 똑똑한 BYOD를 갖출 수 있는 시스코의 스마트 솔루션은 분명 편리하고 강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무선네트워크 활용이나, 클라우드PC 활용에 초점을 맞춰 BYOD를 수용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코의 스마트 솔루션처럼 하나의 솔루션 패키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다른 벤더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BYOD를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점을 느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늘 그래왔듯이 시스코의 경쟁자들이 각자의 기술을 하나로 묶은 솔루션을 들고 나와 ‘단일 벤더 종속’, ‘기존 IT 투자 보호’를 거론하며 공격해 올 것입니다. 시스코 입장에서는 그 전에 시장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 놓아야 하겠죠.
직원이 원하는 대로 & 회사가 안심할 수 있게
어쨌든 BYOD는 대세입니다. 미국에서는 전체 기업의 95%가 이미 업무용으로 개인 단말을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대기업 직원의 96%가 개인 단말을 회사 네트워크에 붙여서 쓰고, 회사 외부 네트워크에서 개인 단말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하는 비율도 82%나 된다고 합니다.
보안에 허점이 생기는 것이 두렵고, IT에 새로운 수고가 더해져야 되니까 차라리 BYOD를 하지 말자고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단순히 젊은 직원들이 원한다고 해서, 또는 구닥다리 회사처럼 생각할까봐 BYOD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BYOD가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 보고, 허용하기로 판단을 내렸다면 가장 안전하고 똑똑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IT 부서의 역할입니다.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개인 단말로 업무에 접속하기를 원하면서도 회사의 IT 정책이 어떤지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BYOD가 회사에 300~1300 달러의 이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당연히 ‘내 단말을 기꺼이 회사일에 써주겠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직원들이 원하니 BYOD가 매우 자연스럽게 업무에 녹아들면서도 보안은 안전하고 관리는 단순하기를 희망합니다. ‘너희들의 단말을 회사에서 쓰도록 해줄께’인 거죠.
이 간극을 어떻게 매울 수 있을까요? 요구는 모두 수용하되 우려는 말끔히 해소하고, 그러면서도 그 해결방법이 쉬우면 됩니다. IT가 그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평상에 누워 다른 꿈을 꾸는 것(同床異夢)이 아니라, ‘어떤이의 꿈’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BYOD 말입니다.
관련기사 - 인터넷 단말 130억개의 시대…BYOD에도 종합대책을!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단말&플랫폼 > 모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륙의 스마트폰, 여전히 ‘씹던 껌’인가? (0) | 2012.10.05 |
---|---|
한국만은 인정?…또다시 미국보다 비싼 갤럭시노트 10.1 (10) | 2012.08.17 |
주특기 포기한 블랙베리, 그럼 새 주특기는? (1) | 2012.05.03 |
모토로라 "기업용 모바일앱, 단말·OS에서 해방됐다" (0) | 2012.04.20 |
[IT 스냅샷] 우주로 날아 간 ‘날지 못하는 화난 새’ (2) | 201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