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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한국만은 인정?…또다시 미국보다 비싼 갤럭시노트 10.1

【사람중심】갤럭시노트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10.1인치 모델을 한국, 미국, 영국에서 출시했습니다. 기존 갤럭시노트 보다 3배 이상 커진 화면에서 제공되는 ‘멀티스크린’ 기능에 언론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화면을 두 개로 나누어, 각각의 화면에서 서로 다른 앱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쪽 화면에서 동영상을 보면서 다른 화면에서 필기나 스케치를 할 수 있고, 한쪽 화면의 이미지나 내용을 캡처해 다른 화면으로 붙여 넣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니 매우 편리하고 유익한 기능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갤럭시노트 10.1이 출시되면서 역시나 또 가격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보다 한국에서 갤럭시노트 10.1의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것이죠. 



국내에서 갤럭시노트 16G WiFi 제품의 가격은 74만 8000원인데, 미국에서는 499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6만 5000원 정도니까 18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납니다. 이 적지 않은 차이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해명은 “우리나라 단말 가격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는 반면, 미국의 499달러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삼성의 해명에 이용자들은 애플의 경우를 들면서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에서 애플 뉴아이애드 16G 제품의 가격은 갤럭시노트 10.1과 같은 499달러이고, 국내에서는 62만원입니다. 499달러에 현재 환율을 대입하면 57만원 정도 되니, 5만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갤럭시노트 10.1에 이 정도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62만원 정도여야 하는데, 74만 8000원은 이해가 가질 않는 금액입니다.


네티즌들에 따르면 갤럭시노트 10.1을 미국에서 해외 구매대행으로 사더라도 국내 가격 보다 사다고 합니다. 특히 베스트바이 같은 몇몇 온라인 쇼핑몰은 세금과 배송료 없이 499달러에 갤럭시노트 10.1을 판매하고 있어서 판매대행료+관세/부가세+해외배송비 13만원 정도를 내더라도 국내 보다 5만원 이상 싸다는 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갤럭시S2에서도, 갤럭시S3에서도 똑같이 있던 것입니다. 갤럭시S3의 국내-해외 가격 차이는 몇 달 전 기사에서 몇 번 본 기억이 있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리더유의 작은 세상(http://www.leaderyou.co.kr/1678)>이라는 블로그에 매우 정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 블로그에 소개된 지난 6월 현재 한국(SK텔레콤), 미국(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영국(보다폰)의 갤럭시S3 16G 모델 가격입니다(2년 약정일 때).


미국 - 199.99달러(약 23만원)

영국 - 7만 5000원대 요금제일 때 무료

한국 - 4만 4000원 요금제일 때 40만 1400원 

         7만 9000원 요금제일 때 16만 200원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국내향 모델의 경우, DMB를 지원하고 국내 통신사가 원하는 특정 기능들이 추가돼서 비싸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갤럭시S3는 국내외 해외 모델이 똑같아서 이런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매번 국내에서만 모바일 기기 가격을 비싸게 받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제품의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는데, 알아서 가격을 내리는 기업은 없을 테니까요. 미국에서 태블릿PC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뉴아이패드와 비교해서는 평점이 많이 낮은 상황입니다. 태블릿PC 평가와 관련해서는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 PC월드 테스트 결과  (IDG)

갤럭시노트 10.1 “불투명한 미래”  (IDG 블로그)

뉴아이패드 <The Verge> 전 리뷰제품 역대최고점수(9.3) 획득  (하림의 IT 소식)


일부에서는 아이패드도 국내에서 미국보다 비싸지 않냐고 하는데, 그 차이는 미미합니다. 그리고 가격 차이는 애플이 고정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이 비싸지 않냐?"고 하는 주장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둘 다 한국에서 비싸게 받는다고 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애플은 자국에서 싸게 받고, 삼성은 자국에서 비싸게 받는다는 점입니다. 미국기업인 애플보다 훨씬 더 비싸게 말입니다. 텃밭에서만 비싸게 받는다는 것은 텃밭을 벗어나면 가치평가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가치평가는 결국 수익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2011년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익률을 보면 애플이 전체의 79%를, 삼성은 16%를 차지했습니다. 애플은 3분기 보다 24% 늘었지만, 삼성은 10% 줄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28.2%, 애플이 22.4%입니다. 수치상으로는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스마트폰을 5배 많이 팔아야 애플과 수익이 비슷해지는군요.


애플이 스마트폰 수익을 독식하는 것을 놓고 국내 언론들은 이상한 논리를 폅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애플 수익독식’심각”이라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수익을 늘리는 건 모든 기업의 바람이지만, 10만원 짜리 제품 가격을 50만원으로 올린다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절대 독점 시장이 아닌 한, 수익은 곧 ‘경쟁력’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아픔을 치유해주기 위해, 도대체 언제까지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삼성 모바일 기기를 사야 하는 걸까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꼬집기 보다는, 그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만 하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말입니다.


물론, 국내-해외 가격 불균형 논란은 스마트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모델의 자동차가 외국에서 훨씬 싸게 팔리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자국민을 볼모로 잡고, 안방에서 종이호랑이 노릇을 하는 국내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