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물류 회사의 회의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사장과 아이폰을 쓰는 상무, 아이패드를 쓰는 팀장 그리고 바코드 스캐너가 결합된 윈도CE 기반의 산업용 PDA를 쓰는 창고 근무자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전날의 상품 출하량을 확인하고, 오늘 작업량을 점검하는 회의를 한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죠. 상용 애플리케이션이라면 개발사에서 그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한 OS와 단말 유형을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버전으로 출시해야 합니다. 아니면, 회사에서 직접 개발팀을 꾸려서 여러 버전으로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도 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모바일 앱 개발사들이 이런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지도 않을 것이며, 회사가 이처럼 복잡한 작업에 도전하는 것은 더욱 찾아보기 힘든 일이니까요. 사용자 수가 많은 개인용 애플리케이션이라면 혹시 얘기가 다를 수도 있지만, 분야별로 사용하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에 차이가 적지 않은 기업 시장에서 이처럼 다종다양한 모바일 환경을 지원하는 앱이 등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OS·단말 아우르는 앱,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업무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OS 및 단말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 환경이 구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16일, 기업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위한 '로엘리먼트(RhoElements)' 소프트웨어를 발표했습니다. 모토로라의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전략에서 핵심이 될 로엘리먼트는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솔루션입니다.
모바일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 시장에는 다양한 OS와 단말이 존재합니다. iOS와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그 밖에도 윈도 모바일, 심비안, MeeGo 등 수많은 모바일 OS가 존재합니다. 모바일 단말도 스마트폰, PDA, 태블릿PC 등 여러 가지가 있고, 같은 OS로 구동되는 스마트폰이라 하더라도 화면 크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제약이 생기기도 합니다.
모바일 전문 개발업체나 앱을 사용할 기업이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가장 곤란한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 OS별로 버전이 달라야 하고, 단말의 종류별로 달라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쓰는데, 꼭 필요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 아이폰용으로만 나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 하나를 개발하는데 100원이 든다고 했을 때, 다른 OS나 단말 종류에 맞는 버전으로 변형을 할 때도 거의 똑같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개발업체건, 기업이건 큰 부담이 생기는 것이죠.
모바일앱 만능열쇠 ‘로엘리먼트(RhoElements)’
모토로라 로엘리먼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입니다. 로엘리먼트를 기반으로 개발된 앱은 아주 적은 노력만으로 다른 종류의 OS와 단말에서도 쓸 수가 있게 됩니다. 모토로라코리아 김경석 상무는 "경영진은 스마트폰을 쓰고, 현장 관리자는 태블릿PC를, 작업자는 산업용 PDA를 쓴다고 했을 때 기존에는 하나의 앱을 각 단말별로 개발해야 됐다. 만약 경영진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면 OS별로도 앱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엄청난 희소식입니다. 단말/OS 별로 여러 버전을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은 단순히 비용 측면의 부담이 아닙니다. 앱 개발을 꺼리게 되면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 스마트워크, 모바일오피스 같은 차세대 업무 환경을 도입하는데도 걸림돌이 되기도 할 겁니다.
모토로라의 로엘리먼트는 거의 모든 OS와 단말을 아우릅니다. 현재 지원하는 OS는 여섯 종류입니다. HTML5, SQL lite, SVG 같은 표준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는데, RHOMOBILE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이 회사의 기술과 모토로라가 자체 개발해 오던 기술을 접목시킨 결과물입니다.
모토로라코리아 김경석 상무는 “기업이 업무용 앱을 만들 때 스마트폰을 쓰는 관리자용, PDA를 쓰는 관리자용, 산업용 컴퓨터를 쓰는 현장 작업자용으로 일일이 개발해야 됐다. 하지만 로엘리먼트를 이용하면 단말·OS별로 중복 개발하던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발된 앱을 다른 OS용으로 바꿀 때는 컴파일러에서 OS 선택만 바꿔주면 됩니다.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입니다.
전략의 중심을 소프트웨어로!
모토로라는 “파트너사들 가운데,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100개 가까운 회사들이 있다.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모토로라 파트너사들이 개발한, 단말·OS에 종속되지 않는 앱을 편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모토로라 무선 단말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추가된 새로운 단말 사용자들을 위해 앱을 재교육하는 불편함이 겪지 않아도 되겠네요.
이번 발표에서 모토로라는 “이제 모토로라는 하드웨어 위주에서 소프트웨어·솔루션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전략에도 ‘업종별 모바일 app 서비스 & 앱 개발 프레임워크’와 ‘모바일 환경 관리와 보안을 위한 소프트웨어 툴’이 포함됐습니다.
안드로이드 지원도 눈길을 끕니다. 이날 발표된 엔터프라이즈 전용 태블릿PC ET1은 모토로라 단말 가운데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제품입니다. 모토로라는 “앞으로 나오는 폼팩터 PDA들은 안드로이드로 갈 것이다. 스마트폰에 가까운 PDA들도 많이 준비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ET1은 7인치 화면에 전후방 1.3MP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으로 시끄러운 곳에서도 선명한 통화를 할 수 있는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했습니다. 뒷면에 카드 리더기, 스캐너 등 다양한 업무용 장치를 결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유통이나 생산/제조, 의료/병원, 호텔 등 여러 산업군에 특화된 앱이 개발돼 있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토로라는 이 밖에도 모바일컴퓨터 MC2100과 모토로라 최초로 1D CCD 바코드를 탑재한 L1 4278 바코드 스캐너도 함께 출시했습니다. 이들 제품은 모토로라가 중저가 SMB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대변하는 모델들입니다.
로엘리먼트 솔루션, 개인용 모바일 앱 시장은?
모토로라는 로엘리먼트 솔루션을 개인용 앱 개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용 앱 개발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사한 솔루션들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OS 환경에서만 여러 종류의 단말을 통합지원하는 식이어서 단말·OS 모두를 아우르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보통 모바일 앱 개발사나 콘텐츠 공곱사들은 아이폰 개발자가 2명이면,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5~6명을 보유해야 되는 실정입니다. 모토로라의 로엘리먼트 솔루션이 일단은 기업용 모바일 앱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미래는 또 모르는 일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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