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석과 전망

노장 투수의 복귀처럼 블랙베리 돌아올까

[사람중심] 최고경영진 교체, 신형 블랙베리7 모델 감가상각, 2011년 4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 기록 등 여러 악재 속에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는 리서치인모션(RIM). 스마트폰의 변신과 발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블랙베리의 RIM에게도 필살기는 있습니다.


미국의 씨넷이 꼽은 RIM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특허입니다. 블랙베리가 기업들의 지지를 받은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e-메일 보안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워싱턴은 여전히 블랙베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바로 강력한 보안 기능 때문이죠. 


강력한 e-메일 보안은 모든 나라의 정부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가치입니다.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개인의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단말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일을 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고민은 보안입니다. RIM은 이 밖에도 무선통신 기술과 메시징 영역에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타이핑 기능이 우수한 쿼티 자판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사용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채택하고 있는 터치 자판은 오타율이 높습니다. 분명히 원하는 자판을 눌렀다고 생각했는데도, 바로 옆이나 위아래 자판을 누르는 경우가 적지 않죠. 각 문자가 독립 공간에 배치된 블랙베리 자판이 상대적으로 오타율이 낮은 것은 분명합니다.


씨넷은 블랙베리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도 RIM의 필살기로 꼽았습니다. 전세계 블랙베리 스마트폰 사용자는 7,70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이 여전히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블랙베리의 강점에 가치를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블랙베리에서 불편하다고 지적됐던 부분이 보완된다면, 기존 블랙베리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겠죠. 


이런 점들을 고려한 때문인지 지난 1월 토르스텐 하인스 CEO가 취임한 이후 “기업 시장에 보다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달 초에는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통제하는 기업용 서버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는데, 블랙베리 전용이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외신들은 “블랙베리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RIM의 돌파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RIM은 다른 모바일 단말 제조사들과의 라이선스 협력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회사가 보유한 가치 있는 자산과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개혁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더 규모가 큰 기업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그 위험을 피해갈 필요가 있다”는 하인스 CEO의 발언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RIM은 한 때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노키아와 쌍벽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하락세가 가파릅니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5%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7.6%로 거의 1%나 떨어졌습니다. 애플과 삼성의 독주는 더욱 빨라져 지난해 두 회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40% 정도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50%를 돌파했습니다(삼성 28%, 애플 22%). 여기에 중국의 화웨이와 ZTE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 중입니다. 화웨이는 지난해 6위에서 올해 4위로 올라 설 것이 예상되는데, 스마트폰 세계 4위는 원래 RIM의 자리였습니다.


모토로라는 구글에 매각됐고, 도시바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방귀깨나 뀌던 대기업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해 버릴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생존경쟁은 치열합니다.


불과 2년 전 46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가, 지난해 4분기 1억 4,0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RIM은 과연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요? 


RIM의 재기 여부는 위기에 봉착한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회생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는 바로미터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과거에 녹색다이아몬드를 호령하다, 부상과 재활을 겪고 돌아온 노장 투수가 어떻게 해야 힘 있는 젊은 타자들이 즐비한 1군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갑자기 LG 이대진 선수와 넥센 김수경 선수가 생각나네요.

관련 기사 - 지금이 블랙베리를 살 시기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