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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여수엑스포 ‘무선통신 그물망’?...그물 밖으로 삐져나간 서비스


[사람중심] 최근 1주일 사이 가장 많이 흘러나왔던 IT 뉴스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LTE 경쟁? 스마트TV? MVNO? 클라우드? 여러 주제들이 있을 테지만, 제 생각에는 단연 여수엑스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통신사 서비스 준비에 만전’, ‘세계 최고 수준 네트워크 뽑낸다’, ‘엑스포 현장에 무선통신 그물망’, ‘빈틈없는 여수엑스포 통신망’, ‘여수엑스포는 첨단 IT전시회’, ‘관람도 스마트하게, 유비쿼터스·IT 엑스포’……. 통신사들이 각자 전시관을 만들고 이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열심히 뿌린 탓인지, 언론의 찬사는 끝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 여수엑스포 행사장에 갔었습니다. 개인적인 볼일로 여수에 갈 일이 있던 참에 들렀습니다. 엑스포 개막은 5월 12일이지만, 일주일 전인 5월 5일에 리허설을 하더군요. 1인당 6,000원씩 주고 입장권을 샀습니다. 1인당 2,000원씩  기비를 내고 우편으로 미리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예약한 표를 미리 수령하면, QR코드를 이용해 주요 전시관 예약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집으로 보내온 입장권을 받고 인터넷에 접속한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대부분 인터넷 예약분이 다 소진됐다는 겁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등기비를 내고 표를 미리 받은 사람들이 불만의 글을 올리자 ‘현장예약분이 70% 남아 있으니, 현장에서 예매하면 된다’는 답변이 올라왔습니다(미리 그렇게 밝혔으면, 굳이 등기비를 물면서 표를 사전 수령하지 않았을텐데, 꼼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한군데 전시관만 겨우겨우 관람신청 예약을 했습니다.


키오스크는 어디에? 갑자기 고장?

토요일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여수로 가니 엑스포 행사장으로 가는 길을 통제를 하더군요. 멀리 돌아가서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셔틀버스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표를 예매한 덕분에 입장은 쉽게 했습니다. 


행사장에 들어간 뒤 서둘러 주요 전시관 관람 예약을 하려는데 현장에서 관람 신청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물었더니, “키오스크가 아침에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가 없다. 각 전시관 앞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키오스크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여기저기 몇 군데 있는데, 지금 안 된다”며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키오스크를 보지 못했던 것은 제가 주의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엑스포 스마트폰 어플도 먹통

대형 수족관이 있다는 전시관은 늘어선 줄이 족히 수백미터는 되어 보여서 깨끗하게 포기하고, 예약된 전시관 앞에 갔더니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키오스크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도 전무하더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려고 여수엑스포 어플을 찾았습니다. 큰 행사답게 어플도 여러 개더군요.



우선 ‘여수엑스포 전시관 예약’ 어플을 내려받았습니다. 어플을 실행해서 입장권의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예약 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QR코드를 아무리 정성스레 촬영해봐도 예약 내용은 뜨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여수엑스포 즐기기’ 어플을 내려받았습니다. 회원가입을 해야 쓸 수 있는데, 아무리 해도 가입이 안 됩니다. 아내가 3번, 제가 3번을 시도한 다음 포기했습니다. 여수엑스포의 성공을 가로막는 사이버 테러 집단의 소행일까요?


엑스포 행사 리허설이라고 유료료 표를 구매했는데, 입장해 보니 아직 정식 오픈 전이라고 대부분의 전시관은 닫혀 있었고, 극히 소수의 볼만한 전시관은 줄을 선 사람 구경만 할 수 있었습니다. 당일 아침 경기도에서 출발한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전시관인 거죠. 


LTE만 만전? 3G는 혼전?

일찌감치 포기하고, 여수 인근의 구경거리나 찾으려고 벤치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인터넷은 또 왜 이렇게 느릴까요? 저 말고도 주변에 앉은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 속도 너무 느리다고 불만을 쏟아냅니다. 여수엑스포는 LTE 엑스포라고 통신사들이 호들갑을 떨더니, 3G는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인터넷 예약도, 키오스크도, 스마트폰 어플도, 무선 인터넷 사용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습니다. 엑스포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는데, 특별히 잘 되는 것은 고사하고, 서울 시내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IT강국 코리아는 정식 행사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는 건지? 괜히 리허설 행사 표를 예매하고, 추가 비용을 들여 표를 사전 수령하고……. 속았다는 생각,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통신 3사나 조직위는 만전을 기했다고 하는데, 엑스포를 빌미로 홍보에 만전을 기했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엑스포를 이용한 IT 홍보에 그토록 난리를 떨지만 않았어도 ‘엑스포 행사는 사람이 많이 몰리니까 통신이 좀 버벅거리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를 텐데, 워낙 인터넷에 홍보 기사가 도배되어 있던 지라 실망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기까지는 엑스포 개막을 정확히 1주일 남겨놓고 여수에 가서 느끼게 된 IT와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이 밖에도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있어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엑스포 D-7, 도로통제와 토목공사의 향연

숙소를 돌산이란 곳에 잡았는데, 엑스포 행사장에서는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리허설 행사 잠깐을 위해 하루종일 통제를 한 탓에 셔틀버스에 내려 50분이나 운전을 해야 됐습니다. 차를 주차해놓은 곳은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엄청 큰 공업단지 외곽의 공터였는데, 일곱 명의 안내 요원에게 어느 도로가 통제됐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물었지만 모두들 ‘잘 모른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습니다. 전부 외지에서 온 아르바이트생들이더군요. 이번 엑스포는 여수 사람들만 관람하는 컨셉이던가요? 


출처 : SBS뉴스 'D-4 여수는 공사중'


하루를 묵은 뒤 원래 볼일을 보러 내비게이션을 켜고 찾아가는데, 고속도로에서 제가 내려가야 할 나들목은 이유도 없이 통제 중. 그 다음 나들목은 수십킬로미터를 더 가야 되더군요. 되돌아오는 길에 또 한참을 해매야 했습니다. 외지인이 여수엑스포에 가려면 현지인 가이드를 섭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싶네요.


여수엑스포와 관련해 주관부처나 조직위가 다른 중앙 부처와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거나, 여수 시민들이 너무 불편함을 겪고 있다거나, 행사 규모나 기획이 2년 전 북경엑스포와 비교해 너무 초라하다는 등의 기사 및 인터넷 글들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이번에 가서 직접 고생을 해보니, 다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축제라고 합니다. ‘인류 상호간의 이해와 복지향상, 인류의 비전 제시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박람회’라는군요. 그런데 행사를 일주일 앞둔 여수에 가서 본 것은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공사현장들이었습니다. 행사가 코앞인데 아직 도로나, 주차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행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줄 IT 분야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지금 즈음이면 모든 준비를 마친 뒤, 혹시 미흡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될 때가 아닐까요?


2009년 송도 세계도시축전의 기억

여수엑스포 현장을 다녀오니, 갑자기 2009년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열렸던 세계도시축전이 생각납니다. 개막 당일 모 IT기업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행사장을 취재하러 갔었는데, 거의 신도시 전체가 도로 공사와 아파트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로 안내 표지판이 없어 버스가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초청한 기업의 담당자 얘기로는 “어젯밤 늦게 준비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큰 트럭이 대형 도로표지판을 싣고 다니면서 설치하더라”고 했습니다. 그날 비가 왔는데, 행사장에 주차장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버스에서 내리니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축전이라면 당연히 우리나라 도시의 전통이나 특색을 보여주고, 미래의 방향도 제시하는 행사일 겁니다. 그런데 왜 매립을 해서 도시를 만들고 있는 곳에서 행사를 열었을까요? 혹시 도시축전 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토목·건축 공사를 만드는 게 목적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당시에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하는 게 택지개발해서 건물 짓는 거니까, 그걸 보여주는 건가?’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여수엑스포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수에서 만난 어떤 분이 “예전에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다 옛말이다. 엑스포 앞두고 돈 될 만한 땅은 다 외지 사람이나 대기업들이 차지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엑스포 행사장 보다, 주변에 그물처럼 도로·터널·다리를 만드는 일에 더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는 아닐런지요. 엑스포 준비 기간 동안 물가도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는데, 석 달 짜리 행사가 끝나고 나면 그 물가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되는 것은 여수시민들입니다.


이제 나흘 남았습니다. 나흘 동안 수습을 잘 해서 표면적으로 별 문제없이 행사가 치러지기를 바라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이참에 곪은 부위가 드러나서 완전히 도려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게 맞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