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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150억개의 인터넷 기기…네트워크는 똑똑하고 안전한가요?

[사람중심] M2M(Machine to Machine). '사물통신'이라고도 부르는 이 기술은 전세계 IT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먹을거리입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서로 통신을 하고, 또 통신사의 유·무선 네트워크와 연결돼 정보의 교환과 활용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될 것입니다.


집주인이 냉장고 문을 얼마나 자주 여닫는지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보내면 스마트폰의 피트니스 앱에서는 식습관 및 운동법과 관련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고, 이 데이터가 전력검침기에 전달되면, 냉장고 이용 습관과 전력 사용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가정에서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1869년에 나온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묘사된 잠수함이 그랬던 것처럼, 기기와 기기가 통신을 해서 상상도 못했던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또는 이렇게 흘러 다니는 데이터를 가로채서 가정이나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더 이상의 공상과학 속이 상상이 아닙니다. 


ZigBee로 시작된 M2M의 기억

M2M은 7~8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가장 주목받던 기술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가운데 전력 소모가 가장 적은 지그비(ZigBee)였는데, SK텔레콤이 이 기술을 적극 검토하고 테스트했습니다. 창문의 커튼을 젖히거나, 보일러를 가동하는 것, 거실의 조명을 켜는 것을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스마트워크가 더욱 쉽게 구현됐습니다. 30대 남성이 백화점에 들어서면, 백화점 현관문에 부착된 지그비 모듈이 그를 인식해 스마트폰으로 남성복 매장의 할인쿠폰이나 전기면도기 할인쿠폰을 전송해 주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고객의 스마트폰과 차량에 지그비 모듈을 부착하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스마트폰이 이동통신 중계기와 주고받는 통신 속도 등을 기초로 특정 지역의 실시간 교통상황이 어떤지, 그 지역의 송수신 품질은 괜찮은지 하는 점들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은 지그비 모듈과 게이트웨이를 만드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과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리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벤처기업의 기술은 일반 고객 분야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공공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냈습니다. 서울 한강의 주요 교각에 지그비 및 3G을 부착해 여름철 한강의 수위를 원격 모니터링한다거나, 여러 조각을 이어붙인 다리 상판이 여름철 폭염에 기준치 이상으로 벌어지지는 않는지 하는 데이터들을 수집한 것입니다. 청계천의 수질을 모니터링하는 데 쓰이기도 했지요.


인터넷 연결 기기와 데이터의 쓰나미…재앙인가? 기회인가?

2015년이 되면 150억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불과 2~3년 전에 50억개로 예측되곤 했는데, 아직 3년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서 예상치가 3배나 늘었습니다. 정말로 2015년이 됐을 때는 이 보다 훨씬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2020년에는 전세계 데이터 양이 35조 기가바이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가히 커넥트 디바이스의 쓰나미, 데이터의 쓰나미라고 할만 합니다. 진정한 빅데이터는 SNS가 아니라, M2M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쓰나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쓰나미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동남아시아 해변 휴양지들을 초토화시켰던 쓰나미나, 일본 동부 해안을 강타했던 쓰나미를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해류의 흐름과 해저의 지각 변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데이터를 꾸준히 분석했더라면 상당 부분은 예측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사람들을 미리 대피시키고, 방파제를 보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피해는 분명 줄어들었겠지요.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는 것일까요?


데이터의 쓰나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데이터·커넥트디바이스의 쓰나미가 지진해일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지진해일에 대비한다고 해도 사고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뿐이겠지만, 데이터·디바이스의 쓰나미는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유용한 정보나 서비스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엔터테인먼트, 건강 및 의료, 공공 안전, 교육, 자동차, 물류, 국방 등 인간의 삶과 연결된 모든 영역에서 정보의 활용과 이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운동화에 부착된 블루투스 모듈이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걸었는지를 체크해 스마트폰으로 보내면 칼로리 소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 운동 관련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도 있고,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골프채 헤드 부분에 칩을 넣으면 스윙 궤적, 속도 등을 분석해 스윙 자세를 교정해 줄 수도 있습니다. 칫솔에 적용하면 아이가 하루에 이를 몇 번 닦았는지, 양치질 습관은 어떤지 하는 것까지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죠.



블루투스 표준단체인 블루투스SIG는 최근 이 같은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블루투스 4.0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전력은 더욱 적게 쓰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더욱 빨라진 블루투스 4.0은 블루투스 기술이 키보드·마우스·헤드셋 같은 기기를 넘어, 다양한 전자기기에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M2M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M2M 통신의 트래픽을 조절하고,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술

그런데, 커넥트 디바이스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이들 디바이스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입니다. 과거의 전자 기기들이 인텔리전스는 있었지만,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회사·공장 밖의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생산되는 데이터 양과 이 데이터가 돌아다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죠. 


하지만, 150억개나 될 것이라고 하는 이 수많은 기기들이 뿜어내는 데이터가 원하는 기기와 잘 연결되고, 이렇게 연결된 데이터들이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는 시스템에 잘 연결되어야 한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가공된 정보를 이용해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들과의 원활할 연결도 중요합니다.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 사이의 통신에서는 부하를 분산시켜주는 로드밸런싱이라는 기술을 쓰기도 하고, 중요한 정보·콘텐츠 전송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QoS(Quality of  Service)라는 기술도 있습니다만, 의료기기, 제조시설, 가로등처럼 기존에 '통신기기'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전자기기들의 통신은 어떤 식으로 트래픽 관리를 해야 할까요? 이들 기기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국민과 기업의 편익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 데이터가 원활하게 송수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말입니다. 또, 이렇게 무수한 기기들 사이에서 오가는 개인과 기간시설, 기업의 정보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임베디드SW 1위 업체의 도전…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임베디드 SW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윈드리버가 그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플랫폼(INP)’이라는 솔루션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INP는 QoS, 보안 등을 아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이어서 원하는 기능을 매우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인텔 CPU 기반이어서 하드웨어 못지않은 쓰루풋을 제공합니다. 



INP는 기존의 리눅스 시스템들 보다 최대 1100% 빠르게 IP 전송을 할 수 있고, 보안을 위한 패킷 검사는 최대 28배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미크 쿠니모토 윈드리버 아태지역 담당 부사장은 “M2M 환경에서는 워낙 다양한 전자기기들이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세밀하게 제어하고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윈드리버의 INP는 데이터 통신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보안은 한층 강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M2M 확산에 적극적인 우리나라에서도 INP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네트워크 보안 장비 전문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패킷 안의 멀웨어를 적발해 내거나, 금지된 단어가 포함된 데이터 등을 찾아내서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는 게 이창표 윈드리버코리아 사장의 얘기입니다.


앞으로 거의 모든 전자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입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늘어나겠죠.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트래픽을 똑똑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하고, 보안성이 보장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와 관련된 데이터가 무수히 생산되고, 이 데이터들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그 편리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