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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데이터 네트워크, 어바이어의 새로운 필살기?

【사람중심】 어바이어(www.avaya.com)가 데이터 네트워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어바이어는 최근 본사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담당 사장 및 마케팅 책임자가 방한해 몇몇 미디어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방한한 임원들은 어바이어가 올해 1월 인수한 노텔에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부문을 맡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노텔 인수 이후에 어바이어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전략 중 상당 부분이 기존 노텔의 사업 전략을 승계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어바이어와 데이터 네트워크는 조금 생소한 조합입니다. 어바이어가 루슨트에서 떨어져 나올 때 ‘케이준’ 시리즈로 대표되는 데이터 네트워크 장비가 있기는 했지만 핵심 사업이 아니었고, 얼마 안 가서부터 어바이어는 IP 텔레포니와 UC(통합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회사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번 인터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하고 나서 받은 느낌은 ‘최근 데이터 네트워크 분야에서 쟁점이 되는 기술들과 관련해 짜임새가 있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엔지니어는 더더욱 아니기에 이런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우스울 수 있겠지만, 이 분야의 업체들을 오랫동안 취재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볼 때 이번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들은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바이어는 기존에 IP텔레포니, UC, 컨택센터 분야가 솔루션의 주축이었는데, 노텔 데이터 사업부문 인수로 데이터 네트워크도 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존에 노텔이 가지고 있던 전략과 로드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일련의 제품들이나, 전략·계획들 역시 모두 노텔이 가지고 있던 것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노텔의 데이터 네트워크 사업이 이런 면면들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뜻밖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노텔 본사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에는 지사가 없고, LG-노텔 입장에서 데이터 네트워킹은 핵심 사업이 아니었기에 그 전략이나 로드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 Aalways-on, Efficient, Scalable

노텔은 지난 3년 간 데이터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만 6억 달러를 투자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R&D의 핵심은 고객이 언제든지 안정된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 있게 하는 항시성(Aalways-on), 네트워크 디자인과 에너지의 효율성(Efficient),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유연성(Scalable)이라고 밝혔습니다.

‘Always-On’과 관련해 어바이어는 “경쟁사들 보다 7배 이상 뛰어난 reciliency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전체에서 100% 업타임을 제공하는 유일한 벤더”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음성과 동영상 등 실시간성이 보장돼야 하는 서비스에서 완벽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fficient’는 에너지 소모 관련 효율성과 네트워크 디자인에서의 효율성을 모두 이야기합니다. 에너지 효율성은 경쟁사 대비 40% 정도 좋고, 네트워크 디자인의 효율성은 설비를 1/3 정도 줄일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네트워크의 효율성이 좋을 수 있는 이유는 Always-On이 가능하고, 네트워크의 계층을 한 단계 줄인 2tier 네트워크를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Scalable’과 관련해서는 보통 3~5년 간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7~10년 동안 장비를 쓸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작은 네트워크에서 큰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용이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바이어는 이와 관련해 전문조사기관들의 TCO 분석 자료도 소개했습니다. 3000 사용자 규모의 캠퍼스 LAN을 구축할 때 장비 및 유지보수/지원 등 전체 TCO에서 시스코보다 43% 앞서 있으며, 중간 규모의 브랜치 오피스 WAN 구축에서는 50% 정도 앞서 있다고 합니다(톨리그룹과 인포테크의 자료였습니다).

◉ 2tier 네트워크와 가상화 기술의 접목

어바이어의 이번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네트워크 구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어바이어는 몇 년 전부터 2tier 네트워크 구조를 주창했고, 이미 구현했다는 것이죠.

코어-애그리게이션-액세스의 3계층인 네트워크의 구조를 줄이는 문제는 최근 네트워크 업계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기술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면 네트워크 구조가 단순화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주장입니다.

네트워크 구조가 단순해야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즉 v-모션이 원활해진다는 것이죠. 따라서 네트워크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은 그만큼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핵심 전제조건이 됩니다.


어바이어는 이미 수년 전에 구현해놓은 2tier 네트워크를 고객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최적화해서 운용할 수 있게 하고자, 이번에 ‘ERS(이더넷 라우팅 스위치) 8800’이라는 장비도 발표했습니다. 가상화 네트워크에 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가 쉽고, 사람에 의한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또, 올 가을(10~11월)에 데이터센터의 가상화 스위칭 관련돼 보다 총체적인 전략과 기술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바이어의 가상 서버 스위칭 기술은 802.1aq SPB(Shortest Path Bridging) 표준을 따르고 있습니다(최근 차세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주제로 하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바이어는 대상에 올려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의외의 수확이네요^^).

◉ WiFi의 새로운 시도…콘트롤러 가상화

이번 인터뷰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WiFi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어바이어는 기존 WiFi 공급업체들과 조금 다른 전략을 쓰고 있었습니다(물론, 이건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어바이어가 설명한 내용들은 기존에 WiFi 전문업체들이 잘 얘기하지 않던 방식이었습니다).

WiFi는 AP가 트래픽 처리와 인증·보안 등을 모두 처리하던 방식에서, 중앙의 콘트롤러가 트래픽과 인증·보안 처리를 모두 하던 방식(중앙집중형)을 거쳐, 단순 트래픽 처리는 AP가 맡고 보안·인증 등은 콘트롤러가 맡는 방식(분산형 또는 최적화)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어바이어는 이 방식과 조금 다르게 이더넷 스위치가 AP들을 통합해 단순 트래픽 처리를 하고, 콘트롤 기능은 가상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이더넷 스위치가 포워딩을 하는 것과 관련해 어바이어는 “기존의 분산형 무선랜에서는 트래픽을 처리하는 AP와 AP 간에 터널이 맺어져야 하는데, 이 때문에 AP가 자신의 역량을 100% 사용하지 못한다. AP가 많아질수록 이런 손실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AP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스위치를 둠으로써 AP가 자체의 가용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바이어는 기존에 콘트롤러들이 담당하던 인증, 보안, 관리와 같은 기능은 가상화된 서버의 VM(가상머신) 안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처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무선랜 콘트롤러의 가상화를 시도한다는 얘기입니다. “포워딩 펑션과 콘트롤 펑션을 구분한다. 포워딩 펑션은 이더넷 스위치에서 담당하고, 콘트롤 펑션은 가상화해서 서버에서 처리하도록 했다”는 것이 본사 데이터 솔루션 담당 사장의 설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서버나 스토리지뿐만 아니라, L4 스위치, L7 스위치, WAN 가속기 등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에서 VM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IaaS(Infra as a Service)를 구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iFi 콘트롤러를 가상화하는 것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하는 대기업 및 통신사업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텔 25년의 역사와 혁신을 인수했다”

어바이어의 이번 데이터 네트워크 전략·제품 발표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바이어가 데이터 네트워크 시장에 새로 진입한다는 사실도 그렇고 가상화 네트워크나 WiFi 분야에서 여러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노텔은 베이네트웍스라는 과거 데이터 네트워크의 대표 브랜드를 인수한 전력을 갖고 있고, 한 때는 엔드-투-엔드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시스코와 자웅을 겨루던 브랜드입니다. 이와 관련해 어바이어 측은 “노텔이 갖고 있는 25년의 역사와 그간 이루어 온 혁신과 발전을 인수한 것이다”고 표현했습니다.

네트워크 전 분야의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벤더가 시스코, HP 등 몇몇으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을 아우르는 기술, 가상화를 지원하는 기술 등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발표들을 쏟아낸 어바이어가 어떠한 전략으로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들만의 자리를 만들어 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관련기사 - 어바이어, 노텔 인수 뒤 첫 데이터 제품 발표)
<사람중심 김재철>
mykoreaone@bitnews.co.kr